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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 산행기)

ㅇ산행일자:2003년 02월 09일
ㅇ산있는곳:전남 광주시,화순군
ㅇ산행코스:원효사주차장-장불재-입석대-서석대-입석대-장불재-규봉암-신선대삼거리-억새밭-꼬막재-오성원-의상대삼거리-주차장
ㅇ산행시간:Am08:40시~Pm15:30시
ㅇ산행거리:16,3km

  *원효사의 8경
1경-무등명월(無等明月):원효사에서 무등산의 정상에 솟아오르는 달을
                        바라보는 운치
2경-원효모종(元曉暮綜):저녁안개 사이로 들려오는 원효사의 저녁 종
                        소리
3경-의상모우(義相暮雨):의상봉에 내리는 저녁 비
4경-서석귀운(瑞石歸雲):서석대에 감겨드는 뭉개구름
5경-안양노불(安養老佛):안양사의 부처(윤필봉)
6경-삼밭열적(蔘田烈蹟):삼밭에 서려있는 충장공의 전설
7경-만치초적(晩峙草笛):늦재에서 들려오는 나무꾼의 풀피리 소리
8경-원효폭포(元曉瀑布):원효폭포의 물줄기(세심폭포)

애시당초 무등산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무등산은 몇개의 산과 함께 나에게는 숨겨놓은 산이다. 그 숨겨놓은 무등산을 찾게 된것은 순전히 하느님의 뜻이다.지리산을 오르기 위해 어둠속을 뚫고 88고속도로 인월나들목으로 나가 인월면 소재지입구의  삼거리 길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핸들을 돌리지만 차는 그대로 앞으로 밀려 나간다.
지난 밤새 내린 비와 안개가 얼어붙어 도로가 얼음판으로 변하여 도무지 차를 몰고 갈 수가 없다.2월 16일부터 모든 국립공원의 주 등산로는 산불예방의 일환으로 5월 초순까지 입산통제가 되기 때문에 지리산을 찾으려 했던 것인데 인월의 도로가 이 지경 이라면 뱀사골을 거쳐 백무동으로 오른다는 것은 무모한 노릇이라 지리산을 포기하고 차를 되돌려 광주로 향해 무등산을 찾아간 것이다.
88고속도로에서 호남고속도로로 바뀐 길을 달려 동광주나들목으로 나가니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원효사의 주차장까지 쉽게 찾아갔다.물론 시내에서 한 참을 달려야 하는 결토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주차장에는 서너대의 차량만이 서 있고 산을 오르는 사람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아 다소 적막 하기조차 하다.
8시40분,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아스팔트의 빙판길을 오르기 시작한다.공원입구의 자판기에 캔 커피를 보충하고 있는 공원관리소 직원에게 길의 안내를 받아 산 사면에 흰눈이 쌓여 있고 비에 젖은 단풍나무 가지가 싱그러운 길을 걸으니 까치울음 소리가 요란스럽다.
참으로 까치가 많기도 하다.
도로로 이어지는 길은 빗물과 눈녹은 물이 얼어 붙어 완전히 얼음판인데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서니 약수가 소리내어 흘러 나오고 있는 넓은 공터다. 이 공터에서 오른쪽은 토끼등(1,7kM)을 지나 중머리재(3,4km)로 가고 왼쪽의 바리케이트를 넘어 오르면 장불재(4,9km),입석대(5,3km),서석대에 도착하게 되니 장불재로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대나무도 끼어 있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으로 계속되는데 안개는 완전히 걷혀 가을날 처럼 맑고 푸른 청명한 하늘이 눈시리게 펼쳐진다.구름 한점없는 하늘은 코발트 빛깔로 너무나 투명하다.
길을 올라 반사경이 설치되어 있는 삼거리 바로 위의 바위에 올라 광주시내를 내려다 보니 시내는 안개속에 묻혀 흔적조차 없고 높은 산 봉우리만이 수평선의 섬처럼 운해속에 떠 있어 그야말로 일대 장관을 펼치고 있다.  
노송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햇볕은 따뜻하게 등위로 내려 앉는데 하얀눈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지고 소나무의 푸른 잎사귀가 정취를 더한다.

