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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248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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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08:22 중산리에서 시작하여 로타리산장-천왕봉-장터목-뱀사골산장-노고단-화엄사로 7월 26일 18:15까지 43세의 고등학교 동창 둘이서 지리산을 종주하였습니다.

혹시 다른분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하여 한 네번정도 나누어 올릴까 합니다.

2002년부터 네번째인데 이제 국내에서는 더 도전할 곳이 없네요.


이 정도이면 습관이거나 아니면 병이다. 2002년부터 새로이(1988년 이후) 시작한 지리산 등산이 이제 그냥 길을 걸어도 땀이 밸 정도로 더워지면 나를 부르는 곳이 있다- 지리산.

금년에도 하릴없이 생각이 나 작년 동행했던 세부자중 한 친구에게 작년과 같은 날인 8월1일 다시 가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으나 곡절 끝에 금년에는 아들을 두고 또 다른 친구와 둘이서 종주를 하기로 결심했다.

종주!
반드시 산속에서의 숙박을 필요로 하고 그래서 산장을 예약하고자 애를 썼으나 세석을 먼저 그리고 뱀사골로 이어지는 일정 외에는 불가능하여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역방향으로 코스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7월 24일 밤 용산역에서 정말 오랫만에 기차를 타고 설산을 찾은 부다의 심경으로 진주로 향했다. 무슨 연유인지 홍익회에서는 소주를 팔지 않았다. 친구는 남대문에서 배갈잔 크기의 앙증맞은 잔을 두개 사 왔고 이 잔으로 산신제(?)를 위해 준비했던 200ml 팩소주와 최후의 보루-육포를 안주로 장도를 비는 한잔을 마신 후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이 친구 지리산을 북한산정도로 생각하는 구만 장난감이나 준비하고----

남들은 다 구례구에서 내려 화엄사를 시발로 서에서 동으로 향하는데 우리는 동에서 서로 이동해야 하니 앞으로 도 한 두시간 순천-광양-하동-진주로 가야 한다. 처음 가는 코스라 시간 대중을 할 수도 없고 진주가 종착역인지 도 모르고 탔으니 역을 놓지면 안된다 싶어 잠을 청하지 못하는데 속편한 친구를 빈자리로 옮겨 누웠다.- 징한 넘. 지리산이 처음인 저 태평을 끌고 종주하려면 고생길이 훤하다.

4시20분 진주역 도착. 중산리로 가는 첫버스는 6시20분. 앞으로 2시간을 죽여야 한다. 당분간 앉아서 일보기 힘들거라는 생각에 진주역 좌변기에 앉아 폐기물 처리하고 둘 배낭 뒤짚어 균등하게 짐을 나누어 담았다. 개인화기는 각자가. 공용화기는 공평하게.

집에서 출발할 때 달아 본 무게가 25Kg. 내가 장을 보았으니 꽤 무게가 줄었겠다 싶었는데 웬걸 여전히 어깨는 무겁고 이런 중압감은 마지막날 점심을 해먹고 넣어 다니던 쓰레기까지 노고단대피소에서 처리하고서야 벗어날 수있었다.-산속에서는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 3일동안 생긴 모든 폐기물을 배낭에 넣고 다녔고 오직 노고단대피
소에는 차량 접근이 가능하므로 쓰레기통이 있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진주시외버스 터미날에서 정말 맛없는 아침을 백반으로 떼우고-절대 터미날 안에 있는 식당 이용하지 마시오- 중산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열차에서 못다한 잠의 뜸을 마저 들이고 나니 몸이 상쾌하다. 예정된 코스에서 는 계곡을 보기 힘드니 중산리 계곡에서 당분간 힘들 치약을 이용한 양치를 하고 드디어 장도에 오른다.

“저기 보이는 것이 천왕봉이다”
“가깝네”
“힘들다”
“보이는데”
“표고차가 1500m정도다. 거리가 9000m Sin각 계산해 봐라. 마음 단단히 먹고”

사실 천왕봉으로 오르는 가장 빠른 코스이지만 지리산 등정 코스중에 가장 힘들다.

