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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 지리산(智異山) 종주기 2

 

 Again 2002

 

       2002년 여름 처음으로 지리산을 종주하고 2016년 두 번째 종주를 꿈꾼다. 1주일 전부터 목록을 체크하면서 아내가 꼼꼼하게 준비한 물품들을 배낭에 꾸린다. 14년 전과 비교해 훨씬 더 큰 4개의 배낭인데도 공간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무게를 줄여야 하므로 고민하다 결국 세 봉지의 과일 중 두 봉지와 건식 등 먹을 것을 덜고 겨우 배낭을 꾸릴 수 있었다. 38L 배낭 2개와 32L, 28L 배낭으로 크지 않지만 무게가 13Kg에서 8kg까지 된다. 두 곳의 대피소를 예약하고 태풍 소식도 없고 입산이 금지되는 특이한 기상 상황이 아니어서 예정대로 진행한다. 큰아들이 휴가를 얻어 동참하는데 오후까지 근무하고 밤차로 따로 구례에 도착할 예정이라 둘째 아들과 우리 부부 셋이서 4개의 배낭을 둘러메고 7월 27일 남부 터미널에서 3시 30분에 출발하는 구례행 버스를 타러 집을 나섰다. 만만치 않은 무게에 은근히 긴장된다.

 

베이스 캠프에 도착

 

      졸다 깨서 창밖의 녹음과 낯선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3시간도 잠깐, 6시 40분에 구례터미널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 성삼재행 버스표를 예매하고 승차 장소도 확인했다. 아직 낮인데도 구례터미널은 한가하여 이동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우선 잠자리 먼저 알아본다. 14년 전 기차역인 구례구역과 비교하여 이곳은 조용하고 호텔이나 모텔 등 숙소가 안 보인다. 지나가는 젊은 청년에게 물어 두 군데 중 좀 더 가까운 대중탕이 딸린 영동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대중탕 주인이 추천한 명품관에서 한우와 삼겹살로 앞으로 있을 2박 3일간의 고행에 힘을 보탰다. 큰아들은 충주에서 기차를 2번 갈아타고 오다 보니 구례구역에 밤 1시 47분 도착한다. 택시로 숙소로 오라고 하고 우리 셋은 이른 잠을 청했다.

 

산행 첫날(7월 28일)

 

      밤 2시 25분 큰아들이 도착했다. 들고 온 짐을 마저 자기 배낭에 넣으니 제일 무겁다. 각자의 짐을 최종적으로 꾸려 무거운 큰 배낭은 아들들이 지고 작은 배낭은 우리가 멨다. 걱정도 되고 두 아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는 힘센 청년이 아닌가? 흐음. 참고 견뎌라. 분명 얻을 게 있다.

 

      한 10여분 걸어서 구례터미널에 도착하니 한 사람 외에 우리가 빠른 편이다. 얼마 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곧 버스가 도착했다. 거의 자리가 찼는데 1차 지리산 종주 때의 혼잡한 만원 버스는 아니다. 3시 50분 성삼재행 버스가 출발했다. 두런대던 승객들이 이내 조용해지고 어둠 속에서 버스의 불빛만 홀로 힘겹게 고개를 오른다. 사람들의 침묵이 왠지 모르게 긴장감을 더해준다.

 

