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9358 댓글 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장 넘기 어려운 산은 문턱이다'는 영국의 속담이 있습니다.
문(門)이란 사람이나 동물이 안팎을 드나들거나 통할 수 있도록 틔워놓은 곳을 가리킵니다. 우리에게 이 문이 갖는 의미는 대단합니다.
문 앞에 남녀 두 사람의 신발이 놓여 있다면,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는 방에 들어가지 말고, 말이 없으면 절대 들어가선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문의 의미를 미루어 짐작할 만합니다.

이 세상에는 문이 많습니다.
전통 가옥에는 대문 중문 협문 정문 후문 측문이 있는가 하면, 능(陵)과 사찰과 관아 등의 홍살문 홍예문 옹성문 일각문 금강문 등등 셀 수 없이 많지요.
그렇다면 산(山)에도 문이 있을까요?
물론이지요. 다른 곳은 몰라도 지리산에는 엄연히 그 문이 존재합니다.
주봉 천왕봉에는 서쪽에 통천문(通天門)을, 남쪽에 개천문(開天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통천문은 예부터 부정(不貞)한 자는 드나들지 못한다는 말이 전해옵니다.
시인 고은(高銀)은 "신선들이 하늘에 오르는 것은 다른 산에서는 자유롭지만, 지리산에서는 반드시 통천문을 통하지 않고는 오르지 못한다"고 했답니다.
통천문은 서문, 개천문(또는 개선문)은 동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남부능선의 석문, 쌍계사 앞의 쌍계석문이 있고, 청학동 들목에도 전설적인 석문이 있다지요.

하지만 위의 문들은 천왕봉이나 관념상의 청학동으로 통하는 문입니다.
지리산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첫 관문은 그보다 훨씬 먼저 만나게 됩니다.
주봉 천왕봉으로 오르는 동부의 관문은 시천(矢川), 곧 덕산(德山)입니다. 지난 1960년대까지는 시외버스가 이곳까지만 운행했었지요.
천왕봉이 정면으로 빤히 올려다 보이는 덕산, 바로 여기서부터 배낭을 메고 걸어가야만 했답니다.

이 덕산으로 찾아드는 길목에 '입덕문(入德門)'이 있습니다.
지금의 도로가 뚫리기 전까지는 덕천강 벼랑을 따라 아슬아슬 감돌아드는 곳에 큰 자연석문(自然石門)이 있었어요.
1561년 남명 조식(南冥 曺植) 선생이 회갑 나이에 이 덕산으로 찾아듭니다. 그이는 이 석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덕천강으로 내려가 갓끈을 씻었습니다.
그런 뒤 자연석문을 '입덕문'이라 명명했답니다.

그이는 어째서 갓끈을 씻고,  입덕문이라고 명명한 것이었을까요?
입덕(入德)이란 덕산, 곧 지리산에 든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러니가 그이는 지리산 대문 앞에서 갓끈을 씻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던 것입니다.
남의 집에 들 때도 문 앞에서 헛기침을 하고 반응을 기다려야 하거늘, 하물며 삼신산의 하나인 지리산에 어찌 함부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원래의 자연석문 대신 도로변에 '入德門'을 알려주는 각자와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남명 선생이 갓끈을 씻었던 '탁영대(濯纓臺)'와 소요음영한 '덕암(德岩)'은 그대로 남아있어요,
1960년 남명 후학들이 '입덕문보승계(入德門保勝契)'를 닦아 82년 6월22일 입덕문 각자를 옮겨세웠다는 내용의 '입덕문기' 비석도 함께 서 있습니다.
지리산의 대문이 자리할 만큼 풍광이 수려한 곳이지요.