중산리 매표소 앞. 입장료를 내고 물통을 채우고 막걸리 한잔 하겠느냐고 물으니 싫단다-서서히 정신이 드나 보다.

법계교에서 사진 한장-2004년 7월 24일 08:22
역사적인 순간이다.

2002년 이곳으로 우리집 부자와다른 친구부자가 산을 올랐을 때는 필름을 잘못 넣어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전부 인데 디지털이 좋다. 찍고 확인하고 잘못되면 또 찍고

지금부터 뻔히 보이는 저곳을 향해 9Km, 4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

칼바위까지는 뒷산오르는 기분으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별로 믿기지 않는 전설을 써둔 간판뒤로 사진 한장 박고. 차츰 경사는 심해지고 숨결이 거칠어 지기 시작한다. 흙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늘 접하게 되는 계단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계단-지리산 등반에서 계속되는 악마다.

두 시간 정도 걸어 망을 본다는 망바위에 도착하니 뱀 한마리가 앞을 가로막고 섰는데 쉬 쫓기가 좀 그렇다. 요즘세상사 잘 풀리지도 않는데 괜히 사고치지 말자. 기다렸다가 바위에 오르니 역시 멀리 사천 앞바다가 보이는 좋은 Vista Point이다. 여기서도 천왕봉이 보이는데 역시 느끼는 거리에는 변화가 없다.

친구 왈 “두시간 걸어 왔는데 그대로네---“
-지금까지는 스파링이야. 이제부터 너는 죽었다---

첫 기착지 로타리산장/법계사에 도착했다. 할딱이는 친구를 뒤로하고 배낭안에 들어 있는 토마토를 물에 좀 담구어 두면 더 맛이 있으리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해 가 보니 토마토를 담구어 식힐 여건은 안되고 토마토와 삶은 계란 두알씩과 비스켓 조각으로 점심을 때웠다.

자 지금부터 고행의 시작이다. 중산리코스중 가장 험난한 구간인 로타리산장-천왕봉. 계속되는 가파른 돌길, 수시로 나타나는 철계단 그리고 간혹 손을 내미는 로프. 내 친구는 유난히 로프를 싫어 한다. 가능하면 안 잡으려고---. 이상하다. 나는 다리의 힘을 손이 덜어 주니 좋기만 한데.

길이 힘들수록 말수는 줄어 들기 마련이고 또 앞이나 위를 쳐다보는 회수도 줄어 든다. 간간히 뒤를 돌아 보면 친구는 보이지 않고 때로는 기다리기 위해. 때로는 힘들어서 쉬며, 가며 보조를 맞춘다.

사실 이 3km의 구간은 그냥 가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포기하고 하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마지막 약 1km 구간은 참 힘들다는 표현외에는 글쎄? 이 모퉁이 돌면 바로 눈앞인데 저 모퉁이 돌면 다시 멀어져 있고. 마치 어린시절 연예하는 기분이다.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음을 확인하고 잠시 숨을 노고단 방향에 있는 운해가 하도 고와 사진 한장 찎고.

나머지 약 500m 구간을 기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마 세번 이상 쉬지 않았나 싶다. 옆에 가족이 왔나 본데 부모와  아들중 막내인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드디어 한계를 넘었는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마가 달래고 아빠가 얼르고. 2002년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손목을 잡고 왔을 때 바로 이곳에서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빠 왈”산 높이가 이 정도이면 한번에 못 가. 그래서 높은 산은 다른거야.”

2002년과는 달리 이제는 로프를 잡지 않고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길을 만들어 두었다. 더욱 고마운 건 그 길의 끝이 정상쪽으로 100m 정도 옮겨져 있어 거리를 줄여 주었다.

그곳에 도착했다.
꼭대기다.
6개월만인데 그래도 새롭다.
한순간에 피로가 사라지고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누가 썼는지 필체 한번 좋다.
2004년 7월 24일 14:42 출발 4시간 20분만이다. 1차 목표를 차질없이 달성했다. 초행길의 친구가 장하다.

