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블레넘...

by 야생마 posted Apr 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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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넘 시내를 둘러보고 토요일엔 하루 포도밭에서 일도 했습니다.
급하게 해야된대서 시내 백패커 숙소마다 여행자들을 모아 왔더군요.
그래봐야 몇 명 안되는데 일본, 프랑스, 브라질 다국적 일터가 되었네요.

포도밭을 보겠다고 홀로 길을 걷다가 왠 개들을 다섯마리나 만났는데
이것들이 계속 따라오는 거에요. 호위하듯 둘러서...
큰길가에 차들도 다니는데 방해도 되고 가라고 해도 안가고(영어로 해도^^)...
그냥 함께 다니자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동물경찰차가 오더군요.
누가 신고를 했나봐요. 근데 희안한게 닭장 같은곳에 스스로 올라가네요.

포도는 기계로 수확을 한다고 해요. 지금 거의 다 수확이 끝났고
까치밥인지 몇송이 마른채 매달려 있네요. 그냥 평화롭고 차분합니다.

스시는 당일 만든것은 그날 다 팔아야 하기 때문인지 잔뜩 싸주셔서
아주 맛있게 먹었는데 옆에서 보기에 그렇게 어려워 보이진 않아요.
밥에 식초가 들어간 물을 섞는게 있고 과정도 그렇게 복잡하진 않구요.

네팔에서 스시집 차리면 잘 팔릴려나...배고플때 먹어서인지 맛있네요.
홍차의 꿈 실론티까지...참 고마워서..절대 돈주고 못사먹거든요.
런던 그리니치에 있는 커티샥 범선 생각도 납니다.

정원의 사과는 다 썩어서 떨어지네요. 매달려 있는 것도 성하지 않구요.
넬슨이라는 도시가 사과 산지인데 그냥 무료로 가져온다네요.
머무는 집 거실에 항상 사과가 있습니다. 크고 맛있어요. 비쌀텐데...
그래도 그렇지 사과들 아깝네요. 복숭아도 그렇고...

살다보면 오해도 생기고 예상치 못한 반목과 갈등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럴땐 완급조절도 필요하고 조정능력이 발휘되어야 할텐데요.
주도적인 다수가...  저는 그냥 차라리 외로운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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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원행>...오세영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수원성으로의 천도를 목적으로 을묘년 원행을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암투를 다룬 소설인데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정조시대 이야기는 많이 봐 왔었지요.

정약용이란 인물에 많은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수원성 축조에도 관여하고 실학사상으로 개혁적인데다
수많은 저서, 소설속 명석한 임기응변으로
정조를 지켜내는 것들..흠모의 대상이 될수밖에요.
당연 반대파의 견제로 귀양도 자주 갔겠지요.
다산초당의 선선한 그늘과 부드런 바람이 떠오릅니다.

개혁(진보)과 보수..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대립하는데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모 전직대통령의 말도 있지만
지난 10년의 기회. 언제 다시올지 모르는 기회였는데
더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생기네요.
5년정도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아까운 세월을 허송세월한 세력들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화성(수원)으로의 천도를 계획하며 한양의 기득권 수구세력의
저항을 누르고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려다 실패한 정조.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주도세력 교체와 무소불위 기득권의 해체를 시도하다
수구세력(특히 친일하던 언론)의 강력한 저항에 못이겨
혁신도시, 행복도시 정도로 물러섰던 참여정부..
그것마저도 지금 흔들리게 생겼지만...

조선은 실제적으로 사대부에 의해 이끌어왔다면
대한민국은 도대체 누가 이끌어 가고 있습니까?
갈등을 품어 안고 상생으로 가는 길은 없는 것일까...
작가의 마지막 말이 현시대의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