      4시 20분 성삼재에 도착했다. 이슬비인지 안개인지 뭔가 내리는데 전방이 전혀 안 보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잠시 어떤 의식도 말도 없이 사람들이 부리나케 산행을 시작한다. 긴장된다. 등산화 끈을 동여매고 우리 가족 4명은 ‘어떠한 사고 없이 무사히 종주를 마무리하자’고 조용히 파이팅을 했다. 그 새 사람들이 어둠 속으로 흩어지고 바로 앞의 한 팀이 헤드 랜턴을 켜자 순간적으로 걱정과 긴장감이 몰려온다. ‘잘못 시작한 산행은 아닌가? 무사히 중산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처남이 큰 배낭을 보내면서 헤드 랜턴도 보낼까 물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앞이 안 보일 줄은 몰랐다. 산행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은 게 후회된다. 앞 팀만 무조건 따라간다. 어둠 속에서 젊은 커플이 일정한 속도로 나아간다. 그 불빛을 우리는 같은 속도로 쫓고 있다. 우리의 사정을 알고 정속을 유지하는 그들이 고맙다. 이슬비인지 안개인지가 굵은 빗줄기로 바뀌지 않을까 또 다른 걱정이 더해진다. 어둠 속에서 비를 막을 장비를 갖추는 게 어려워 보여서다. 우리 무리 외에 다른 팀이 더 밝은 랜턴으로 다가오자 조금은 힘이 생긴다. 그렇게 한 10여분 함께 걷다 여럿이라 느린 우리를 추월해 지나간다. 갑자기 돌계단이 나온다. 앞 팀을 무조건 따라가다 계단이 나오면서 우린 뒤처졌다. 큰아들이 스마트폰 플래시 앱을 작동시켰다. 어둡고 돌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오른다. 원래 성삼재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는 평탄한 길인데 이곳은 지름길 같긴 한데 계단을 오르고 있으니 걱정된다. 다행히 얼마 지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5시 05분 40여 분 만에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제 플래시가 필요 없게 어느 정도 사위가 밝아졌다.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포켓에서 덮개를 꺼내 배낭을 씌우고 큰아들 배낭은 덮개가 없어 여분의 우의로 대신했다. 아직은 우의를 입지 않고 각자 모자로 비를 막는다. 단단히 채비하여 대피소를 뒤로하고 노고단으로 향했다.

 

