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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시문학방

조회 수 201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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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로젯티의 시 'When I'm dead my dearest'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내 죽거던 님이여!슬픈 노래 부르지 말고,내 머릿맡에 장미와 사이프러스나무도 심지말고,그리고 기억나면 기억하고 잊을테면 잊으세요'  
이 영국 여류시인보다 천년 전에 도연명도 꼭같은 글을 남겼다.그의 '스스로 쓴 제문'은 현대말로 고치면 '내 죽거던 님이여'와 뜻이 같다.이글을 혼자 밤늦게 읽으면 인생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自祭文<스스로 쓴 제문>

歲惟丁卯(세유정묘) 정묘년

律中無射(율중무사) 음력 구월

天寒夜長(천한야장) 날씨는 차고 어둡고 긴~밤

風氣蕭索(풍기소삭) 쓸쓸하고 스산한 바람만 불어온다

鴻雁于往(홍안우왕)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가는가

草木黃落(초목황락) 나뭇잎은 노랗게 말라 떨어지네

陶子將辭(도자장사) 도연명 나는 지금

逆旅之館(역려지관) 나그네길 인생 잠시 머물던 곳을 떠나서

永歸於本宅(영귀어본택) 영원히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故人悽其相悲(고인처기상비) 정든 사람들은 애절하게 슬퍼하며

同祖行於今夕(동조행어금석) 오늘밤 떠나는 날 위해 제사 지내는 구나

羞以嘉蔬(수이가소) 젯상에 많은 음식을 차려 놓고

薦以淸酌(천이청작) 맑은 술을 따라 올리지만

候顔已冥(후안이명) 그러나 나는 이미 죽은 몸

聆音愈漠(영음유막) 말 하려 해도 가슴만 답답할 뿐

嗚呼哀哉(오호애재) 오호라! 슬프구나

茫茫大塊(망망대괴) 넓고 넓은 대지와

悠悠高旻(유유고민) 끝없이 높은 하늘

是生萬物(시생만물) 이것들이 만물을 낳았거늘

余得爲人(여득위인) 나는 사람으로 태어남을 얻어

自余爲人(자여위인) 사람으로 살아오는 동안

逢運之貧(봉운지빈) 가난한 운수에 만나서

簞瓢累경(단표누경) 한 그릇의 밥이나 국물도 배불리 못 먹고

치격冬陳(치격동진) 갈 옷을 걸치고 추위를 지냈으나

含歡谷汲(함환곡급) 계곡 흐르는 물 마시며 즐거웠고

行歌負薪(행가부신) 나뭇짐을 지고가며 노래했네

예예柴門(예예시문) 늘 사립문을 닫고 살며

事我宵晨(사아소신) 새벽부터 밤까지 날 위해 일했네

春秋代謝(춘추대사)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有務中園(유무중원) 부지런히 들에 나가 노력했고

載耘載자(재운재자) 철 따라 김 매고 북 돋우며

내育내繁(내육내번) 이윽고 키우고 이윽고 늘려나갔네

欣以素牘(흔이소독) 때로는 기쁜 마음으로 글 읽고

和以七絃(화이칠현) 칠현금 타며 즐기고

冬曝其日(동포기일) 겨울에는 따스한 햇살을 쬐고

夏濯其泉(하탁기천) 여름에는 흐르는 물에 몸을 씻으며

勤靡餘勞(근미여로) 죽도록 일하면서도

心有常閒(심유상한) 마음은 늘 한가로워

樂天委分(낙천위분) 즐거운 마음으로 분수에 맞게

以至百年(이지백년) 이렇게 평생을 살았네

惟此百年(유차백년) 이 백년도 못 되는 세월을

夫人愛之(부인애지) 대채로 사람들 사랑하고

懼彼無成(구피무성) 이룬 것 없음(재산.명예)을 걱정하고

게日惜時(게일석시) 하루 한시간도 아쉬워했네

存爲世珍(존위세진) 세상사람들 살아서는 세상에서 대접받길 바라고

沒亦見思(몰역견사) 죽어서도 오래 기억되길 바라지만

嗟我獨邁(차아독매) 하지만 나는 홀로 어리석게

曾是異자(증시이자) 오래 전부터 그들과는 다르게 살았네

寵非己榮(총비기영) 총애를 영광으로 여기지 않았고

涅豈吾緇(날기오치) 속세의 진흙에 물들지 않았네

졸兀窮廬(졸올궁려) 나를 바로잡고 허름한 초가에서

감飮賦詩(감음부시) 술을 즐기고 시를 지었네

識運知命(식운지명) 내 운명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

余今斯化(여금사화) 내 운명을 따라가야지

可以無恨(가이무한)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여한이 없으니

壽涉百齡(수섭백령) 백살 가까이 살만큼 살았네

身慕肥遁(신모비돈) 몸은 두텁게 은둔하기를 좋아하여

從老得終(종로득종) 살만큼 살고 늙어서 죽으니

奚所復慕(해소부모) 어찌 다시 바랄 것이 무엇 있겠는가 ?

寒署逾邁(한서유매) 추위와 더위 지나고

亡旣異存(망기이존) 죽음은 이미 삶과 다르네

外姻晨來(외인신래) 먼 친척들은 새벽에 오고

良友宵奔(양우소분) 친한 친구들은 밤에 달려와서

葬之中野(장지중야) 들판 가운데 묻어

以安其魂(이안기혼) 넋을 편안하게 해주네

요요我行(요요아행) 깊고도 먼 나의 저승길

蕭蕭墓門(소소묘문) 무덤 속은 너무도 적막하고 쓸쓸하다

奢恥宋臣(사치송신) 송신 한퇴 같이 호화롭게 하지말고

儉笑王孫(검소왕손) 검소함은 한나라 왕양손의 검소함을 비웃을 정도로 하소

廓兮已滅(곽혜이멸) 관은 텅 빈 묘지에서 사라질 것이니

慨焉已遐(개언이하) 그렇게 하지않으면 개탄하리라

不封不樹(불봉불수) 내 무덤엔 봉분도 없이 나무도 심지말고

日月遂過(일월수과) 햇볕과 달빛만 지나가리.

匪貴前譽(비귀전예) 살아서도 명리를 귀히 여기지 않았거늘

孰重後歌(숙중후가) 죽은 후에 누가 칭송하며 기억하리

人生寔難(인생식난) 살아 어렵게 살았는데

死如之何(사여지하) 사후 세계 또한 그러면 어찌하나?

嗚呼哀哉(오호애재) 오호라 ! 서글프고 애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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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liper 2004.12.02 09:28
    거사님의 글 "내마음속의 토굴(토평정사)" 을 한시로 표현해 내는듯합니다.

    회한이 남지 않도록 살아야 할텐데요...
    버리기보다는 가지려고 애쓰는 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선인들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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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역 2004.12.02 09:44
    참~! 좋은시를 접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립문을 닫고...
    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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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바다 2004.12.02 11:12
    가슴을 허전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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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4.12.02 16:00
    죽음을 앞에 두고 읊어내려간
    선현의 여유로움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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