119구조 제11지점(장불재~관리사무소)을 지나니 09:50시다.넓다란 커브길로 가압펌프장이 있는 공터의 바위에 올라 구름의 바다를 내려다 본다.
하늘과 맞닿아 육지와 구분이 없어진 안개 아래의 현실에는 인간의 일상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을 터인데 운해는 무심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이 땅의 물들은 수증기가 되어 하늘에 오르고 다시 찬 공기에 얼어 눈으로 이 땅에 내린다. 그 눈은 햇볕에 녹아 물이 되어 얼기도 하면서 다시 또 하늘로 오르며 윤회의 되풀이를 거듭하는데 우리 인간의 삶은 그 얼마나 허무한가!
햇볕에 길어야 한나절을 사는 저 운해의 바다처럼......
다시 길을 이으며 오른다. 왼편 벼랑 아래는 무등산 정상에서부터 숲을 이루며 뻗어내린 산 사면이 부드럽게 이어져 내리고 입석대는 쭈빗쭈빗 솟아 일어서고 있다.오른쪽 도로 절개지의 절벽에는 5m가 넘는 빙폭이 만들어져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시간이 10시 40분일 때 "구 군부대정문"에 도착하니 직진의 장불재는 지척이고 오른쪽은 중봉을 지나 용추삼거리로 이어짐을 표지판은 안내하고 있다. 이어 "공군8989-3부대"정문 앞을 지나 장불재 못미쳐 왼쪽의 사면길로 들어선다. 오른편 산아래 안부에는 한국통신과 방송철탑이 흉물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사면의 길을 오르니 길 왼편의 표지석이 "입석대"를 알린다.
암릉을 올라서니 해발 1,017m의 입석대다. 서석대는 바로 위에 위치해 있고(500m) 지나온 공원관리소는 6,8km거리에 있다. 광주 로타리클럽에서 세운 표지석의 立石臺 글씨가 아름답다.입석대는 무등산의 대표적인 명물로 5각에서 8각의 돌 기둥이 마치 사람이 일부러 세워 놓은듯 반달의 형태를 그리며 서 있다.
무등산의 3대 절경으로 입석대,서석대,그리고 규봉암 옆의 광석대를 꼽으며 이 세 명승을 무등산의 3대 석경(石景)이라 부른다 하니 그 아름다움은 직접 보아야 한다.높이 10~15m의 석주 수십개가 신전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며 남쪽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신비스럽다.
무등산 자락까지 삼켜버린 운해가 무아지경으로 이끈다. 곁의 등산객은 무등산에서의 이처럼 황홀한 운해는 본적이 없다며 오늘 이 산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가 행운아라 한다.
입석대는 그 완전한 운해의 바다 한 가운데에 마치 섬처럼 솟아 있다. 입석대는 1억5천만년 전 공룡이 살던 시대의 화산이 폭발하며 분출한 용암이 굳어지면서 생긴 것 이라는데 지표면으로 드러난 바위는 제각각 독립된 것으로 보이지만 땅속에서는 한덩어리의 바위로 이루어져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입석대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가 로프의 계단길을 지나 너덜길을 올라 서석대에 도착했다.서석대는 입석의 군상이 서쪽으로 늘어서 있고 해질녁이면 노을이 반사되어 수정처럼 빛난다고 한다. 무등산을 다르게 서석산이라 부르는 데에는 이 서석대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어느결에 도시를 삼켰던 안개는 빛고을 광주를 토해 내놓고 저 멀리 뒤로 물러나 있다.빼곡한 아파트 숲과 번화한 시내를 건너뛰어 먼산을 덮고 있는 안개는 아직도 바다를 이루고 있지만 얼마 만큼의 시간을 버티어 낼수 있을까. 화순쪽의 산 계곡도 완연히 드러나고 겹겹이 늘어서 있는 산군들이 섬으로 떠 있긴 하지만...
정상은 천왕봉(해발 1,186,8m)을 최고봉으로 하여 지왕봉,인왕봉이 늘어서 있지만 산행은 서석대 까지만 할 수 있다. 군사시설물이 위치하고 잇어 통제구역으로 철조망이 둘러 쳐져 있다.
서석대에서의 조망은 푸른물결 일렁이는 광주호가 눈에 들어오고 사방이 시원스러우니 광주시내의 전경과 남동쪽 멀리 장흥의 천관산,해남의 두륜산과 영암 월출산도 하늘금을 긋는다.

다시 장불재를 향하여 길을 되짚어 내려선다.규봉암으로 가기 위해서.
장갑과 오버트라우저 쟈켓마저 거부한 봄날 같은 따뜻한 날씨는 쌓여 있는 눈을 녹여 길을 냇물로 바꿔 놓았다. 입석대를 스쳐지나고 철탑이 여럿 서있는 넓다란 공터의 장불재에 도착한다.공중전화부스도 있고 여기저기 바위가 서있는 장불재는 광주사람들의 좋은 쉼터다.
여기서 규봉암은 1,8km거리다.