      노고단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인다. 옛날엔 우리도 사진도 찍고 쉬었지만 갈 길이 먼 오늘은 반야봉 쪽으로 계속 나아간다. 평탄하고 한적한 길이 계속된다. 나무와 관목들이 자라서 그런지 예전보다 길이 좁다. 앞서가며 뒤에 오는 가족이 덜 젖도록 스틱으로 좌우에 빽빽한 이파리의 물을 털며 나아간다. 스틱이 두 벌인데 아들들은 한쪽이라도 나눌까 하는 데 필요 없단다. 나와 아내만 사용하고 있다. 가끔 돌아보며 간격을 유지한다. 6시 47분 멧돼지가 많이 출현한다는 돼지령에 도착했다. 물 마시고 잠시 휴식. 한 중2 남학생과 아버지 팀을 만났다. 학생에게 대단하다고 격려를 했다. 자기들은 오늘 세석에서 1박 하고 내일 천왕봉을 지나 중산리로 하산한다고 한다. 그리고 곧 내장산으로 간다고 한다. 슈퍼맨 부자가 아닐 수 없다. 다시 수목원 같은 평탄한 길을 걷다 보니 유명한 샘터가 있는 임걸령이다. 아들이 떠온 물을 마시고 계속 나아가니 어느새 8시 노루목에 도착했다. 큰아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잠을 잔다. 며칠 전에 야간 당직을 두 번씩 하고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잠을 못 잔 상태다. 걱정되고 안쓰럽다. 배낭이 무겁고 힘들어 보여 무게 나가는 것을 처분했다. 큰아들 배낭에서 유일한 과일인 사과 3개와 미숫가루 건빵을 나눠 먹고 둘째 배낭에 있는 1L짜리 물병은 조금만 남기고 비웠다. 지리산은 다른 산에 비해 물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지 않아도 부담이 적다. 큰아들에게 한 1kg 이상은 가벼워졌을 거라 했더니 둘째가 자기 배낭은 그대로라고 말한다. 안쓰럽고 미안하다. 잠시 나의 군 생활의 행군, 유격훈련, 혹한기 동계훈련 등을 말하자 현역 장교인 큰아들도 어려운 훈련을 이야기한다. 그에 비하면 이 산행의 어려움은 말 그대로 조족지혈이다. 사실 이 산행에서 군 생활을 하지 않는 둘째가 어려운 경험을 해보게 하고 싶었다. 쉽게 가면 편하지만 오래 남는 게 적다. 어렵게 가면 힘들지만 오래 기억하고 배울 것이 많다. 젊은 날의 고생은 득이지 결코 손해가 아니다. 그래서 안쓰럽지만 견뎌야 한다. 나중에 나의 이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여전히 나무 밑을 지날 때 바람이 불면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다행히 비는 아니고 이파리에 묻은 물방울이다. 오히려 덥지 않고 시원하여 좋다. 30분 정도 지나 삼도봉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땀을 식히고 있다. 전남 전북 경남의 3개의 도 경계가 만나는 곳이다. 첫째가 산행 거리 및 고도 표지판을 보고 걸으면서 남은 거리 및 힘든 지점이 나올 것 등을 예측하고 맞춘다. 신기하다. 동생하고 함께 계산하고 확인하며 가니 재미있고 힘을 얻는 것 같다. 삼도봉을 지나 지루한 나무계단이 계속되는 내리막이다. 아내와 나는 스틱을 사용하며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삐끗하여 시린 왼쪽 무릎을 달래며 나는 살살 내려왔다. 속 깊은 아내가 괜찮다고 하지만 절대 괜찮지 않아 보인다. 오늘 첫날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가다 보니 화개재가 나온다. 북쪽의 뱀사골과 남쪽의 화개장을 연결하는 고개란다. 이제부터는 오늘의 하이라이트로 생각하는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여기만 지나면 오늘 산행엔 더는 어려운 부분은 없다고 격려했다. 뒤에 오는 아내가 자꾸 거리가 멀어져 앞서가게 했다. 경험상 뒤에 가면 왠지 더 지치고 힘든 것 같다. 내가 뒤에서 가기로 했다. 약 1km 정도 계속 오르다 보니 10시 드디어 토끼봉이다. 1차 종주 보다 모두 비교적 덜 힘들게 온 것 같다. 다행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중2 남학생과 아버지 부자 팀을 또 만났다. 학생에게 이번 종주가 소중한 경험일 거라고 했더니 이미 많은 추억이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여러 번 종주했단다. 정말 슈퍼맨 부자다. 대단하다. 저 학생이 미래의 엄홍길일지도 모른다.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점심을 해 먹을 수 있는 연하천 대피소다. 1차 종주 때 시원한 물속에 담겨 있던 사이다의 꿀맛이 생생하다. 도착하면 마시기로 했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니 지친다. 명선봉을 지나 12시 드디어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성삼재에서 4시 20분에 출발하여 7시간 40분 동안 13km를 걸었다. 처음에는 무척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햇볕이 따가워서 그늘에 자리를 마련했다. 벌써 20여 명의 사람이 식사하고 준비하느라 산 중에 모처럼 사람 사는 활기찬 시장이 열린 것 같다. 도착하자마자 두 아들은 대피소를 탐방하고 나와 아내는 라면을 끓였다. 아들들이 돌아와 물속에 사이다가 없고 매점이 닫혀 있는 것과 산행 통제 시간 등 대피소 상황을 알려준다. 처음으로 먹는 따뜻한 음식이다. 젖은 배낭과 수건 옷가지 등을 햇볕에 말렸다. 예전과 다르게 모든 국립공원 내에서는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었고 대피소에서도 쓰레기를 버릴 수 없고 설거지도 할 수 없다. 음식물 잔반통 외는 쓰레기통이 없으므로 모든 쓰레기는 산행인 자신이 가져가야 한다. 설거지도 휴지나 손수건으로 하고 발생한 모든 쓰레기는 잘 접어 배낭에 넣고 심지어 대피소에서 산 캔이나 물품도 사용 후 자신의 몫이다. 이렇게 대피소에서 숙박하는 일이 번거롭고 불편하지만,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라면을 먹은 후 돗자리를 펴고 풍선 베개에 바람을 넣어 잠시 눈을 붙이게 했다. 성삼재행 버스 안에서 거울도 없이 선크림을 열심히 발랐는데 지나치는 산행 인들이 왠지 나를 자꾸 보는 것 같았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아이고 창피해라.’ 아내도 아들들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나의 얼굴이 강시 같다는 것을.

 

      13시 46분 먹고 쉬어 가벼운 발로 연하천 대피소를 출발하였다. 시간도 충분하고 3.6km만 가면 오늘 잠을 잘 수 있는 벽소령 대피소다. 구름이 끼면 비가 올 것 같은데도 해가 나오면 볕이 강하다. 뒤에 처져 느린 발걸음을 옮기는데 앞서가는 가족도 역시 힘든 것 같다. 한참을 온 듯한데 이제 형제봉이다. 경치가 좋아 자주 사진을 찍는다. 1차 종주 때는 예약하지 않아 자리를 배정받기 위해 서두르면서 힘든 것도 잊고 걸었는데 오늘은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여서인지 새벽부터 많이 걸어서인지 지루하고 힘이 든다. 토끼봉이 가장 힘든 코스로 생각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가족 모두 지쳐 간다. 1.5km만 가면 목적지다.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준 혼자 산행하는 젊은 아가씨를 자주 만난다. 오늘 벽소령에서 쉬고 내일은 장터목까지 간다고 하는 데 정말 대단하다. 나중에 며느리들과 함께 온 가족이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한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가능할까?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곧 나올 것 같은 벽소령이 그렇게 뜸을 들이고 꾸물대더니 드디어 저 멀리 대피소의 지붕을 보여준다. 힘이 솟는다. 서산에서 온 남자 두 분과 함께 걷는다. 말씀이 너무 재미있어 힘든 것도 잊고 금세 벽소령에 도착했다. 새벽 4시 20분에 성삼재를 출발하여 16시 30분까지 12시간 동안 16.6km를 걸어 가장 힘든 첫날의 산행을 마쳤다. 몫을 다해준 가족 모두가 고맙고 무사히 마치게 되어 다행이다.