가벼운 포옹으로 서로의 노고를 치하한다. 땀으로 범벅이 된 40대 초반의 남자끼리 포옹이지만 그래도 참 좋다.

일차적으로 할 일은 사진 찎는 일.
다음 집에 전화하는 일-어찌 보면 상당히 치기어린 행동이다.
그리고 정상주. 집에서 가져온 인삼주에 육포 안주 그리고 마지막 숨겨 둔 토마토 한 알. 친구 왈”그래 토마토를 여기까지 들고 온 이유를 알겠다.”- 구만리 장천을 나는 대붕의 뜻을 참새가 어찌 알리오

어디선가 설문 조사를 한적이 있다고 한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정상에 서서 하는 일반적인 행동. 집에 전화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1위라는데. 옛날 핸펀 없던 시절에는 뭘 했을까?
  • ?
    허허바다 2004.08.04 22:50
    정말 생생한 산행기입니다.
    "마치 어린시절 연예하는 기분이다." ㅎㅎ
    특히 힘든 과정을 시간대별로 실감나게 표현하셨습니다 ^^*

    곧 저도 그리 갈텐데... 아이고~~
    체력 훈련하지 않아 헥헥거리게 생겼습니다...
    (겁 먹고 있음... 으으~~~)

    다음 편은 언제 나오나요? (욕심이 좀 많죠?)
  • ?
    부도옹 2004.08.04 23:42
    힘든 여정을 시작 하셨네요.
    숨고르며 다음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자~~ ^^*
  • ?
    오 해 봉 2004.08.05 00:02
    무더운날씨에 신나는 산행이 시작되는군요,
    삼복땡볕에 4시간20분이면 대단한 실력이네요,
    물은 부족하지 않았나요,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니 한결쉽겠지요,
    1차목표달성 축하합니다.
  • ?
    정민기 2004.08.05 08:14
    저도 2002년 고등학교 동창 2명과 역코스로 종주했던 기억이
    새롭군요. 20 여년전 땀내나는 서로의 몸을 부비며 힘들때마다
    서로를 위로하며 매트위를 뒹글었던 시절...
    그때를 회상하며 힘들때마다 서로를 북돋으며 종주를 했었죠.
    기나긴 여정~ 기다려집니다.
  • ?
    인자요산 2004.08.05 08:49
    시간여유와 기본체력이 있으면
    종주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중간에 하산하고
    지리산이 좀더 겸손해진 다음에 오라합니다
    그거 아무나 하는게 아니데요
    친구분과의 우정도 돈독히 쌓고...
    지리종주를 축하드립니다
  • ?
    sagesse 2004.08.05 10:17
    그 코스,,, 정말 잊을 수가 없지요.
    지리산 첫 중주를 계획하는 내게 "숨 한 번 뒤면 칼바위고, 한 걸음 크게 내딛으면 천왕봉이니 걱정말고 다녀오라"는 친구의 꾐에 빠져, 그것두 낮 11시에 중산리 도착해 산행을 시작했으니 나중엔 뒷골이 땡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 기억이 너무 지긋지긋해서 그 이후로 그 코스는 단 한 번도 안갔고, 또 가볼 생각도 하질 않습니다.
    근데 거기가 너무 험난해서였을까요? 오히려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긴 거리는 그냥 걷는 기분이더라구요.
    이제 강산이 두 번 바뀔때쯤 됐으니 저두 한 번 그 길에 빠꼼... 얼굴 한 번 내밀어 볼까요?
    친구분과의 우정,,, 부럽습니다. 다음 편을 기다리며...
  • ?
    행개미 2004.08.11 10:41
    오대산 산행후 돌아오는 길에 전화가 울렸죠!
    "야! 천왕봉이다."
    정말 샘났습니다. 특히 성지니 행님은 못갈줄 알았죠!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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