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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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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은티마을 - 지름티재 - 희양산정상 - 산성길 - 은티마을




대간 길에서 가장 기가 세고 기운이 충만한 곳으로 알려진 희양산은
문경새재에서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등줄기에 솟은 바위봉우리로
이화령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걷다 보면 지나게 된다.
현재 이곳은 봉암사 소유의 사찰림으로 남쪽에서는 오를수 없고
산의 뒤편 북쪽 은티마을로 올라가거나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접근 할 수 있다.

아침인데도 뙤약볕이 수직으로 쏘아 댄다.
이름도 예쁜 산아래 은티마을은 소박한 가게와 주막 급 식당 몇 개만이 한적하다
마을 느티나무 옆 소다리를 지나자 양옆으로 과수원을 끼고 있는 삼사 킬로 시멘트 포장길이 사라질듯
구불구불 산 쪽으로 이어져 있다.
최근에 포장한 듯한 뽀얀 신작로는 겨우 차 한 대나 경운기가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다.
한참을 깔딱 깔딱 돌아 올라가노라면 어느새 꽤 높은 고도 점에 이른 듯하고
도로 끝에 그럴싸한 정자가 지어져 있고 '백두대간 희양산' 입석이 서 있다.
여기서 산행은 시작되는데
보통 지름티재로 올라 희양산 정상 거처 산성 길로 하산하여 은티마을로 내려오거나
우측 구황봉 거쳐 지름티재로 가는 좀 더 긴 코스가 있다.
뒤이어 올라온 소모임 산악회 회원들이 구령 맞춰 제대로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다.
등산로 입구엔 입산금지 벌금 부과 등의 문구를 쓴 강경한 안내판과
등산 전 스트레칭을 하라는 환영성 플래카드가 함께 있어 어리둥절.
한쪽에서는 적극 제지시키고 한쪽에서는 은근 독려하는 분위기다.

대문짝처럼 활짝 열려 있는 임도로 들어선다.
근자에 도로 정비를 한 듯 큰 돌덩이를 간격 있게 쌓아 수해에도 끄떡없이 해놓았고
양옆에는 드문드문 단풍나무 가로수도 심었고
앉아서 쉴 수 있을만한 의자와 정자도 군데군데 설치해놓았다.
어느 정도 다리 풀기가 끝날 즈음 성터로 오르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을 만난다.
입구엔 각 산악회 단체들의 끄나풀들이 주술에 걸린 듯 한 방향으로 나풀거리고
움푹 움푹 들어가 해골의 형상이 된 큼지막한 바위가 등산로 입구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쪽은 하산길로 잡기로 하고 곧바로 직진하여 지름티재로 향한다.
좌우 정비가 잘되어 있는 산속의 신작로를 따라 땀나게 오르다 보면
점점 도로폭이 좁아지고 백여 미터 가파른 고개마루를 치면
구황봉과 희양산 사이 지름티재다.
아래서 산악회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직벽 구간으로 올라 산성 길로 하산하는게 보통 여기 등산의 암묵적인 약속이라나.?










기름칠 해놓은듯 미끄럽다해서 지름티재인가.
지름티재에 올라서니 정면에 목책이 설치되어 막혀 있고 119 제3지점 표지판 옆에
또다시 봉암사 소유의 사찰이니 넘어오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성 문구가 세워져 있다.
왼쪽으로 백두대간 코스를 따라가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산행 시작 전에 해발 998미터밖에 안된다해서 별거 아니거니 널널하게 생각했지만
전체적으로 암산인데다가
능산 안부 직전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몇백 미터의 급경사면이 당황스럽다.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쭈뼛 짜릿해지는 대롱대롱 밧줄 길이다.
경사각이 직벽에 가까운 슬랩 구간을 낑낑거리고 오르는 데에만 30여 분이 걸릴 정도.
팔꿈치도 이용하고 무르팍도 써야하니 긴 팔에 긴 바지 갖추길 잘했다.
앞도 뒤도 낭떨어지 절벽에 맞닥드리니 정신이 또릿또릿 해지고
내내 늑적지근하던 몸은 에너지가 활성화 되는 듯
온 근육이 탄력 있게 반응하며 사뿐사뿐 날아오르고 있다.
그 옛날 대간 길에 밧줄도 뭣도 없던 시절 어떻게들 이 길을 오르내렸을까.











