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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랑방>삶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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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詩: 차 한 잔

             -박희준-


한 잔의 차
한 잔의 마음에서 나왔으니
한 잔의 마음
한 잔의 차에 담겼네


一椀茶出一片心
一片心在一椀茶


봄바람에 나부끼는 찻잎을
깃발이라고 한다.


차를 만드는 일은
펼쳐진 깃발을 르르 마는 일에서 시작한다.
도르르 말리면 말릴수록 더 향기로운 찻잎.
도르르 말리면서 더 단단해지는 찻잎.


차를 마시는 일은
펼쳐진 깃발을 다시 펼치는 일이다.
더운 물을 부으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대지처럼 피어나는 찻잎.
깊은 밤  봄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찻잎.


도르르 말린 깃발이 펼쳐지며
차 한잔이 된다.
이윽고 우리 마음 속에도
깃발이 펼쳐지리라.


차를 마시는 일은
마음의 깃발을 말고 펼치는 일이다.


마음의 깃발도 도르르 말리면 향기로울까?
마음의 깃발도 도르르 말리면 단단해질까?
마음의 깃발도 펼치면 대지의 잠을 깨울 수 있을까?
마음의 깃발도 펼치면 봄비처럼 젖을 수 있을가?


마음을 담지 못하는 차 한잔을 내며
마음을 담은 차 한잔을 꿈꾼다.


1994. 칠석 다음날.


- 인사동< 다유락>에서 수제차로 茶香을 피우시는
   박희준님의 저서 <차 한 잔 >에서 '서시' -도명합장

  







(1) 다유락에서 /  도명


비오는 오후 다유락에서 수제차들을 마십니다
향기를 찾는 사람들의 방인지라 시 몇편 낭송하며

주섬 주섬 꺼내시는 방장님의 차 울구는 분위기에서
그 다락방 에 비치는 인사동 길이 참 아늑하여 좋아
보이더군요 .

'동방차의 연구가'이시라 '동방미인' 백암차' '철관음'도,
또  새로이 창제한 화개 잭살과 다질링을 섞은차의 향이
참 잊혀지지 않는군요

'무이에서 화개를 보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

9월들어서 덴버의 동포신문에 차 이야기를 올립니다 .
화개 벽사 김필곤시인의 차시조론(육당, 가람, 노산..)을
특집으로 연재해 드리거든요...

차마시기 좋은 때입니다.
이곳 저곳에들 흩어져 차와 함께 살아가는 인연있는
차담 벗이 보고싶고 차를 향음하던 그 자리들이 그립습니다 .

아마도 차 향에 홀로 취하여 하마 나를 잊어버렸을 수도 있을터,  
차를 마시는 자리에 한 자리 비워두고 손짓하는 마음들이
이 가을처럼 깊어가는데, 발길은 선 자리에서 좀 처럼 떼어지지가
않는군요.

아직, 나를 창공에 훌 훌 날으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한채 ,
산처럼 물처럼 살겠노라고 입술로만 마음에 거짓소리를 울립니다
부끄러운 차인 하나가 , 어설픈 흉내만 내고 있습니다.

마음을 담아 차를 마시는 그 찻잔의 심오함을 못 만나고,  
혀 끝으로 물맛만 느끼는지, 향기에만 취하는지,
눈으로 부실한 실눈을 뜨며 차의색을 분별도 못한채 ,
아 ,헛 잔을 들고  마음 담지 못한 그 잔으로 차의 세상을  
꿈 속에서만 맴 돕니다 . (계속)  





  • ?
    sagesse 2004.09.15 22:03
    오래 전에 법우 하나가 야생차를 많이 따왔습니다.
    저두 조금 얻어와 후라이팬에 덖어 손으로 비비는데 찻잎에서 나온 진이 후라이팬에 다 엉겨붙어서 엄마한테 얻어듣고, 손바닥에도 그 진이 찐득찐득 붙는 바람에 결국 아홉번 덖어서 좋은 차 만들어 부처님께 공양하겠다는 결심이 바로 꺾이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그 다음주에 그 법우가 흰 봉투로 반쯤 되게 차를 만들어 왔더군요. 처음이라 제대로 된 차가 안됐다며 굉장히 미안해하며 순창 강천사부처님께 차공양을 올리는데 뭉클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그랬지요.
    그때 맛본 차맛,, 약간 씁쓰름하긴 했지만 고소하고 부드럽고 무엇보다도 정성이 담긴 그 맛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겁니다.
    참,, 지난번 생일때 우리 스님께서 보내오신 좋은 차가 있는데 생각난 김에 그거나 한 잔 마셔야겠습니다.
    선생님이 옆에 계시면 같이 우려 마실텐데...
  • ?
    섬호정 2004.09.18 08:27
    sagesse님 참 갸륵하십니다 손수 차를 덖어 부처님께 차공양
    올리실 생각을 다 하시니요... 못하는 작업이 도대체 뭣인당가여...
    지혜로운 마음으로 살고 계신듯 해요 또래의 세대중에서도 출중하시다 생각은 했구만서도, ..가까이라면 茶도반 영화도반, 역마살 풀이 도반?
    참~[즐생] 하기 좋은 취향입니다.우리 하하~올 가을 차꽃 좀 보자 했드니 그냥 넘어가네요. 좋은 계절,
    화개잭살차 맛이 깊어가는 가을향에 어우러 질때쯤 악양 평사리 대봉축제도 한창일게구만요.남도의 가을이 훨씬 좋은것 같아요 제겐...서로 마음만을 보내며 깊게 울구어 낸 차 한잔 나눕시다요~喫茶去 ! 喫茶來~~
  • ?
    부용암 2004.09.19 23:34
    투명한 망사속에 깔깔하게 들어있는 하동 작설차를
    투명한 녹색잎이 그려있는 유리잔에 우려봅니다.
    음악과 함께 마음의 평정을 느끼면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sagesse님. 섬호정선생님. 은은한 綠茶 향처럼 늘 푸르소서.
  • ?
    섬호정 2004.09.20 22:07
    망사속 하동 녹차 맛 제법 향이 있어 정겨웠습니다 작아도 ~
  • ?
    솔메 2004.09.21 08:56
    다유락,(茶有樂 ? , 茶遊樂 ?)
    찻집의 이름 같은데 고고함이 느껴집니다.
    茶詩와 茶이야기에
    가을바람, 가을색감이 더욱 깊어갑니다.
  • ?
    섬호정 2004.09.24 10:04
    예~ 다유락 茶遊樂 입니다 인사동 종로 쪽 입구 '바람부는섬 옆'에
    있고요~ <울.향운동>울릉도에 향나무 한그루 심어달라는 미국의
    아들 당부를 해결하러 들렸는데, 박희준 방장님(향.찾.사.대표) 과
    차담을 흠씬 나누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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