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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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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53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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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24시 백무동행 버스를 타고 백무동- 하동바위-장터목-법계사-중산리로 고교동창과 중3인 그의 아들과 함께 다녀 왔다.

지리산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약간의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산행기를 올린다.

3년 전 종주기를 열독해 주신 1,000여명의 독자들에 대한 작은 보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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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간 여섯번 째 도전

  이 정도면 병이라 불러도 달리 항변할 도리가 없다. 2002년 이후 여름이면 나를 부르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지리산이다.

  금년에는 6월 한라산에서 벼락을 맞고도 산을 버리지 못하는 어느 친구와 종주를 기획하고 산장 예약까지 끝냈으나 미국에서 찾아 온 어느 불청객(?)이 일정을 마쳐 버렸고 제헌절 연휴에 정상 1일 코스로 다녀 올까 하여 교통편 예약을 마쳤으나 30년만의 기록적인 장마가 가로 막았다.

  장마가 끝났다는 신호와 함께 단독 산행도 불사키로 하고 고교 동기회 홈페이지에 동행 지원자를 찾는 공고를 올리니 3년 전 동행하여 백무동-장터목을 왕복한 적이 있는 세 부자 중 어느 친구가 중3 아들과 동행하겠다고 하여 단독산행의 위험은 벗어 났다.

  2002년 이후 5년간 계속된 지리산 여름 산행.  2004년은 연초 겨울산행을 포함하여 총 6번째 도전이다. 그때 마다 예외없이 고교동창이 있었고 또 세번의 산행에는 아들이 동행했다. 지난 여름에는 여섯 아비가 각각 자식 한명씩 모시고 12명이 다녀 왔다.

  2004년에는 중산리에서 시작하여 화엄사에서 끝내는 종주까지 했으니 이제 이골이 날 법도 하지만 이상하리 만치 더운 날씨가 찾아 오면 마치 어떤 의무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엉덩이가 들썩이니 그 원인을 알 길이 없다.


  빗속을 뚫고 간다

  장대비를 맞으며 동서울터미널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떠나는 날까지 계속 기상청 웹 싸이트를 찾아 날씨를 점검하고 또 점검하고----. 마지막 확인한 내용은 한 두 차례 비 후 갬.

  그래 비 한번 맞아 보자---. 복이라면 복인데 지난 5년간 단 한번도 비를 접해 본 적이 없다. 87년 특별한 마음의 짐을 안고 뱀사골을 홀로 찾아 하산길에 갑자기 쏟아 지는 비와 안개로 길을 잃어 지리산의 비에 대한 공포가 없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대한민국 기상청을 믿어 보기로 하고 비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 우의는 물론 배낭 커버조차도----.

  11경 배낭을 울러 메고 아파트를 나서니 경비아저씨 “어디 가세요” 하면서 아는 체를 한다.

  “등산 갑니다.”
  “아니 이 비속에요”
  “남쪽에는 비 안와요”
  “아무리 그래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다. 이해한다. 어제부터 서울에 내린 비만도 200mm가 넘는데. 나도 배낭 메고 우산들어 보기는 처음이다.

  지하철을 타니 다른 사람들 눈치도 거의 비슷하다. 마치 실성한 사람을 보는 눈초리다. 동서울터미널 도착하여 TV를 보니 강원도, 충청 지역 수해 보도 자막이 화면 아래로 흘러 가고 비내리는 소리에 귀가 따가울 정도다.

  12시 백무동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니 80% 정도가 나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다. 드디어 외눈박이 동네를 탈출하여 양눈박이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비는 무섭게 쏟아 진다. 친구 배낭 커버랑 우의 책임지기로 했는데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 사실 비가 좀 심각하면 포기할 생각이다. 내 나이 만으로 마흔 넷, 20대도 아니고 ----


   어둠을 뚫고 별을 헤면 간다

  7월 29일 03시 35분. 거의 질주하듯 달려온 버스는 별이 총총한 지리산하고도 백무동 계곡으로 나를 옮겨 놓았다. 이른 새벽의 산 공기가 참 신선하다.

