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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야생마의 세계통신

2007.03.04 23:39

봄이 오는 섬진강

조회 수 2014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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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나의 봄은 섬진강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매화꽃이 피고 산수유가 뒤따라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제 마음속에 봄빛이 들기 시작했었지요.

작년 봄. 은근한 추위가 뼛속을 시리게 하던 런던에서
간절하게 봄을 갈망하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수줍게 싱그럽게 피어오른
크로커스를 보고도 봄을 느끼지 못하고 하이드파크 산수유로 착각한
생강나무 꽃에서 봄을 맞아야 했던 조금은 애달펐던 봄.

아~ 처음 맡아보는 것도 아닐텐데 매화향이 이렇게 좋았던가요.
취하고 취하고 또 취하고 정말 너무도 좋습니다.
해마다 섬진강의 봄은 아름다웠지만 올핸 더욱 유별나네요.

여행이란...굉장히 손해보는 일이지요.
싸고 맛있는 집을 알게되고 단골이 되면 공짜 차도 가끔 얻어마시고
길도 익숙해지고 친구도 생기고 암튼 여러가지 살기 유리해지고 편리해질때
짐을 싸야 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이곳에서도...
나의 봄은 시작과 떠남을 의미하기에 매화향은 더욱 향기로운가 봅니다.
사실 진짜로 손해보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지요.

그나저나 무슨 비가 이렇게 많이 쏟아지나요.
"매화마을에나 가지.. 이 세찬 빗속에 그곳에 뭐 볼게 있다고 가나"
오늘 아침 여관방 할머니의 말씀에 크게 웃으며
"하동매화가 이렇게 예쁜데 뭐하러 그곳까지 가요.
이름이 너무 예뻐서 가보고 싶네요."  

그렇게 빗속에 올라간 섬호정에서 몸과 마음이 다 젖어 버렸습니다.
그 분의 시, 노래, 구품연지춤, 지리를 닮은 넉넉함과 열정...
그런게 어디에서 나오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겠더군요.
불암산도 금오산도 빗속에 가린 섬진강 내려다보니 그리움이 쏟네요.
선생님~ 너무도 뵙고 싶습니다. 눈물 날뻔 했어요.

정말 얼마 살진 않았지만 이 X의 인생이란 도대체 뭔가요...
시장안에서 저녁을 먹고 지난날의 오브넷,
눈팅만 하던 그때를 잠깐 들여다 봤는데
소박한 찻상이 놓여 있는듯한 애틋하고 살뜰해 보이는
그 옛날의 오브넷 분위기가 참 멋스럽네요.

'오브'에서 '하해'로 이름이 바뀌던 그 당시 나누던 대화들이 참 예쁩니다.
그 때 함께 하시던 분들 대화도 참 아름답구요.
하해님께서 요샌 왜 그 아름다운 말씀들을 많이 안하실까...
제가 찾을때면 꼭 안보이시고...바쁘신지 생각이 많으신건지...
저와 이미지나 어떤 품격이나 수준이 현격하게 다른 부류이신데
이 공간에서 함께 하는게 신기롭기도 합니다.
방까지 하나 꿰찼으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요.

빗속의 청승인지 지금 제가 무슨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매화향에 너무 취했나 봅니다. 매화향기 이젠 잊지 않으리라.
하동에서 화개, 불일폭포까지 걸을려고 했는데 평사리에서 주저 앉았네요.
아름답습니다. 섬진강 강줄기따라 가는 길...영원히 잊지 못할 길.


섬진강四계 <강물 >
-섬진강소견-

- 오영희-

산매화 피는 소식에
열 굽이 돌아 온 강물
벽소령 넘다 쉬어가는
흰 구름을 불러서
산철쭉 붉게 타면 만나자
소리치며 흐른다.

강물따라 늘어선 벚나무가지 틈새로
물비늘 반짝이면 뒤채이는 물살
평사리 머뭇거리며 봄빛 싣고 흘러간다.

바람은 돛을 달고 매화향을 실어가고
작설차 다담나누며 섬진강은 흘러간다

오랜 삶 이끼로 잠겨
그 물빛이 수척하다.
  • ?
    오 해 봉 2007.03.05 12:28
    남쪽에는 저렇게 봄이왔네 그려,
    참 좋은 사진들이네,
    야생마 건투를 기원해.
  • ?
    청매 2007.03.05 13:43
    [섬진강 강줄기 따라가는 길 영원히 잊지 못할 길...]
    발길을 잡는 사진과 글이네요.
    시작과 떠남이 있기에 매화향도 인생도 더 진하고 향기롭습니다.
  • ?
    선경 2007.03.05 15:56
    영혼의 자유를 찾아 떠난지 2년여만에 재회가
    매화의 깊은향기에 취하여 섬진강으로 흘러가고 있군요
    언제나 야생마님의 시선으로 가는 풍경은 하나의
    에세이가 되어 가슴을 울리네요~~
    이별도 만남도~~모두가 인연의 강물따라 흘러가겠죠
    그리고 또 흘러간모든것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요~~

