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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448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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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나와 '자이언트' 이광전님이 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관리사무소를 찾아갔던 일은 차라리 찾아가지 않았던 것보다 못한 일이 되고 말았었지요. 물론 공식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만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민원인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들 입장에서 '입산통제'의 당위성만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하는 것에 질렸던 거지요. 관리사무소를 직접 찾아가서도 쌍방 대화 가 아닌, 일방 대화로 그쳐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슬픈 일로 생각되었답니다.

다음달에 취임하는 노무현 제16대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과 쌍방대화의 토론정치의 뿌리를 내리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의 토론문화도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될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접한 관료조직이나 관리조직의 독선과 오만이란 어떤 절절한 민원 문제를 안고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실감을 잘 못할 것이예요.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내가 만난 '그들'은 권의주의와 전횡의 칼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어 우리의 상식이나 양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지리산은 누구의 것입니까? 대한민국이 그 소재지요, 우리 국민이 그 주인입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주인일 수는 없지요. 지리산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의 영을 잘 내리는 환경부의 땅도 아니지요.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지리산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임맡은 국가의 조직입니다. 환경부는 이 나라의 환경보존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조직이지요. 그렇다면 지리산 등산로의 휴식년제 적용이나, 반달곰 보호를 위한 입산통제 등은 그 이용자인 많은 등산애호가들의 납득과 이해를 전제로 해야 마땅할 것이예요.

지리산을 무 토막 내듯 선을 긋고 잘라 무슨무슨 명목으로 입산통제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법적 제재조처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관리 당국의 시각이나 방침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진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국립공원 관리자의 입장만 있을 뿐이며, 그 이용자의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입니다. 무슨 군사작전지역도 아니면서, 국민의 통행 기본권마저 막는 조처를 어찌 공청회 한번 하지 않고 관리자 일방적 입장에서 강행하는 건가요? 많은 사람의 불만과 불평도 거기서 비롯됩니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산길에 대한 통제조처를 할 때 그 법적 근거로 자연공원법 몇 조 등을 내세웁니다. 물론 지리산의 자연생태계 보존이나 복원사업을 이해 못 할 산악인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자연의 원상회복은 그곳이 국립공원이 아니더라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노고단이나 제석봉의 자연생태계 원상복원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이 얼마나 엄청난지도 알고 있지요. 휴식년제나 지정등산로, 비지정등산로 구분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산길도 합리적인 선정만 이뤄지면 누구도 반발할 수 없을 거예요.

자연휴식년제를 포함한 폐쇄등산로나 입산 통제지역으로 선정된 곳들에 대한 객관성과 타당성의 결여,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입니다. 관리자 일방적 시각으로 통제선이 그으진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입산통제와 같은 조처들에 앞서 공청회나 토론회 등의 절차를 밟는 것이 꼭 필요한 거지요. 그 토론의 장에서 관계 전문가나 학술단체 등의 연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다양한 이용자 계층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국립공원 보존이 책상 위에서만 나와선 안 되겠지요.

하지만 모든 문제가 환경부나 국립공원관리공단, 행정관청에 있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용자들도 합리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한 목소리로 관련 기관에 건의해야 합니다. 지리산 주변에 댐이 설치된다거나 골프장 개설이 추진될 경우 환경단체들이 조직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섭니다. 지리산 등산로에 대한 폐쇄 조처 등에 대해서도 그 이용자인 산악인들이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겠지요. 이 또한 개별적인 주장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난해 5월, '두레네집'에서 '오용민 사이트'의 '사랑방가족 모임'이 있었지요. '중봉', '반야'님 등과 여러분들이 산악인의 여론을 한 목소리로 국립공원 관리공단 등에 전달하고, 국립공원 관리정책에 반영되게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사실 지리산동호인 그룹도 적지 않지만, 시민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와는 달라서 전체 산악인들의 총의를 수렴하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각계각층의 다양한 주장을 듣는 토론문화의 장이 정착되도록 지리산 산악인들이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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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01.29 11:50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등산이나 답사, 촬영등으로 지리산을 자주 찾는 개인이나 단체가 연대하여 '연합회'형식이라든가 하는 대의기구를 결성하여 건설적으로 집약된 의견을 가지고 관계당국과 협의하는것이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기대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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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홍 2003.02.01 12:20
    이병주의 지리산을 읽으며 지리산을 가까이 한 것이 십 몇년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시작에 최선생님의 '지리산...'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서서히 그렇게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보존이라는 것이 어느 일방의 시각에 의해서만 독점되어서는 결코 바람직한 보존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편리함을 따라 독단적으로 만들어지는 제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지적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비판만이 아니고 보존을 위한 좋은 방안 마련에 함께 애를 써야 할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통제만이 보존의 효과를 거둘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지리산을 더 보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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