  어제 밤 서울에서 전화로 새벽 밥을 예약해 두었으나 4시라는 말에 당황해 하시는 식당 아주머니의 노고를 생각해서 4시 반으로 시간을 변경했으니 지금부터 약 한시간 가까이 시간을 죽여야 한다.

  빈속으로 산을 오를 수도 없고 거의 연례 행사로 산을 찾는 동행과 야간 산행을 할 수도 없으니 다른 도리가 없었다.

  4시 20분. 준비를 하려면 일어 나셨겠지. 사실 이 집은 ofof.net에서 연락처를 알아 전화를 했을 뿐 위치는 고사하고 상호도 모른다. 미안함 마음으로 전화를 돌리지 잠에 젖은 목소리가 대답을 한다.

  “아까 나가 보니 사람이 없어서요”

  제법 건 반찬에 어제 식구들 먹으러 끓였다는 추어탕이 제법 맛이 있다. 막걸리 한 사발만 얻어 먹자니 기꺼이 들고 온다. 고운 인심이다.

  5년 사이 여섯번째 오르는 길이건만 늘 두렵다, 이번에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오를 수 있을지.

  물통 채우고 작년에는 하산했던 그리고 3년 전에는 올랐던 그 길을 나선다. 3년 사이 바뀐 것이 있다면 세 살의 나이를 더 먹었고 다른 한 부자는 일본에 거주하는 탓으로 또 나의 아들은 발가락 골절로 6명의 일행이 셋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5시 10분 출발. 천왕봉까지 5시간 목표다. 3년 전 이후 한번도 산을 찾지 않는 친구를 배려한 탓이다. 총 시간 12시간이 목표다. 해가 빠지기 전까지만 숙소를 잡아 둔 중산리에 도착하면 된다.

  일단 하동바위까지 가야 하는데 참샘, 망바위를 거쳐 장터목산장, 천왕봉, 로타리산장에서 점심 그리고 중산리.

  1시간정도 걷다 보니 드디어 염려한 사태가 벌어졌다. 친구가 토하기 시작한다. 3년 전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들이 제법 중3이 되어 이제는 짐이 아니라 우군이다. 아버지 등을 두드리는 모습이 제법 대견하다.

  06:29
  때론 멀리 앞서기도 하고 때론 손을 잠아 끌며 하동 바위까지 왔다. 아래 쪽에서 다리위에 서 있는 이 부자들의 사진을 3년 전 찍어 준일이 있는데 등산로 입구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던 기억은 못하는 녀석이 이 곳에는 반응을 보인다.

  07:13
  참샘까지 왔다. 아마 지리산 등산로 중에 있는 샘중에 선비샘과 함께 가장 수량이 가장 풍부한 곳일거다. 사람손에 익숙해진 다람쥐 몇마리가 우리 주위를 맴돈다. 도시 생활에 젖은 친구 아들은 신기함을 감추지 못하고 배낭을 열러 가미 밤을 길거리에 하나 둘 던져 놓으니 거의 손에 잡힐 듯 다가 서는데 이 광경을 반겨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다소 기운을 차린 친구는 다시 신발 끈을 동여 맨다.

  다음 정거장은 망바위. 지리산의 특징중 하나는 등정로에서 산 전체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한 두 곳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마 중산리에서 올라오는 망바위와 법계사 바로 위 너덜바위 그리고 이곳 백무동길 망바위가 대표적이지 싶은데 중산리 쪽 망바위는 치켜 보아야 하는 반면 이곳은 거의 등성이와 같은 레벨에서 볼 수 있고 멀리 세석산장 심지어 노고단 쪽까지 지리산 북쪽 방향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굳이 이곳을 등산로로부터 작은 밧줄로 격리시켜 두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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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6.08.09 22:06
    그리운 지리산병 그병은 괜찮은 병같습니다,
    과도한 흡연 폭음 화투 포커등 잡기병에 비하면 값도 저렴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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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성 2006.08.11 22:09
    "더운 날씨가 찾아 오면 마치 어떤 의무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엉덩이가 들썩이니" 저도 그렇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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