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찾아 - (2)


함양군 휴천면 남호리 한남마을 앞에서 한남교를 건너 운서리 운서마을 뒤편을 돌아가면 문정리에서 들어오는 길이 있다. 이 길로 급한 오름을 오르면 고개마루 정상에 물탱크가 보이고 그 좌측으로 숨은 길이 하나 나온다. 바로 운암마을 가는 길이다.

1차선 콘크리트포장 도로로 종점이 다왔다 싶을 즈음 계곡을 하나 건너는데 한쟁이골을 가로지르는 교량이며, 이곳에서 조금 더 오르면 함양해동검도수련장이 나온다. 그 위쪽은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등산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전면을 바라보면 멀리 함양독바위가 보이고, 좌우로 상대날등과 황새날등이, 그리고 그 사이를 음지골(또는 응달골)이 흐른다.

독바위 앞에 ‘함양’이 붙은 것은 지리산 상에 3군데의 독바위가 있기 때문이며, 그 하나가 남부능선상에 있는 하동독바위이고, 또 하나는 동부능선, 즉 쑥밭재와 새봉사이에 있는 산청독바위와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산중에 홀로 외로이 있다해서 홀로독獨자를 쓰기도하고, 독아지 모양을 닮았다해서 옹암甕岩이라 부르는 곳도 있으며, 상투를 틀어 올린 모습과 같다하여 상투바위라고도 부른다.

함양독바위 역시 멀리서보면 선비가 묵상에 잠기듯 상투를 틀고 가부좌를 하고있는 모습이고, 흘러내린 양 지능은 양팔을 가지런히 모아 무릎위에 얹은 모습이 연상되어 산 아래 마을은 자연스럽게 선비고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또한 음지골은 흐름의 방향이 북향이어서 붙여진 이름이겠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포근한 기운이 묻어난다.

해동검도 수련장을 지나 음지골 방향으로 나가면 독경소리가 들려오는 적조선원이 나타나고, 곧 마지막 인가인 독립가옥 한 채를 맞는다. 10여 년 전 들어왔다는 40대 후반의 부부인데 젊어서는 맹열 산꾼이었다한다.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경사가 완만한 오솔길을 오르면 함양군에서 빨치산 흔적들을 찾아 조성해 놓은 산죽비트에서 마네킹이 먼저 반긴다. 이곳에서 좌측 계곡을 건너 500여m를 가면 아직도 빨치산 흔적이 남아있는 박쥐굴이 있는데 표지기는 달려있지만 길은 온전치 않다.

이 비트를 지나면 산죽밭 사이로 길이 이어지다가 곧 짧은 오름길 하나를 오르게 된다. 바로 6.25전까지 인가가 있었다는 노장대마을 입구이다. 상당히 너른 분지를 이루고 있는 이 곳은 이상향을 찾아든 전설이 있는 동네였지만 전쟁통에 상처만 남은 소개된 마을이다. 적군보다는 아군에게 더 피해가 많았다는...

참고로 함양군에서 설치한 표지판상의 노장대는 함양 독바위를 표시한 것이다. 노장대는 아직 밝혀진 장소나 명칭유래는 없지만 마을 주민에 따르면 늙은 장군(老將)의 묘가 있었다는 곳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 생각에는 한문을 직역한 듯 싶으며, 노장동의 또 다른 이름 아닌가 한다.

지장사 터는 마을터 한 중심에 있는 돌배나무에서 좌측 계곡을 건너야 한다. 듬성듬성 묵정밭 터가 나타나고 그 끝머리쯤 가면 주춧돌 흔적이 역력한 건물터가 보인다. 여기서 첫 번째 지능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뚜렷한 길이 보이고 조그만 계곡이 또 하나 나타나는데 바로 부도골이다. 6.25전까지만해도 3기의 부도가 있었다하나 지금은 알 길이 없다.

이곳을 지나 우측전면, 즉 상대날등 사면을 보면 뚜렷한 석축흔적을 볼 수 있다. 바로 지장사 터이다. 좁은 골짜기 임에도 상당히 넓은 면적의 평지가 분산되어있다.