 

      대피소 앞에 우리 가족 외는 아무도 안 보인다. 1차 종주 때의 그 많은 사람과 복잡함은 어디 가고 너무나 한가롭다. 지리산 대피소의 수용인원이 예전과 비교해 많이 줄었다. 1차 때는 160명의 정원에 칼잠과 비박까지 허용돼 230명 정도는 묵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오늘은 120명의 정원에 40명 정도가 예약했다. 아래층 3호실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1차 종주 때 아래층 3호실 한쪽 침상에서 칼잠을 잔 추억이 너무도 생생하다. 5시쯤 되니 방 배정을 미리 한다. 아내는 2호실 49번, 우리는 1호실 36, 37, 38번. 3층 창 쪽에 편하게 짐을 풀었다. 정원을 줄여서인지 1인당 배정된 자리가 좀 더 여유롭다. 자리마다 개인 전등과 콘센트가 있어 편하게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다.

 

       취사도구를 챙겨 뒤쪽 아래의 취사장으로 가서 야외의 식탁에 짐을 두고 식수대로 갔다. 예전의 우물과 달리 숲 속으로 120m 아래에 떨어져 있어 또다시 산행하는 기분이다. 쌀을 씻고 물을 뜬 후 가볍게라도 씻으니 피로가 사라진다. 수도꼭지가 한 개뿐인데 눌러야만 물이 나온다. 사용에 불편하지만 물을 절약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겠다. 취사장 안에서 밥을 짓고 모처럼 따뜻한 밥 위에 즉석 카레를 올려 나름대로 진수성찬을 차렸다. 남은 코펠의 밥에 물을 더 붓고 끓여 눌은밥을 만들었다. 어떤 이웃들은 고기를 굽고 된장찌개도 끓인다. 맘 좋으신 어느 부부가 그 귀한 된장찌개를 덜어주셨다. 아들들이 할머니가 끓여주신 바로 그 맛이라고 했다. 고맙다. 바람이 차가워서 바람막이를 가져다 입혔다. 늘 괜찮다던 아들들이 전혀 마다치 않고 입는다. 커피를 마실 물을 데우는데 혼자 산행하는 남자분이 버너와 코펠을 깜박 잊고 왔다며 빌려달라고 한다. 그러라고 했는데 가족 수만큼 매점에서 캔 커피를 사와 막무가내로 안긴다. 그냥 빌려줄 수 있는데 미안하다. 방금 끓인 따뜻한 커피까지 마시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이 그릇에서 저 그릇으로 계단식으로 사용하여 물을 아끼고 세제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휴지와 손수건으로 닦고 설거지하고 정리하느라 아내가 수고가 많다. 쓰레기를 최대한 작게 접어 비닐봉지에 넣고 취사도구 정리하니 어느새 어두워졌다. 어스름에 계단을 올라오는데 웬 처자가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사진 찍어준 그 아가씨다. 먼저 쉬고 이제 취사하러 간다. 저녁을 다 먹고 큰아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구급약품 속에 소화제며 밴드 등만 있지 두통약은 없다. 사무실에 물으니 역시 없다고 한다. 걱정이다. 담요를 1인당 2,000원씩에 빌려 침상으로 올라왔다. 둘째는 핸드폰으로 바쁘고 큰아들이 추운지 바람막이를 입고 그대로 누웠다. 이마에 열이 있다. 이른 시간이라 전등은 껐지만 잠이 안 온다. 여러 번 뒤척이는데 큰아들이 코를 골기 시작한다. 내심 안심이 되었다.

