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6.02.01 10:44

박달내와 삼신산 - 1

조회 수 2779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박달내와 삼신산


단천檀川의 우리 고유명칭은 박달내이다. 후에 음운변화로 박단골(박단샘도 같은 의미), 박천골로 변형되기도 하였지만 의미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왜냐하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檀’과 ‘박달’이기 때문이다. 이 단어의 의미는 작게는 박달나무요 크게는 우리나라 시조인 단군을 의미한다.

박달은 우리나라 고어에서 밝달, 즉 배달白達이다. 여기서 ‘달’은 양달, 응달에서 알 수 있듯이 ‘땅’이란 의미이다. 따라서 밝달은 밝은 땅이 되고, 단군檀君은 곧 밝은 땅의 임금이라는 의미이다. 천상의 신이었던 환인, 환웅의 ‘환’ 역시 한문으로 변형되었을 뿐 ‘환’은 환하다 즉 밝다는 뜻이니 이 역시 같은 의미이다.

박달의 또 하나 의미는 박달나무이다. 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의 시작과 함께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삼국유사 기이편紀異篇에 나오는 단군신화를 보면 환인의 아들 환웅이 인간세계로 내려올 때 신단수神檀樹를 매개로 지상에 등장한다.

즉 하늘과 인간과의 관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하는 신격화된 나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나무가 곧 박달나무이다. 겨자씨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내는 종교적인 특성과 견주어 보면 보통나무와는 격이 달라도 한참이나 다른 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 하나 살펴볼 것은 삼신봉이다. 삼신산이란 원래 중국의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이었다. 우리나라의 삼신산은 지리, 한라, 금강산을 일컫는 다는 설과 중국 삼신산과 같은 의미로 금강산을 봉래산, 지리산을 방장산, 한라산을 영주산으로 불렀다는 설이 있다.

또한 어떤 학자는 삼신산이란 원래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적 뿌리인 삼신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 민족의 성산聖山인 백두산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 민족의 심성과 혼 속에는 삼신신앙의 씨앗과 보이지 않는 혼맥魂脈이 이어져 있다는 뜻으로 백두산의 의미를 민족혼의 뿌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백두산이 존재하지 않으면 우린 일본과 같은 섬나라일 뿐, 아시아를 넘어 유럽, 아프리카대륙과 연결된 반도일 수가 없다는 것이니 그 의미 또한 대단한 것임은 틀림없다.

‘삼’이라는 숫자 역시 민족의 역사와 대단히 관련이 많다. 원래 삼이란 수리학에서 가장 의뜸이 되는 수이다. 동양학에서는 삼은 만물을 낳는 수, 또는 만물이 생生한다는 수이다. 비근한 예로 삼신할머니 역시 출생을 의미하는 산신産神이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인간의 사유와 의식을 구분하는 가장 으뜸인 수를 삼으로 보았다.

단군신화를 보면 우리나라 시조는 환인, 환웅, 단군의 삼신이었다. 즉 초월적인 위치의 하늘 신인 환인에서 인간세계로 강림하여 지상의 역사로 전환되는 환웅, 그리고 지상에서 새로이 탄생하여 인간의 역사를 시작하는 단군이 있음으로 해서 단일민족의 역사성과 유구성을 입증한다.

또한 환인은 환웅이 인간 땅에 내려올 때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사람을 다스리게 한다. 그것이 곧 하늘의 신성성을 인간세계까지 이어서 널리 이롭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박달’과 ‘삼신’의 의미가 지리산의 한 중심도 아니고, 주능에서 남쪽으로 한참이나 뻗어내린 지능 어느 한봉우리, 그것도 해발 천이백에 불과한 이 작은 봉우리에 붙어있는 것일까?

