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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잊혀질 수는 있어도 없어지지는 않는다(수곡골-단천지능)


대성골은 크게 영신봉에서 시작하는 큰세개골, 칠선봉에서 시작하는 작은세계골과 남부능선상에서 시작하는 새양골, 수곡골의 4개의 골짜기로 이루어지는데 굳이 원류를 따지자면 가장 깊숙하게 들어선 큰세계골이라 할 수 있다.

수곡골은 오래전 화전을 일구던 마을에서 유래 되었다하나 지금은 묵정밭으로 변해버려 사람대신 방목하는 가축들의 터전이 되어버렸지만,

이 산기슭에 고유명칭이 남아있다 함은 마음 되새겨 유심히 살펴 볼 일이다. 이 골짜기는 불과 30여년 전만하더라도 거림과 대성골을 넘나들던 수곡재가 있었고, 52년 1월 백선엽장군이 이끌던 백야전전투사령부의 대성골 토벌 당시 아비규환의 불바다를 뚫고 거림으로 탈출을 시도했던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이 단순히 피비릿내 나는 역사적 사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곡재가 있는 남부능선이 바로 낙남정맥이니 산경표의 산줄기 나눔 의미가 그렇듯 거림과 의신의 기초생활이 확연히 달랐음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다 아는 것처럼 영신봉에서 시작하는 남부능선을 경계로 거림 방향은 남강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줄기이며, 의신 방향은 섬진강줄기이다.

다시 풀어보면  거림은 낙동강지류의 최상류 지역이고, 의신은 섬진강의 하류에 위치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거림은 생활의 바탕이 산촌문화였겠지만, 의신은 남해와 가까워 거림보다는 쉽게 바다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물길이 낮아 소금이나 새우젓, 그리고 어패류들을 싣고 물길을 거슬러 오르던 나룻배는 없어 졌지만, 근세에만 하더라도 강어귀 주막에서 들리던 육자배기가락이나, 지리산 고개를 넘나들던 장돌뱅이들의 전설이 남아있는 것은 민초들의 숨은 역사를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면 화개장은 산山 것이며, 물水 것이 성시를 이루었음은 삼척동자도 알만큼 쉬운 일이며, 위치가 그러하니 사람들이 모여든 건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살펴본다면 수곡재는 경상도와 전라도가 함께 어우러지고, 산촌문화와 어촌문화가 넘나들던 통로였다.

그 뿐인가?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장소이자 피비린내가 있었던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내가 여기를 다녀와서 느꼈던 감정은 아무리 교통이 발달하고, 쉽고 편한 것에만 익숙해진 시대라 하더라도 현대문명의 이기가 우리 민초들의 삶과 역사마저 쉽게 지워버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기도 하였지만,

보호라는 미명하에 금지라는 강제적 수단이 동원되어 나타나는 허무함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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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6.01.25 18:41
    구름모자님의 유익한 연재글 잘 읽고 감사드립니다

  1. No Image notice by 운영자 2002/05/22 by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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