  • ?
    선경 2007.03.05 17:31
    그리운고국의봄은 저리도 아리따운미소로 우리들곁에
    찾아오고있군요~~
    저곳이 섬호정인가요~~참으로 멋진곳이군요
    정말 섬호정선생님의 기품있으신시조와 너무도 잘어울리는곳이네요
    지척에 계시는 섬호정선생님 더욱 뵙고싶어집니다
  • ?
    야생마 2007.03.05 20:03
    [평사리 님바라기 두 소나무]



    웃으며 홀로 떠난 智異孤魂 님을 위해

    두 소나무 마주하여 연봉을 바라보며

    산 바람 흐를 적마다

    목울음을 삼킨다.



    노을 지는 섬진강에 붉은 사랑 띄워놓고

    가슴 속 구비치던 속울음도 재워 놓고

    오백리 강바람 속에

    머리풀고 서있다.



    -하동문화원 '05년 하동문화 24 호'에서 도명 오영희 시조-
  • ?
    연하봉 2007.03.05 22:27
    빗줄기 속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청초한 산수유, 靑梅, 白梅 香.....
    아름다운 <매화고을> 기행입니다.
  • ?
    하해 2007.03.06 11:58
    아. 감동이네요. 촉촉한 봄물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야생마님이 술한잔 사달라고 강요하는것 같은디ㅎㅎ

    섬호정짱님의 '섬진강소견'은 아련한 노래로 흐릅니다.
    제 책상에는 짱님이 건네주신 시와 그림이 걸려있어서 늘 선생님을 생각한답니다^^
  • ?
    아낙네 2007.03.06 12:46
    남쪽 매화향에 봄이 더욱 빛나보입니다.
    봄비 먹은 매화꽃과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악양 평사리의 모습들로
    마음은 이미 웨이브를 추고 있습니다. 그려~
  • ?
    如山 2007.03.06 15:06
    섬진강과 함께 만난 그리운 얼굴들...
    야생마님이 봄소식과 함께 안겨주네요.
    섬호정님, 솔메거사님, 두레네가족...
    어느 한 분 그립지 않은 분이 없군요.

    요즘은 야생마님이 모든 그리운 이들을
    대신해주고 있어 다행입니다.
    섬진강 갈줄기 따라가는 길, 정말이지
    아름답군요...!!!
  • ?
    섬호정 2007.03.06 15:49
    야생마님 덕분에
    봄비에 촉촉히 적셔진 고향 향기를 맡아봅니다
    위에 오르신 여러 님들의 보고싶은 모습 그리며
    우뚝 선 섬호정, 송림 까지~
    매화꽃잎 같은 환한 마음으로 반깁니다
    如山선생님. 하해님,.. 섬진강변 추억이 불꽃처럼 일게합니다
    선경님! 가슴이 울울할적엔 안나폴리스로 가서 선경님 떠올리며
    대서양 위의 체사피크 베이-브릿지를 달립니다
    오브넷님들 좋은 봄날에 행복하세요 합장
  • ?
    진로 2007.03.06 15:58
    야생마님 마음이 봄비 만큼이나 촉촉한가 봅니다.
    왜 나도 그러지.....ㅎㅎ
  • ?
    길없는여행 2007.03.09 16:41
    꽃은 만개했건만 이 날씨의 귀한땜에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이곳 개구리들도 힘도없는 발로 파그작 파그작 반은 뒹굴면서 뛰는 흉내를 내더니만 이 한파로 인해 다시 제집 찾아들었는지 조용합니다. 그럴 힘도 없어보이건데...
  • ?
    야생마 2007.03.10 19:27
    하해님도 진로님과 더불어 저 약올리기로 작정하셨나 봅니다.
    비슷한 연배이실듯 한데 엉아들 정말...
    아 밑에글도 댓들까지 잘 보세요.

    길없는여행님 말씀대로 지구가 전부 멍들어 갑니다.
    자연환경을 되살리는데는 정말 뭐든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 ?
    섬호정 2007.03.26 03:36
    볼수록~ 읽을 수록 그리운 사람들
    아~ 우짜면 좋노~ 억수로 보고잡소이~
    훈훈한 우리들의 이야그~ 영상으로 훌쩍 띄워서
    마음속 좀 털어서 휘리릭 날려보고잡네 야생마님요~
  • ?
    섬호정 2007.03.26 16:01
    하동송림영상편지(259)로 발송하고 음악놓고 가렸더니~실력부족해서리!고맙고도 미안합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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