덕산 2㎞ 못 미친 곳에 주유소를 겸한 넓직한 광장을 가진 휴게소가 있지요. 이곳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5분 정도 걸어가면 입덕문과 탁영대와 덕암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답니다.
하지만 이 '지리산의 문' 앞에서 옷깃을 여미거나 남명의 자취를 찾아보는 이를 아직은 만나보지를 못 했습니다.
그냥 자동차를 타고 쌩쌩 빠르게 지나치기만 합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그냥 통과입니다.

우리는 화장실의 문도 노크를 한 뒤 대답을 기다립니다.
방문 앞에 남녀 두 사람의 신발이 놓여 있다면,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는 방에 들지 말고, 말이 없으면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우리 조상들이 오랜 세월 경배해온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의 대문을 버릇없이 드나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지리산은 우리들에게 영원한 외경의 대상입니다.
  • ?
    부도옹 2001.12.14 00:26
    안녕하십니까.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좋은 글 읽게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
    자유부인 2001.12.14 14:24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저서로나 지면으로 만나뵙다 이렇게 가깝게 접하게 되어 무척 영광스럽습니다.
  • ?
    갈매기 2001.12.14 17:08
    역시 지식의 소산입니다. 너무나도 좋아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앞으로 정신적지주로써 굳건히 자리매김해주실거라고 믿고 소인은 이만.....
  • ?
    惺牛 2001.12.15 15:31
    자주 뵙겠습니다!
  • ?
    최화수 2001.12.17 20:33
    '부도옹', '자유부인', '갈매기', '惺牛'님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에 과분한 격려 말씀 채찍으로 삼겠습니다. 잘 못 적은 글은 언제든 지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
    길없는여행 2003.10.21 20:32
    야근 야근 곱씹으며 봅니다.
    이곳과 인연맺은지 오래지 않았지만...
    흥분되는걸요. 차근 차근 보겠습니다.
    좋은 글 고맙게 잘 받겠습니다.
  • ?
    들메꽃 2004.10.03 22:23
    지리산 풀꽃에 미친 최재길입니다.
    최화수 선생님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요한 자료 옮겨 갑니다.
    괜찮으시죠?
  • ?
    이덕근 2006.10.24 16:07
    지리산365일에서 뵙고 이곳에서 또 뵙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지리산에도 문(門)이 있다오 8 최화수 2001.12.13 9358
271 세심탕(洗心湯) 세심정(洗心亭) 최화수 2001.12.17 7510
270 천왕봉은 마음으로 오른답니다 최화수 2001.12.21 7039
269 '천왕봉 해돋이'에 담긴 뜻은? 최화수 2001.12.26 7182
268 천왕봉에서 왜들 이러십니까? 최화수 2002.01.02 7626
267 성모석상을 쇠창살에 가둔다? 2 최화수 2002.01.07 7512
266 중산리 마을의 이 아이러니...! 최화수 2002.01.11 8298
265 지리산 이름이 몇개인가요?(1) 3 최화수 2002.01.15 8258
264 지리산 이름이 몇개인가요?(2) 최화수 2002.01.18 7435
263 지리산 이름이 몇개인가요?(3) 최화수 2002.01.23 7412
262 '용문동천' 다지소와 청의소(1) 최화수 2002.01.29 6833
261 '용문동천' 다지소와 청의소(2) 1 최화수 2002.02.01 6908
260 아, 설 비극 어찌 잊으리오!(1) 2 최화수 2002.02.09 7153
259 아, 설 비극 어찌 잊으리오!(2) 1 최화수 2002.02.13 6995
258 '월궁', '수정궁'의 미스터리(1) 최화수 2002.02.19 6951
257 '월궁', '수정궁'의 미스터리(2) 최화수 2002.02.22 5008
256 '월궁', '수정궁'의 미스터리(3) 2 최화수 2002.02.26 5026
255 '월궁', '수정궁'의 미스터리(4) 최화수 2002.03.04 4800
254 신선 옥피리 '지리산의 소리'(1) 4 최화수 2002.03.12 5121
253 신선 옥피리 '지리산의 소리'(2) 1 최화수 2002.03.19 490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