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by 야생마 posted Sep 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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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프랑스 월드컵때의 활약(3위)으로 처음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를 알았는데요.
얼마전 안나푸르나님께서 맘에 두고 있는 여행지라는 말씀에 먼저 들러 봤습니다.
야간 침대열차를 탔는데 슬로베니아를 지나는거라 네 번의 여권검사에 잠을 설쳤네요.

가을이 오는 자그레브...특유의 무표정한 여인들...
수줍은 듯 하면서도 뭔가 물으면 진지하게 설명하는 얼굴이 예쁩니다.
아침이면 성당에 찾아 잠시 기도를 하고 하루일상을 시작하구요.
차분한 거리에서 그들 스스로 가을을 영글게 하고 있습니다.

두시간 거리에 있는 국립공원인 플리트피체는 계속 쫓아다니는 비구름에 포기하고
숙소에서 만난 맨체스터사는 영국인이 두보르브닉이 그렇게 좋다고
입에 침을 바르며 칭송하길래 먼거리 비싼 버스요금 마다않고 달려갔지요.

유럽여행중에 제대로 감동한 곳이네요.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의 신선한 충격...
구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푸른 아드리아 해안가에 중세의 성과 도시가 달마시안의 나라 저 아랫쪽에 살아 있었습니다.

성벽을 따라 쭉 걷노라면 저 멀리 수평선, 코발트색 바닷물 위 예쁜 배,
붉은 지붕의 아기자기한 집들, 따사로운 태양빛에 길다랗게 늘어선 하얀빨래들.
나른히 눈감으며 푸른공기 한껏 들이마실때 들려오던 성당의 종소리...

꼬레아, 저뿐(일본)사람 묵은적 있다고 호객하던 현지민박 아주머니댁
키위덩쿨아래 해삼물 가득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달빛따라 다시 성안으로 갑니다.
횃불 타오르는 성문을 지나 유리같이 반질반질한 바닥과 세월을 먹은 묵은 담벽을 지나면
아드리아를 누비는 배들이 정박중인 부두가 나오고 어부는 잡아온 소박한 먹거리들을 다듬고
연인들은 입맞추고 예쁜 강아지와 산책중인 아주머니. 그리고, 파도소리 들으며 별을 좇는 방랑자...

이탈리아와 비슷한 골목길을 돌아서면 작은 카페마다 피아노,기타 연주곡이 흐르고
성당안에서도 작은 연주회가 열립니다. 저멀리 어두컴컴한 산 위엔
하얀 십자가가 홀로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구요.
조지 버나드 쇼가 낙원이라고 극찬할 만 하더군요.

이 아름다운 곳도 1990년이던가 코소보사때 세르비아의 만행으로
많은 살상과 파괴를 당한 아픔이 있는 곳이죠. 그 당시 저도 뉴스보며 울분에 쌓였는데
그 때의 미국과 나토연합군은 정말 정의롭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크로아티아...두보르브닉...
가슴에 깊히 새겨집니다.

가을이 벌써 와 버렸나요? 마음이 조금 급해지네요.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