 

산행 둘째 날(7월 29일)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올빼미들이 벌써 일어나 하나둘 산행을 시작한다. 큰아들 이마와 몸을 만지니 열이 가라앉았다. 정말 다행이다. 우린 늦게까지 잠을 자기로 했다. 오늘 산행은 거리가 짧으므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 하지만 7시 10분 대피소 직원이 잠을 깨운다. 대피소에서는 늦잠을 잘 수가 없다. 벽소령 대피소의 화장실은 수세식이다. 변기에 짙은 갈색의 물이 차있어 밸브를 내렸더니 변기를 다시 똑같은 물로 채운다. 괜히 한 통의 물만 낭비했다. 입구에 큰 글씨로 이상한 물이 아니라고 공지하면 좋겠다. 산속에서 어떻게 오수를 처리하는지 궁금하다. 큰아들이 거짓말처럼 상태가 정상이 되어 컨디션이 최고란다. 다행이다. 손수건을 적셔 세수하고 미숫가루, 훈제달걀, 건빵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선크림을 바르고 여유롭게 둘째 날 산행을 8시 50분에 시작했다. 안녕 벽소령 대피소. 하루 잘 쉬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벽소령 대피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어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던 다른 가족의 어른이 우리가족 사진을 멋지게 찍어 준다. 우리도 보답하고 걸어가는데 길 오른쪽에 살모사 두 마리가 엉켜 있다. 조심해야겠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산이나 들에 갈 때는 항상 나뭇가지를 왜 들고 다녔는지 이유와 필요성을 아들들에게 말해줬다. 오늘 산행은 세석 대피소까지 6.3km로 가장 여유로운 날이다. 장터목 대피소를 이용하면 2박 3일 일정의 산행 거리가 적당히 균형이 맞아 좋을 텐데 급하게 결정하느라 예약을 못 해 장터목까지 갈 수 없다. 장터목은 남쪽의 중산리, 북쪽의 백무동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접근하기에 가까운 길목에 있고 동쪽의 유평리와도 멀지 않아 대피소 중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따라서 성수기에는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세석으로 향하는 벽소령 대피소 근처의 평평한 도로는 우마차가 다닐 정도의 넓은 길이었는데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인지 길이 예전보다 훨씬 좁다. 여기까지 오면서 내내 지리산을 종주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느꼈다. 지리산 둘레길이 생겨서인지 아니면 쓰레기를 회수하거나 대피소 외의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어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 휴식을 취하여 가벼워진 발걸음이 이내 다시 무거워진다. 아들들은 앞서가고 우리 둘은 뒤에 가는데 아내가 많이 지쳐 보인다. 오늘은 날이 맑아서 능선과 봉우리에서 장엄하고 아름다운 지리산을 감상할 수 있다. 2시간 정도 걸으니 큰 바위들로 이루어진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저 멀리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 천왕봉이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어서 오라고 우리를 환영하는 것 같다. 저 촛대봉 아래에 세석 대피소가 있다. 두 아들도 양팔을 벌리고 지리산의 정기를 받는다. 가족사진도 찍고 발에 파스도 뿌리고 정비를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즐겼다. 30분 정도 걸으니 칠선봉이 나오고 능선 북쪽 사면으로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영신봉이 나온다. 500여 m만 가면 세석이다. 힘을 내자. 작은 고개를 넘자 세석 대피소가 보인다.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많은 두 아들은 바로 대피소로 안 가고 당연하듯 자연생태 학습장으로 간다. 13시 20분 세석 대피소에 도착했다. 4시간 30분 동안 6.3km를 걸어 여유로운 둘째 날 산행을 마쳤다.

 

      이곳은 지리산에서 드물게 경사진 평전이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모습이 여전하다. 예전과 달리 곳곳에 구상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식사를 끝낸 사람들, 식사 준비 중인 사람들,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야외의 탁자는 붐빈다. 반면 여름이고 더워서 실내 취사장은 한가하다. 안쪽 그늘 속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30m 거리의 식수대의 파이프는 쉼 없이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나머지 하나는 간헐적으로 물을 흘려준다. 정말 냉장고가 부럽지 않은 시원한 물이다. 물통에 물을 받아서 등목했다. 한 통의 물만으로도 거의 샤워를 하는 기분이다. 발까지 닦으니 더는 부러울 게 없다. 슬리퍼로 바꿔 신은 아들들도 똑같이 땀을 씻었다. 행복한 얼굴로 돌아오니 밥을 지어야 하는데 물이 늦게 온다고 아내가 한마디 한다. 옆에서 물을 빌려 찌개를 끓이는 중이란다. 미안하지만 물의 유혹을 피할 수 없었다. 아내가 맛있게 지은 김치찌개와 밥으로 산행의 수고를 달랬다.

