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B.C 가는길(2)

by 야생마 posted Jun 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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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의 아침.
송아지가 어슬렁거리고 어미닭은 병아리들의 아우성속에 발을 휘익 저어가며
함께 아침식사를 합니다. 연기 피어나는 저곳에서 저의 아침도 준비되구요.

네팔은 토요일이 휴무인데 설거지며 빨래며 가사일을 돕습니다.
사내녀석들은 분명 꼴 베러 갔을 것입니다.
우리 포터아저씨도 함께 찍으셨네요.

지누단다에 있는 노천온천. 사람도 관리인도 없어요.
뜨뜻한 온천탕과 차가운 무디콜라 강물속을 오가며 피로를 풀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배낭이 무겁고 발걸음도 더디고...
점심먹던 롯지에 살짝 내비쳤더니 마침 꼴 베어오던 아저씨를
소개시켜 주더군요. 근데 이 아저씨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십니다.
잠깐의 망설임뒤에 바로 머뭇거린 나 자신을 나무래고 함께 하기로 했지요.
아저씨는 내 배낭만 들어주시면 되는거지 다른 조건은 필요없잖습니까...

마음을 나누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소를 8마리 기르고 있고
형님과 함께 살고 있고 전에도 원정대 포터 해본적도 있고...
마을주민들은 아저씨와 간단히 수화도 하면서 아주 잘 통하더군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머리위에서 내려치듯 손뼉도 치면서
악수를 나누며 아저씨를 반가워 하구요.
숭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도 인사를 많이 받아서 으슥해졌습니다.

눈이 아주 좋으셔서 강 반대쪽 협곡을 걸어가는 동물을 가르켜 주시기도 해요.
원숭이와 산양을 멀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것은 롯지선택을 아저씨 아는집으로 맡기는 것과...
(가이드처럼 해야 아저씨가 롯지에서 대우를 받거든요. 잘 보이려 하구요.)
하루분의 팁을 더 주는것과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주는 정도였습니다.
아저씨 운동화가 입을 크게 벌려버렸거든요.

순박하고 우직한 모습에서 느끼는게 많았고 배울게 많고 참 좋았습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가는길의 야생화들.
롯지주변의 화단엔 화사하고 예쁜 꽃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