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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야생마의 세계통신

2006.11.02 17:22

블라디보스톡에서...

조회 수 231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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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열차는 아주 정확하게 역에 정차를 하고 도착을 하는군요.
동해바다 물결치는 연해주 블라디보스톡에 와 있습니다.
기차가 동쪽으로 달릴수록 구름은 걷히고 파란하늘이 보여지네요.
밤엔 별들이 무수히 많고 정말 지평선 바로 위에도 떠 있답니다.

비용아끼려 6인실 개방칸을 이용했는데 두 명의 차장아가씨가
함께 가며 청소도 하고 먹을것도 팔고 관리를 하면서 가는데
정이 들게 마련이지요. 우리나라 무척 좋아하나 보던데...
그리고, 옆자리 뒷자리 러시아인들과도 친해지고 재밌어요.
마실것도 나누고 자기가 좋아하는 연주곡 테이프도 선물로 주구요.

참, 이르쿠츠크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하면 두시간 정도 지나면
바이칼호수가 나오는데 그때부터 5시간이 넘도록 기차가 달려도
호수가 계속 나옵니다. 아름답지만 정말 징그럽더군요.^^  
호숫가 간이역에 기차가 서면 그 어물?을 또 사서 컵라면과 함께
식사를 했죠. 중국인들이 많은데 밥을 싸와서 맛있게 먹더군요.
자작나무 숲들은 추운 지방에서 안쓰런 마음 자아나게 합니다.
마치 잔뿌리 많이달린 콩나물 거꾸로 세워놓은듯 하얀 몸통이 안쓰럽죠.

또, 제겐 잊을 수 없는 만남이 이뤄졌는데요. 처음엔 중국인인줄 알았어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맨 끝에 자리잡고 있던 이들이 북한사람들 이라는걸
알게 되었고 제가먼저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누는데 뭔가 북받치는게...
그 사람들 눈가에도 눈물이 조금 번지더군요. 순박한 사람들...

핵실험 얘기도 나눴는데 그 사람들 이제 남조선도 걱정 말라더군요.
자기들이 미국을 막아준다고...왜 걱정하냐고 남쪽에 쏠일은 없는데...
이제 통일만 하면 된다네요. 서로 체제를 유지하면서...
저는 여러가지로 반박을 했겠죠. 남한에도 핵이 있다없다 참...
중요한건 남한을 미워하지 않고 통일을 원한다는 거에요.
주변사람들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요즘은 형편이 괜찮다네요. 몇년전엔 엄청 어려웠다고 하구요.
우리가 보내준 쌀이며 옷, 신발들 잘 받았답니다.
남한이 잘산다는거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하구요.
그러다 갑자기 제 여행얘기가 나왔고 경비가 미화로 어느정도냐 묻길래
생각없이 얘길했고 순간 그들의 표정이 뭔가 말을 잃은 체념적인 표정으로...

아차 하면서 제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가더군요. 내가 팔자가 좋아서
이렇게 다니는게 아니고 정신 못차려서 그렇고 돈 아까워 영국에서
뼈빠지게 일해서 여행경비 반이상을 복구했다고 바로 얘길 해주었죠.
남쪽이 돈을 많이 벌지만 그만큼 물가도 비싸다며 위로를 했습니다.
정말 그 표정을 잊을수가 없군요.

하바롭스키에 가까와지면 광할한 벌판들이 괜히 낯설지 않게 보입니다.
화전을 일구는지 엄청난 불길에 놀래기도 하는데 그 밑으로 만주벌판이겠죠.
이거 다 원래 우리땅 아니냐고 그랬더니 두 사람 쓴웃음 지우며 고개 끄덕입니다.
연해주는 어떻구요. 그런데 그 좁은땅에서 옥신각신 하고 있으니...

마지막밤 늦게 만나게 되어서 많은얘길 못 나눴지만 꼭 다시 만나자고
평양냉면 먹고 묘향산 같이 가보자고 그러니 꼭 건강해야 한다고
꼭 돈이 많아야만 행복한건 아니잖냐고 밝은 마음으로 살자고 맥주로 건배했습니다.
최형! 익형! 꼭 다시 만납시다. 자유롭게 왕래할 날이 오면 묘향산 같이 갑시다!
지리산에서 묘향산까지 산길따라 따라올 이 많으니...

블라디보스톡 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평양행 기차로 갈아탄답니다.
저도 같이가면 좋을것을...평양에서 냉면 한그릇 먹고 개성 들렀다가
서울로 가면 되는데 왜그리 멀리 돌아가야 하는건지요.