 

      180명 정원의 대피소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했을 때 예약자가 만원이었다. 대피소 거실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나무 바닥이 시원하다. 참으로 평화로운 시간이다. 옆에서 어떤 남자분이 몇 명에게 침을 놓아주고 있다. 참 좋은 재능기부다. 나도 뭔가 기부할 재능을 가져야겠다. 좀 이른 시간에 자리 배정을 시작한다. 예약자명을 확인하고 아내는 1호실 56번 우리는 3호실 167, 168, 169번 자리를 배정받았다. 참고로 지리산 대피소의 1박 이용료는 8,000원이다. 14년 전에는 5,000원이었다. 2층 창 쪽으로 비상구가 가까이 있는 시원한 곳이다. 아들들에게 비상계단을 확인시켰다. 담요를 빌려 자리에 깔아 놓았다. 벽소령 대피소와 달리 개인 전등과 콘센트가 없고 자리가 좀 좁게 느껴진다. 아들들은 핸드폰으로 바쁘고 아내와 백무동으로 넘어가는 한적한 길을 산책했다. 1차 종주 때 아들들이 화장실이 가스실이라고 낄낄댔었는데 오른쪽에 새로 지은 화장실도 여전히 재래식이다. 많이 개선되었다. 이제 예약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라면에 누룽지와 햄을 넣어 끓여 먹고 커피 두 잔을 나눠 마시며 내일 일정을 상의했다. 5시 10분에 기상하여 30분에 출발하기로 하고 잘 준비를 했다. 일어나자마자 옷만 입고 출발할 수 있도록 배낭을 꾸리고 잠을 청했다. 잠이 안 온다. 비상구의 안내 등이 얼굴을 비춘다. 낮에는 명당으로 보였는데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 매사 장단점이 공존한다. 역시 잠이 안 오는지 어떤 사람은 핸드폰 게임을 하는 가 보다. 간헐적으로 지속하는 작은 소리가 신경 쓰인다. 나처럼 소리에 예민한 사람은 이런 곳에서의 수면엔 불리하다. 비몽사몽이라 내일 산행이 걱정된다. 다행히 아들들은 잘 자는 것 같다.

 

산행 셋째 날(7월 30일)

 

      5시에 알람을 맞췄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4시 50분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산행을 시작한다. 5시 10분 아들들을 깨웠다.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춥지 않다고 준비해둔 긴 바지 대신 반바지를 입었지만 우리는 바람막이까지 입고 5시 40분 마지막 날 산행을 시작했다. 충분히 잘 쉬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세석 대피소. 이틀 치 식량을 거의 다 사용하니 배낭의 무게가 다소 줄었지만, 쓰레기를 넣어서 부피는 큰 차이가 없다. 비탈길을 오르다 보니 저 멀리 우리에게 휴식을 제공한 세석 대피소가 포근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평전을 지키고 있다. 잘 가라고 인사하는 듯하다. 세석은 늘 푸근한 어머니의 품속 같다. 또 안기고 싶다. 20여분 오르니 촛대봉이다. 10여 분만 일찍 올랐어도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 대로 아직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일출을 사진에 담고 지리산의 새벽 정기를 받았다. 1차 종주 때의 운해 속의 환상적인 촛대봉 일출이 오버랩 된다. 습기를 가득 담은 촛대봉의 차가운 바람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그 새 땀이 나서 바람막이를 벗고 반소매 티를 드러냈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니 삼신봉이다. 우리가 지나온 촛대봉이 저 멀리 뒤쪽에 보인다. 지리산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휴식을 취하고 계속 나아가다 평탄한 고갯길을 넘으니 연하봉이다. 힘 안들이고 곧이어 일출봉이다. 400m만 더 가면 장터목이다. 7시 45분 2시간 동안 3.4km를 걸어 장터목에 도착했다.

 

       장터목은 옛날 북쪽의 마천과 남쪽의 시천 사람들이 물건을 교환하던 장터여서 능선에 족구를 하고도 남을 만큼의 널찍한 공터가 있다. 여기저기 분주한 사람들로 붐빈다. 서너 살 꼬마 아이도 천왕봉에 도전한다.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는데 더 지체하면 예약한 버스를 타기 위해 하산 길을 서두를 것 같아 건빵과 남은 1인분의 미숫가루와 육포로 아침을 대신했다. 다음에는 무게를 줄이려면 버너와 코펠을 사용하지 말고 건식으로 미숫가루, 건빵, 육포, 말랭이 등을 많이 가져오면 좋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또 올 거냐고 반문한다. 대답 없이 다음에 우리 부부만 오게 되면 가볍게 산행하기로 혼자 생각했다.