13:00시.
장불재의 사면으로 이어진 눈쌓인 편한길로 들어 숲이 우거지고 너덜로 계속되는 길을 지나 규봉암(圭峰庵,해발850m)에 이른다.
나의 감성의 귀에는 푸른 하늘로부터 시작된 철 이른 봄의 소리가 아른거리는데 돌계단을 오르니 입석대처럼 바위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고 고즈넉한 암자에는 흰눈이 넉넉하다.
1,300년전 의상대사가 터를 잡고 도선,보조,진각,지공,나옹 같은 고승들이 스쳐갔다고 전해지는 규봉암에는 천년송(千年松)이 고고한 자태로 서 있다. 3칸 기와지붕의 아담한 규봉암 절 마당에 서니 화순의 이서면이 평화롭게 들어오고 산너머 동복댐의 물줄기는 산을 구비돈다.관음암 지붕에 쌓여있던 눈이 녹아 기왓장을 타고 소리를 내며 낙숫물이 되어 떨어진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꼬막재로 잇는다.숲사이의 너덜길에는 눈이 가득하고 너덜길을 지나면 삼림욕의 기분을 맛볼수 있는 편안한 길이 계속된다.
신선대 삼거리를 지나 이어지는 꼬막재 까지는 3km의 가깝지 않은 길이니 걸음에 속도를 붙인다. 왼쪽 사면 위로는 무등산의 주봉들이 굽어보고 있어 산행길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14:00시.
꼬막재(해발710m)의 신선대 입구다.광일목장후면부로 우측길은 출입금지이니 왼쪽의 공원관리소 가는 길로 들어서는데 공원관리소까지는 4,4km다.
걸음을 옮기니 이내 드넓은 억새밭이 다가선다. 바로 백마능선의 억새밭이다. 황금빛 억새밭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모처럼 넉넉한 휴식을 즐긴다.햇볕은 따사롭게 쏟아지고 억새는 한들거리며 불어가는 바람은 더 없이 상큼하다.
푸른 하늘에는 띠 구름이 남북을 잇는데 무등산 정상은 바로 머리위에서 굽어보고 있으니 아! 이 순간 나는 무릉도원에 누워 있음이다.

다시 길에 든다.로프가 매여져 있는 계단길을 내려서고 이어지는 눈길의 내리막을 빠르게 지나 사면의 길을 돌기도 하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이어 측백나무로 둘러싸인 아홉기의 묘를 지나고 편안하게 지속되는 길을 오르니 해발 640m의 꼬막재다.꼬막처럼 볼록한 언덕을 끼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 이라고도 하고 옛날에 꼬막껍데기가 많이 나와 붙여진 이름 이라고도 한다.

잠시 후 윗쪽의 수량이 풍부한 약수터를 지나고 소나무 숲속의 길을 넘어서니 녹은 눈이 질퍽거리는 내리막 길이다.이어 오성원이 나타나는데 5개의 벤취가 다리쉼 하기좋게 설치되어 있다.벤취 앞에는 졸졸졸 실개천이 흐르고 우거진 숲에는 조릿대도 한켠을 차지한다.
계속되는 내리막은 향기 진동하는 측백나무 숲으로 길을 이어 후각을 마비 시킨다.원효사주차장 까지 줄곳 이어지는 2,4km의 길은 우거진 숲 사이로 내리 이어진다.

모든 산 오름이 다 그렇듯 오늘 내가 찾은 무등산은 답답한 덮게를 훌훌 벗어 던지고 5각,6각의 돌 기둥만을 세워 놓은 채 보다 열린 곳을 향해 솟구쳐 있다.
그러나 나의 삶은 아직 지상에 남아 가쁜 호흡을 몰아쉬고 있으니 원효사주차장에서 발 걸음을 끝 맺는다.
따뜻한 봄볕을 흠뻑 머금은 겨울이 양지바른 무등자락에 꽃 봉오리를 남길 날을 고대해 보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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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그네 2003.02.14 23:34
    멋진 산행을 하셨군요. 무등산은 4계절 모두 아름다운 "어머니"같이 포근한 산이죠. 임 글중에 신선대가는 억새밭을 "백마능선"이라고 하셨는데 그곳은 백마능선이 아닙니다. 백마능선은 서석대에서 화순쪽 남동 방향을 바라봤을때 말등처럼 생긴 능선을 말합니다. 가을날 하얀억새가 바람에 휘날리면 정말 백마가 연상될만큼 아름답습니다. 꼭 한번 날씨맑은 가을날 올라보시기 바랍니다.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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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3.02.15 01:06
    ^^* 백마능선은 "한국통신과 방송철탑이 흉물스럽게...." 놓여있는 그 저~쪽을 말합니다. '원효사지구'를 광주사람들은 [산장]이라고 하는데, 꼬막재 올라가는 길 원효계곡옆에 목조 단층건물로 지금은 음식점형태로 남아있지만 옛날(?)에는 '장급 호텔'이어서 그곳으로 신혼여행을 갔었다고 하네요. *옛날 : 60~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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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진 2003.02.15 08:26
    아! 이런,죄송합니다. 사실 무등산은 사전 준비 없이 오른 관계로...입석대에서 웃옷 벗고 땀 말리시던 분한테 들었던건데...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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