추측컨대 엄천사가 김종직이 조성한 관영차밭과 인목대비의 시주기록, 그리고 조선조 후기(1783년 정조7년)기록에 까지 남아있었던 것을 보면 상당히 큰절이었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마도 지장사는 엄천사의 말사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산중이어서 자족할 만큼의 여유부지가 없고, 당시 불교의 특성상 주변 부속암자가 산재했던 것을 보면 수도도량쯤이 맞을 듯 싶어서다.

여기서 모퉁이를 돌면 상대날등 상의 헬리포트가 나온다. 화암에서 거머리재, 한쟁이골을 건너 감태밭골을 넘어오는 길이자 김종직선생이 올랐던 길로 추정되는 코스의 포인트에 해당하는 곳이다. 능선을 직등하면 황새날등에서 올라오는 능선의 꼭지점까지는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고, 그 중간 장군봉 부근에서 금낭굴을 찾아갈 수 있으나 이곳 역시 길이 완전치 않다.

이곳에서 김종직선생은 비로소 말에서 내려 도보행군을 시작한다.

(계속)


-구름모자-

  • ?
    김용규 2006.07.03 16:52
    상세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선답자께서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록 기록중 화암을 휴천면 동강리 뒷 쪽에 있는 당산으로 강하게 추정한 이유는 지장사터가 있는 노장대와 아랫마을(옛 엄천사 절터: 함양군 휴천면 남호리 동호) 사이에 있는 쉼터라 생각하여 화(꽃) 암(바위)를 추정해 나갔습니다. 동강마을 뒷산 이름이 바로 꽃봉산이거던요.
    구시락재를 넘기 전 바로 왼편 산 이름이요.

    바로 그 아래 유일한 쉼터가 있으며 화암과 맞아 떨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지금도 그곳에는 수령 800년이 됨직한 팽나무가 있으며 거대한 느티나무가 많이 서 있기도 하며 1963년 진주 촉석루 중건을 할 때 그곳 느티나무 한그루를 베어 지금의 촉석루 기둥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 ?
    구름모자 2006.07.04 13:40
    김용규선생님 소중한 고향자료 감사합니다
    아직은 답사수준이지 소상하게 읽어내지 못하여 제 글은 언제나 미완성입니다
    그렇기에 김선생님의 자료가 더 없이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금 더 필력을 키워 완성된 글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67 숨소리도 애달픈 내원골(2) 1 구름모자 2009.08.05 5000
66 돌려주고싶지 않은 이름 선유동 - 1 2 구름모자 2006.02.15 4408
65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 찾아 - 마지막 6 file 구름모자 2006.07.05 3872
64 봄, 그리고 지리산 8 구름모자 2007.04.12 3778
63 이곳은 지리산 맞다 2 구름모자 2006.08.02 3297
62 잃어버린 30분 - 2 5 구름모자 2006.12.19 3158
61 잃어버린 30분 - 1 1 구름모자 2006.12.18 3113
60 봄이 오는 길목에서 - 2 (싸리골과 빗기재골) 4 구름모자 2006.03.08 2995
»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찾아 - (2) 2 file 구름모자 2006.07.03 2995
58 비탄과 고통의 벽은 허물어질 수 없는가? - 2 1 구름모자 2006.04.04 2946
57 얼음은 풀려도 쐐기는 박혀있다(얼음쐐기골) - 1 6 구름모자 2010.08.23 2891
56 여유 4 구름모자 2005.01.11 2839
55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 찾아 - (1) 2 구름모자 2006.06.30 2815
54 제비처럼 날아 오르다 - (3) 3 구름모자 2008.11.10 2814
53 깊고 깊은 골짜기 조개골 - (1) 2 구름모자 2008.11.13 2803
52 박달내와 삼신산 - 1 1 구름모자 2006.02.01 2779
51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 찾아 - (3) 1 file 구름모자 2006.07.04 2756
50 제비처럼 날아 오르다 - (1) 3 구름모자 2008.11.06 2733
49 얼음은 풀려도 쐐기는 박혀있다(얼음쐐기골) - 2 3 구름모자 2010.09.16 2707
48 역사는 잊혀질 수는 있어도 없어지지는 않는다 - 3 (단천지능) 8 구름모자 2006.01.09 26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