 

       8시 10분 제석봉을 향해 출발했다. 제석봉을 향하는 경사진 언덕은 좌우에 눕거나 서 있는 고사목들과 어울려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장관이다. 이 멋진 경관이 천왕봉에 오르는 발길을 가볍게 한다. 도벌꾼들이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고 고의로 방화하여 아름드리 구상나무 등 많은 나무가 이렇게 고사목이 되었다는 안내판의 슬픈 이야기는 자연의 최대의 적은 바로 인간임을 또다시 느끼게 한다. 사실 나의 이 발걸음도 자연은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을 대할 때는 늘 죄송한 마음 겸손한 마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제석봉을 뒤로하고 아들들은 한층 더 가볍게 오르며 앞에서 우리를 기다려 준다. 한줄기 땀을 쏟고 올라가니 통천문이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와! 드디어 눈앞에 꿈에 그리던 천왕봉이 자태를 드러낸다. 9시 35분 장터목에서 1.7km를 걸어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에 도착했다.

 

       천왕봉 서쪽 아래로는 평평하고 넓은 바위 마당이 있다. 정상은 남북 양쪽으로 절벽이 떠받치고 동서로 좁고 길쭉한 형태의 울퉁불퉁한 바위 능선이다. 2, 30여 명이 서면 꽉 찰 정도의 넓이다. 정상엔 동남쪽 면에 '智異山 天王峯 1915m', 북서쪽 면에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라는 글이 음각된 표지석이 서 있다. 기념 사진을 찍느라 20여 명의 사람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표지석은 모델로 쉴 틈이 없다. 우리도 어렵게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번 산행으로 우리 가족은 네 번째 천왕봉에 올랐다. 오늘도 감사할 뿐이다.

 

      10시 천왕봉의 동남쪽으로 내려와 중산리를 향해 출발했다. 2,000년 여름에 처음 천왕봉에 오를 때 다시 내려갔던 계속되는 내리막길이다. 힘들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그때는 준비 없이 한 산행이라 등산화도 신지 않고 아이들은 슬리퍼로 올랐었다. 얼마 안 지나서 둘째가 요 근처에서 굴렀다고 기억한다. 크게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고 오늘도 끝까지 조심하자고 당부했다. 내리막길을 계속 걸으니 지치고 느려진다. 마지막 여정이라 체력도 소진되고 다리가 풀려서 위험하다. 스틱의 도움이 없으면 훨씬 힘들겠다. 아내도 거의 방전되어 힘든 것 같다. 첫째도 발에 파스를 뿌리고 가끔 돌을 밟을 때 미끄러진다. 역시 다들 힘들다. 그래도 가족 모두 남에게 신세 지지 않도록 자기 몫을 다해주니 이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가? 단체 산행일 때는 누구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사실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11시 50분 법계사를 지나 로터리 대피소에 도착했다. 약수터에서 물을 받으려니 수량이 적어 작은 통 하나도 채우려면 5분은 걸릴 것 같고 여러 사람이 줄을 서 있어 매점으로 갔으나 그곳도 물과 사이다가 없어 캔 커피를 사서 마셨다. 자연학습원 쪽으로 가면 거기서는 셔틀버스가 있지만 우린 힘들어도 계곡이 있는 칼바위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2km만 더 가면 칼바위다. 칼바위가 나오면 1.3km 뒤에 목적지다. 사람들이 많이 줄어 한적하다. 아들들에게 스틱을 줄까 물었더니 괜찮다고 한다. 저희도 사용해보고 싶을 텐데 부모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다. 내리막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두 아들은 앞서가고 안 보이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재빨리 배낭의 덮개를 씌우고 아들들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한참을 내려오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칼바위가 안 보인다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앞장섰다. 얼마 후 칼바위가 나와 사진 찍고 계속 앞서가며 계곡에서 적당히 씻을 곳을 찾았다. 드디어 물을 만났다. 너무 시원하고 상쾌하고 힘이 난다. 2,000년 천왕봉에서 하산할 때와 비교해 계곡의 물이 적은 편이나 지리산에 가면 꼭 하고 싶던 일이다. 시원하게 땀을 씻고 찬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2박 3일 산행의 피로가 사라진다. 다시 천왕봉으로 방향을 돌려도 될 것 같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남은 거리를 마무리했다. 2시 15분 중산리 탐방 안내소에 도착했다. 오늘 세석에서 8시간 30분 동안 10.5km를 걸었다. 2박 3일 동안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25시간 동안 33.4km를 걸어 2차 지리산 종주를 마쳤다.