생각이 여기에 멈추어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데 마침 매우 흥미있는 새로운 학설 하나가 눈길을 끈다. 그것은 경상대 윤리교육과 손병욱교수가 '단군학 연구 11집'에 발표한 “박달내 각자바위의 함의와 그 주인공에 대한 고찰”이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박달내 바위에 있는 네 개의 각자가 비밀의 열쇠인데, 얼핏보면 “전최흥명”으로 읽히지만 자세히보면 글의 형태가 조금 다르거나 획이 모자라는 글이다. 손교수는 이 글을 전최흥천명(全崔興天命)으로 읽는다. 이 글자를 다시 뜯어 읽으면 앞의 두 글자, 즉 ‘전全’은 인왕人王 ‘최催’는 선왕仙王으로 단군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군이 천명을 흥성하게 했다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앞으로 단군이 천명을 중흥할 것이란 예언적 의미를 갖는다. 도참사상과 연관지어보면 전주 최씨 흥명은 이 시대의 단군으로 앞으로 천명을 중흥시키고야 말겠다는 예언적의미로, 한자 이름 최흥명의 획수와 모양새를 암호처럼 의도적으로 변형시킴으로써 많은 의미를 담고자 했던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그 바위 각자가 삼신산 아래 박단내에 있다는 것과, 삼신리, 박단내, 박단샘, 박달고개 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곳이 칠불사, 쌍계사와 직선거리로 같은 거리에 있고, 쌍계사의 유, 칠불사의 불과 함께 이곳을 선의 위치로 보아 이곳을 유불선의 으뜸 자리로 본 것이다. 여기에서 빠질 수 없는 각자를 새긴 주인공은 지리에서 18년간 머물렀고, 단군에 대한 남다른 의식이 있었던 휴정 서산대사로 추정한다. 그의 속성俗姓이 전주 최씨였기 때문이다.

과연 그 시대에 서산대사가 개벽을 꿈꾸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역사의 의미를 집어내어 우리의 관심을 갖게 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에 관한 어느 자료를 찾아봐도 “지리산은 예로부터 삼신산, 방장산, 불복산으로 불리어 왔으며...”하던 의미 없는 반복이 그 산 한 자락 지능 아래에 들어있는 조그만 자연부락 마을이름 하나에서 이렇게 끝 모를 깊이로 다가올 수 있음은 이 산자락 어디에도 역사는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이 산을 오르는 이유처럼...


(계속)


  • ?
    섬호정 2006.02.02 06:58
    각자를 새긴 주인공은 지리에서 18년간 머물렀던,
    단군에 대한 남다른 의식이 있었던 휴정 서산대사...

    산 한 자락 지능 아래에 들어있는 조그만 자연부락 마을이름 하나에서 이렇게 끝 모를 깊이로 다가올 수 있음은 이 산자락 어디에도 역사는 남아있다는 뜻...

    삼신산의 쌍계사,..... 지리산을 어우르는 이름들...
    그냥 지나칠 번 하던 내력과 역사를 님의 글에 새삼 새겨 읽습니다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47 봄, 그리고 지리산 8 구름모자 2007.04.12 3778
46 잃어버린 30분 - 2 5 구름모자 2006.12.19 3158
45 잃어버린 30분 - 1 1 구름모자 2006.12.18 3113
44 이곳은 지리산 맞다 2 구름모자 2006.08.02 3297
43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 찾아 - 마지막 6 file 구름모자 2006.07.05 3872
42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 찾아 - (3) 1 file 구름모자 2006.07.04 2756
41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찾아 - (2) 2 file 구름모자 2006.07.03 2995
40 잊어버린 길을 따라 잃어버린 마음 찾아 - (1) 2 구름모자 2006.06.30 2815
39 비탄과 고통의 벽은 허물어질 수 없는가? - 2 1 구름모자 2006.04.04 2946
38 비탄과 고통의 벽은 허물어질 수 없는가? - 1 5 구름모자 2006.03.30 2251
37 봄이 오는 길목에서 - 2 (싸리골과 빗기재골) 4 구름모자 2006.03.08 2995
36 봄이 오는 길목에서 - 1 (싸리골과 빗기재골) 1 구름모자 2006.03.07 2482
35 돌려주고 싶지 않은 이름 선유동 - 3(내원골) 4 구름모자 2006.02.22 2519
34 돌려주고 싶지 않은 이름 선유동 - 2(선유동) 1 구름모자 2006.02.16 2199
33 돌려주고싶지 않은 이름 선유동 - 1 2 구름모자 2006.02.15 4408
32 박달내와 삼신산 - 2 3 구름모자 2006.02.02 2157
» 박달내와 삼신산 - 1 1 구름모자 2006.02.01 2779
30 역사는 잊혀질 수는 있어도 없어지지는 않는다 - 3 (단천지능) 8 구름모자 2006.01.09 2677
29 역사는 잊혀질 수는 있었도 없어지지는 않는다 - 2 (수곡골) 6 구름모자 2006.01.05 2256
28 역사는 잊혀질 수는 있어도 없어지지는 않는다 - 1 1 구름모자 2006.01.05 241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