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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둘쨋 날)

잠을 자는둥 마는둥 뒤척이다 보니 누군가가 깨운다. 역쉬 대빵이다.
아이 몇신데?
03시30분이다. 미쳤지. 이 새벽에...
옆에서도 벌써 일어나 주섬주섬 옷가지 챙기고 배낭 정리중이다.
서로들 코고는 소리땜시 잠을 못잤다고 툴툴툴..
다른 팀들은 한 밤중.
짐을 챙겨 어젯밤의 취사장으로 와서 휘레쉬불을 밝혀 남겨놓은 밥에 물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한 공기씩 아침을 때웠다. 모닝 커피도 한 사발 들이켜고....
아니 그런데 취사장 한켠에서도 침낭 뒤집어 쓰고 자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마 산장 예약도 없이 밤늦게 도착한 사람인 모양이다.
밖은 아직도 어젯밤의 안개에 휩싸여 한치앞도 분간이 안간다.

그런데 일찍 출발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산장에서 어제밤에 침낭을 빌릴때 신분증을 맞기고 빌렸는데 침낭 반납을 05시부터
받는단다. 으~씨.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되쟌여. 잠이나 좀더자게 냅두지.
생리현상도 해결하고, 신사 체면에 양치도하고 새벽 바람에 담배도 한대 꼬실러보고..
5시다. 잽싸게 침낭 반납하고 출발하려 하니 그 때사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05:00 자! 출~발 하자구.

총무 선등(맨앞)서고 대빵은 후등(맨뒤)서고 휘레쉬에 의지하고 굴비역듯이
나래비 서서 취사장 뒷길로 난 노고단으로 오르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노고단 정상에 올랐는데 어둠에 숨어 버린 노고단은 볼 수없어 '저게 노고단이야'
하고선 오솔길로 접어 들었다.
앞 사람 엉덩이만 쳐다보며 걷다보니 하늘의 총총한 별들과 초승달이 걸쳐있는게
보이지 않는가. 와~ 별도 만~타.

멧돼지가 많다는 돼지령을 지나는데 이런 길이라면 몇일도 걷겠는데 뭐가 힘들다고..
속으로 웃으면서 평원을 여유롭게 걸었다.
한시간쯤 걷다보니 먼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마침 샘물(임걸령샘터)도 하나 나온다.
아니 그런데 그 샘가에 초등학생과 부모가 물을 먹고 있는게 아닌가?
어디서 오셨는데요?
노고단 산장에서 4시에 출발했단다. 우리보다 바지런 한 사람도 있었네..

물 한모금 하고선 그 분들을 뒤로 하고 임걸령을 하염없이 걷는다.
이쒸 맨 돌 밭이쟌여.
06:50 반야봉이다. 반야봉 밑을 돌아 걷다보니
07:10 삼도봉이다. 전라남,북도. 경상남도 세개의 도가 한곳에 만나는 삼도봉이다.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사진 몇장 찰칵. 그래도 흔적은 남겨야 되니까.
삼도봉을 지나 좀 내려 오니 500여개의 철계단이 나온다.
이게 그 사람 잡는다는 공포의 철계단이구나. 조심조심.
사람들 웅성 거림이 앞에서 들린다.
뱀사골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쉬고 있는 중인가 보다.

08:05 토끼봉이다. 여기서 십분간 휴식. 담배 일발 장전.
코끝에 스치는 찬바람을 마시며 걸으니 이 새벽에도 이마엔 땀이 송송 솟는다.
09:00 총각샘이다. 스쳐 지나간다.
09:40분 연하천 산장이다. 이곳은 제법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산장앞 마당에 졸졸 흐르는 물이 있어 목도 좀 축이고 잠시 등산화를 벗고 발을
물에 적셔 본다. 날씨도 이젠 더워 윗옷은 벗어서 배낭에 처 박고.
라면 먹는 사람. 햇반 먹는 사람. 아마 아침 식사중인 모양이다.

휴식도 잠시 또 가야지.
별로 좋지도 않은 돌받길을 하염없이 걸어 형제봉을 지나니 저 멀리 산장이 보인다.
11:25 벽소령이다. 점심을 먹기로 한 장소이다.
오늘 점심은 라면이다. 약간은 몸도 지쳤다. 한 6시간 반정도 걸은것 같다.
배낭을 풀고 산장 아래 50미터에 있는 우물을 가는데 왜 이리도 멀기만 한지.
나중에 알고 보니 산장앞에 수도가 있었는데. 미련하긴.
어디서 단체로 왔는지 북적이기 시작한다.
저 사람들이랑 같이 움직이면 복잡하니 빨랑 묵고 가야지..