 

       무사히 종주를 허락한 지리산에 경외와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탐방 안내소에 오니 빗줄기가 굵어진다. 지리산의 변화무쌍한 모습이다. 가져온 쓰레기를 Green point에 등록하고 배낭을 비우니 어깨와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렇게 갈망하던 사이다를 훈장을 받는 기분으로 마셨다. 아주 꿀맛이다. 3시 30분 발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택시를 타고 중산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매표소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할 것 같다. 토요일과 일요일만 단 1회 운행하는 버스다. 내 이름으로 4개의 좌석이 예약되어 있다. 19, 20, 22, 23.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는 기분이다. 남은 시간 서둘러 식당에서 산채비빔밥과 된장찌개를 주문하고 물컵을 들고 무사한 산행을 자축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반복되는 산행처럼 인생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또 내리막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막이 있듯이, 좋을 때 자만하거나 나태하지 말고 나쁠 때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평상심과 궁행이 중요하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불편하고 힘든 산행을 참고 완주한 것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백신을 맞은 것이다. 산 정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만족감과 자신감은 힘들고 어려운 그 산행을 참고 도전한 자에게만 주어진다. 우리 가족은 2002년 장착한 배터리를 2016년 새 배터리로 교체했다.

 

       가족 모두 힘든 내색 없이 각자의 몫을 다하여 또다시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해냈다. 제반 종주 준비와 산행 중 주방과 뒤 설거지를 책임지고 힘들고 처질 때 분위기를 띄워 산행에 활력을 준 아내, 군인으로 어려운 휴가를 내어 잠을 못 자고 지친 몸이면서도 가장 무거운 짐을 떠맡고 지형과 거리를 안내하여 지루함을 덜어주고 특유의 다정다감과 자상함으로 가족을 살피고 동생에게 좋은 친구로 산행을 든든하게 해 준 큰아들, 국시 준비로 바쁜 가운데도 구례까지 2개의 배낭을 나르고 산행 내내 취사 장비가 들어 무게가 줄지 않는 무거운 배낭을 묵묵히 지고 잔심부름과 제일 크고 무거운 물통을 책임지고 형에게 좋은 말동무로 산행을 가볍게 해 준 둘째 아들, 가족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사랑한다.

 

 2016년 8월    ET

 

 

 

 

 

  • profile
    김수훈 2016.08.19 19:28
    부럽습니다.
    아들 하나 있는 게 같이 산에 가자고 하면,
    "어차피 내려올 건데 고생스럽게 왜 올라가냐"고 하면서 들은 척도 안 하거든요.
  • ?
    청솔지기 2016.08.20 08:56
    가족이 함께하는 지리종주,
    자세한 산행기를 보며 그 가족 뒤를 따라 걷는 듯
    특별함이 있군요. ^^
  • ?
    Kartiel 2016.08.20 10:21
    글에 등장하는 둘째 아들입니다. 지리산을 1차로 종주했을 땐 초등학생이었는데 어느덧 27살이 되었네요. 글을 읽으니 마치 어제 일인듯 생생하게 종주의 기억이 떠오릅니다~ㅎㅎㅎ
  • ?
    위동량 2016.08.20 14:18
    부러움의 궁극인 가족지리산종주를 두번씩이나 올려주시네요.
    덕분에 내내 함께 한 종주길이었습니다.
  • ?
    연하 2016.08.24 21:14

    현장감 넘치는, 멋진 가족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지리의 만능 백신을 맞았으니 당연히 일마다 잘 되고 잘 이겨낼 듯합니다.
    서로서로 든든하고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좋아 보이고 부럽습니다.

  • ?
    오해봉 2016.08.31 15:19
    참 좋은 산행기를 읽었습니다
    지리산에서는 ET님처럼 가족산행팀을 자주보고 있답니다
    설악산이나 덕유산 산에서도 어쩌다 한번씩 보고있지만
    특히 지리산에는 많은것 같답니다
    더운 여름에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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