블라디보스톡에 오니 영화속 옛 우리정취도 살짝 느낄 수 있네요.
시장에 김치가 있고 먹거리도 같고 구두수선집도 그렇구요.
상인들중에는 의외로 베트남 사람들도 많습니다.
달동네들 재개발이 한창입니다. 온동네가 집 짓느라고 요란하네요.

이제 고국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 ?
    김현거사 2006.11.02 17:29
    아이고오!
    무사히 그 먼길 다녀오셨구나.
    정말 보고싶다.
  • ?
    야생마 2006.11.02 17:40
    와~김현거사님 벌써 다녀가셨네요~감사합니다.
    엽서를 띄웠는데 러시아는 봉투를 써야 하네요.
    여기 선교사분께서 하는 민박집에서 정말 오랫만에
    우리밥 먹었습니다. 눈물나게 맛있구만요.
  • ?
    오 해 봉 2006.11.02 20:04
    " 이들이 북한사람들 이라는걸
    알게 되었고 제가먼저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누는데 뭔가 북받치는게...
    그 사람들 눈가에도 눈물이 조금 번지더군요. 순박한 사람들..."

    가슴이 찡하네,
    7일 오후에 서울에가서 기다리겠네,
    건강한 모습으로 어서 오게나,
    햇수로는 3년만이지,
    참 수고했네.
  • ?
    섬호정 2006.11.03 05:44
    드뎌 고국행 차표를 손에 쥐십니까
    얼마나 멋지고도 고달픔의 긴 여행길~
    장하고도 자랑스러워 가슴이 울먹입니다
    고국 반도 땅 가까이서 북한 동포를 만나
    사연도 나누시엇다니 부럽소`
    블라딕보스톡 두 정거장 전에서 평양행 기차를 타고~
    그들의 여로도 부럽구요`
    어서 통일이 되길 합장합니다
    여정의 끝마무리 통일염원과 동포애를 느끼게 해주는
    야생마님 애국의 젊은 의지에 감동합니다
    11월이 시작되는 쌀살한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아직도 annapolis 에서
  • ?
    선경 2006.11.03 11:07
    겨울에 떠나서 2년이란 긴시간의 여정끝에 불라디보스톡이군요
    그많은 소중한만남속의 야생마님을 마지막 같은동포들의 연민으로
    감동적입니다
    저역시 멀리 타국땅에서 우리고국의 통일을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고국에서의 그리운님들과의 반가운 해후~~축하드립니다

    야생마님~~~저또한 2년여동안 아름다운 지구별의
    문화와 풍경속에 덩달아 많이 많이 행복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야생마님
  • ?
    김나리 2006.11.05 11:00
    떠난지 벌써 2년이 흘렀나요? 저는 그저 방에서 구경만 해서 그런지 한 1년 쯤 되었나 했습니다.
    북한 분을 만났다니... 가슴 뭉클 합니다. 감상적이지 않으려고 해도 역시나 분단된 민족의 애틋한 마음은 누구나 비슷한가 봅니다. 부디 지혜롭게 우리 민족끼리 힘을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는데....
    드디어 오시는군요...... 그동안 야생마 님의 수고 덕에 방에 앉아 세계 여행을 하는 즐거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시원 섭섭.. 흐ㅡ흐흑~ 그래도 여행은 계속 되신다니... 언제 실제 모습을 한번 볼 수 있게 될 기회가 있을까요? 야생마 님~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여행기가 계속 되기 바랄뿐입니다.
  • ?
    전은선 2006.11.05 18:29
    그 어떤 외국인들보다 낯선사람들, 북한사람들을 만났셨군요 야생마님. 그 어떤 경험보다 의미있는 것이었으리라는 짐작을 해보네요. 외국에서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에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는말에 '너 북한에서 왔니 남한에서 왔니?' 라고 물을 때마다 혹시나 그들이 북한사람을 만난적이 있는지 싶어 꼭 되묻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불가리아에 갔을때 아주 오래전 불가리아로 유학왔었다는 북한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났을뿐, 제 바래처럼 제게 북한사람을 소개해줄수 있을 만한 사람은 없었답니다. 야생마님의 글은 제 마음 한자리를 저리게 하네요.

    고국에 돌아오심을 환영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곧 하루세끼 김치랑 밥을 먹는 황홀경에 빠지실수 있겠군요. *^-^*
  • ?
    야생마 2006.11.06 11:23
    고맙습니다. 좋은말씀들 거듭 감사드려요.
    노출과다인 사진처럼 하얗게 정지된 그 순간이 제겐
    큰 죄책감을 남게 될 것 같아요. 여러생각을 하게 되구요.
    그냥 바이칼호수가 좋대서 큰맘먹고 다녀오는 길이다 하면 될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이해 못할 분이 많은데...
    어떤 잘못된 편견을 갖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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