절벽 길이 끝난 안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이삼십분쯤 가면 희양산 정상이고
직진하면 백두대간이 이어지며 산성 코스로 내려오는 길이 갈린다.
희양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장쾌한 주변의 조망도 조망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뽀얗다.
바위마다 거기 기대고 살아가는 소나무들이 하나같이 빼어나고 청정 그 자체다.
남쪽으로 봉암사가 있는 봉암계곡이 내려보이고, 그 너머 이름도 알 수 없는 육중한 산들이 너울치고 있는게
우리나라가 온통 산으로만 되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산산산 산이다.
이십 분이면 갈 길을 삼십 분 넘게 해찰해 가며 도착한 정상엔 돌탑이 정상석을 감싸 안고 있다.
산아래 성역 봉암사가 고고하고도 신비롭게 내려다 보인다.
사람들의 발길을 막아서일까.
끊임없는 궁금증이 갈증처럼 일어난다.
그저 못오게 한다고 서운해만 할수 없는 그 이상의 범접할수 없는 경외감마저 인다.
온갖 불편한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지켜 가고자 하는 수행 공간이 먼 섬처럼 보인다.






다시 갈림길로 내려와 백두대간 길을 따라 걷노라면
왼쪽으로 자연석으로 쌓은 산성이 나타나고 성터의 일부 무너져 잘라진 곳이
은티마을로 내려가는 하산 길이다.
급경사이나 위험하지 않은 숲길이 내내 이어지고 한 시간이면 마을로 내려올 수 있다.
산중 여기저기 거대한 바위가 굴러떨어져 있어 옛날에 여기서 뭔 일이 일어났었나 싶다.
떡을 척척 쌓아놓은 듯, 나무 블럭을 쌓은듯 균일하게 절리가 일어난 멋스런 바위들을
두리번거리다 보면 어느새 출발점에 내려서 있다.
은티마을에서 지름티재를 거쳐 희양산 정상까지 두어 시간, 하산하는데 한 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그 이름만으로도 두근거리고 선망이 이는 백두대간 종주.
종주 꾼들이 꼬죄죄한 모습으로 고개 너머 마을로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덩달아 벅차다.

희양산은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의 경계로 우리 국토 단전부분(배꼽 아래)에 위치한다고 한다.
이런 명당에 신라 고승 지증 대사가 세웠다는 봉암사는 평소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사찰로
일반인은 일년중 석가탄신일 하루만 들어갈 수 있다.
대백두대간이 일개 사적인 단체의 소유라니 언뜻 납득이 안되고
산행중 봉암사의 강경한 등산 제지 표지판에 은근히 반감이 일고 부아가 났지만
전후 사정을 알고 나니 나름 이해가 된다.
간혹 등산객과 스님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지자체와도 엇박자가 있지만
희양산 정상을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수행정진 하는 청정도량을 지키기 위함이라 한다.
등산객들의 요란한 소음과 음주 등이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부득이 통제할 수밖에 없단다.
이름 있는 고승들이 모여 한국 불교의 선풍을 크게 일으킨 역사적 발자취도 가지고 있으며
문화재적 가치를 가진 국보 보물급 문화재도 여럿 있고 역사적 의의까지 있으니 새삼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사시사철 사찰과 주변의 토굴에서 깨달음을 향한 극한의 수행이 이루어지고
득도에 이른 이름 있는 선승들을 많이 배출한 유서 깊은 사찰 봉암사.
일년에 하루,
언젠가 그날이 맞아진다면 티끌같은 마음으로 들려보리라.

발자욱 소리조차 남기지 말고 조용히 다녀와야 할 산.
혼탁한 인간 세계와의 간극에 있는
이 불편한 격리가 문득 최후까지 지켜야할 무엇처럼,
후정거리지 않은 상류의 맑은 물처럼 고요히 남겨두고 싶다.
알고 가면 알아서 보이는 것들이 있지만
모르고 가면 몰라서 경이로운 것들이 있다.
희양산이 그랬다.
속세와 물색으로부터 격리된 세계 앞에 실타래 같은 상념들이 가지런해지고
역동적고 극적인 희양산 직벽구간 산행 후 흐므적거리던 몸이 찌릿찌릿 재충전 된 듯하다.








  • ?
    박용희 2012.01.06 06:03
    글도 참 맛나게 쓰셨지만..
    무시무시한 산으로 제 머리속에 입력된 희양산을 이렇게
    사뿐히 다녀오시다니...연하님,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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