배낭 무게좀 줄여 보겠다고 서로들 먼저 배낭속의 물건을 꺼내 놓는다.
아니 그런데 강력반장 배낭에서 도자기 술이 또 나온다.
술 이름이 한문으로 쓰여져 있는걸 본 우리의 대장. 중국술이란다.
한문만 써져 있으면 중국술여? 무~씩 하긴. 이강주다.
라면 한젓가락에 이강주 한잔.  아마 이맛 모를 끼여.
도자기술 비우고 쐬주도 몇개 비운것 갔다.
허나 세석까지 서너시간 더 가야하니 난 한잔만하고 더이상은
사양하기로 했다. 언제가 주는데로 받아 먹고 헤맨적이 있었거들랑은?
배부르고 알딸딸 하니 이제야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설악산은 단풍이 한창이라 하는데,
여기도 정상의 단풍은 한 폭의 그림이다.

13:00 평원에 핀 이름모를 꽃들을 바라보며 또 걷는다.
멀리 보이는 앞 산 경치도 볼 여유도 있다.
13:50 덕평봉의 선비샘이다. 시원한 물에 목좀 축이고
14:50 칠선봉을 지나니 경치가 짱이다.
테비 지지지 하기전에 애국가에서 나오던 그런 장면인것 같다.
이 멋있는 걸 놓칠 순 없지.   어이 찍사~ 바거바거...

15:50 영신봉을 끼고 도니, 단숨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천왕봉이 아련이 보인다.
아~  그 천왕봉이구나.
그리 보여도 3~4시간 거리란다.

16:00 오늘의 숙영지인 세삭산장에 도착이다.
대빵이 끓여주는 꽁치통조림과 김치찌게에 쐬주 몇 순배가 돌았다.
그런데 모두들 시원한 막걸리나 생맥주가 그립단다.
그러나 산장엔 주류는 팔지 않으니 어쪄랴..
가위바위보해서 막걸리 받으러 내려 갔다와? 말어. 완죤이 돌았구~먼.
출발전의 긴장은 무시히 11시간의 산행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농담도 나온다.
강력반장은 내친김에 천왕봉까지 간단다. 제 정신인가?
있는 햇반 톨톨터니 2개가 모자란다. 살까말까하는데 옆에 있던 커플이
기꺼이 2개를 제공하겠단다. 배낭이 무거워서 준단다. 그래도 감쏴 감쏴.
우리가 또 정이 있지 기냥 말순없쟌여. 그래서 소주 한팩 건냈더니 실은 그게 필요
하였단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그들은 장터목 산장으로 떠났다.

그런데 산장에 무슨 공사를 하나 헬기가 몇번 왔다갔다 하더니 흙 먼지를
왼통 다 뒤집어 놓고 사라진다. 코펠 뚜껑 더~어~퍼...

(산 정상에 보면 H로 헬기장 표시가 있는데, 그곳이 평편하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데
난 그곳이 힌두교 교단이라 빡빡 우긴다. H가 힌두교의 약자라고.. 아님 말구..)

성대한 저녁을 마치고, 다리통에 맨소래담 떡칠하고 7시쯤 잠자리에 든다.
아마 오늘 걸은 길이가 총 20Km는 좀 넘는것 같다.
맨소래담, 호랑이 기름, 파스, 산장안이 냄새로 진동이다. 코도 막을 까?
우리에 호프 에어메리는 휴지를 뭉쳐 귀까지 막는다.
오늘은 피곤하니 쉽게 잠들수 있겠지.

지~랄 떠들고,  쿵쿵거리고, 돗데기 시장인건 여기도 마찬 가지다.

애고. 오늘도 잠자긴 글렀다.
그래도 눈 꼭감고 잠을 청해 봐야지.

아니 근데 왠 화장실은 이리도 자주 가고 싶냐?
다리는 천근이고, 화장실은 바깓 모퉁이 돌아 가려면 딥다 추운디...
기래도 어째, 모포에 실례할 순 없쟌여.

갑자기 왠 천둥?
어떤 사람이 자기 자리라고 큰소리 뻥뻥... 이기 돌았나..ㅆ
모포까지 자기가 깔아 놨데나? 어쩟데나..  
(어제 노고단에서 침낭 반납땜시, 오늘은 잔대가리 굴려 모포를 빌림)
저녁 반주가 거하셨나 술 냄새가~, 에궁 자기 자리를 까먹었나 부다.
아잡씨 번지수가 틀렸쟌~여, ㅆㅡㅂㅓㄹ
미~안험니데이...
얼라려,  잠 다 깨웠놓고 미안하다면 다냐~요?

(그런데 산길 중간중간에 이상한 시골틱한 냄새가 났었다.
이 산중에 인분이 무더기가 있을리 만무하고, 요즘 도심 한가운데 뒹구는 은행썩는
냄새도 아니고. 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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