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지요?

by 야생마 posted Feb 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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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시내 공원을 거닐다가 많은 꽃들을 만났습니다.
꽃샘추위처럼 많이 쌀쌀해서 봄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대지의 갓 피어난 싱그러운 꽃들은 봄을 알리고 있네요.
봄은 저의 피부로 느끼는게 아니라 자연의 순리대로 맞는 것이겠지요.

런던시민들은 새들과 다람쥐와 꽃들과 가까이 호흡하며 살아가더군요.
다람쥐와 인사나누고 먹거리 나누며 교감하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우리의 다람쥐가 훨씬 예쁜것 같아요. 줄무늬 그어진 앙증맞은 모습...
지리산,설악산,북한산의 다람쥐들이 그립구만요.

봄꽃들 흐트러진 물가의 의자에 앉아서 여러 상념에 잠기어 봅니다.
처음 런던에 와서 며칠 묵었던 한인민박집에 중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서
어학연수 받으러 와 있더군요. 영국이란 나라가 관광업도 호황이지만
각국의 연수생들로 인한 수입도 엄청나다고 하네요.

저의 유년시절 겨울방학이면 시골교회 하나밖에 없는 탁구장에서 시려운 손
호호 불어가며 탁구에 열중하며 보냈었는데...창문도 없어서 바람이라도 불면
공이 오다가 기묘하게 꺽어지죠. 사람은 많고 탁구대는 하나라서 지면
다음순서 기다려야 하니 아주 기를 쓰고...^^ 꽤 실력이 늘어서 왠만하면 지지 않았어요.
그 덕에 가끔씩 직장에서 내기를 걸어서 밥이나 술 한잔 얻어먹기에 좋은 수단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흑석동 중앙대 입구의 탁구장 주인한테는 못 당하겠더만요.

그땐 또래들 다 그랬죠. 영국으로 어학연수 그런건 꿈도 못꾸었던...
공수님께서 귀농을 선택하셨고 진원님께서 남도의 시골생활을 검은별님이 지리산 화랑수로...
그분들이 척박하지만 한번쯤 원했던 삶을 꿈꾸고 지금 잘 이루고 있는것처럼
저는 네팔의 포카라와 히말라야 산골에서의 삶을 꿈꿔 봤는데 나중에 기회가 올 것이고...
그 와중에 또하나... 런던이나 파리에서의 삶도 잠깐이나마 꿈꿔 봤답니다.

궁핍한 생활이 될 지라도 그냥 한번 두어달 정도 살아보고 싶네요.
낭만적으로 조금 과장해서 '배고픈 유학생활' 이라고 스스로 여기면 얼마나 멋집니까...
발품을 판 덕에 저렴하게 기거할 곳을 찾았습니다. 당분간 런던속에서 살아볼 작정입니다.
복이 많은 사람이라서 충분한 라면과 쌀, 중국산이지만 차도 확보를 해 놓았습니다.
라면은 김치맛인데...김치없는 라면...먹을만 하더만요. 라면이 많이 그리웠거든요.
그냥 살아 보렵니다. 런던의 밤거리도 걸어보고 여기저기 들어가보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것은 제 마음속에 봄이 온 것이라 여길만 하지요.
살인적인 런던의 고물가속에 아직은 많이 춥고 쌀쌀하지만 그렇게 봄이 왔습니다.
섬진강변에 매화가 곧 피겠군요. 산동 산수유도 멀지 않았구요.
희망차고 웃음 피어나는 멋진 봄 맞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