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브라이튼...

by 야생마 posted Mar 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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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벗어나 어디론가 가고픈 날 평소 마음에 두었던 곳을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치고
버스창구 직원의 도움을 받아 런던 남쪽의 브라이튼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전에 우리 여행자들이 좋았던 곳으로 얘길 하던 기억이 나기도 하더군요.
버스터미널에서 새로운 행선지를 정하는 순간이 때론 재미나지요.

그러나 정보가 부족한 탓에 그곳의 유명한 세븐시스터즈를 못 들렀으니...
미리 끊어놓은 왕복차표의 시간에 쫓겨 멀리서 하얀절벽을 바라만 보고 말았습니다.
바닷가를 경쾌하게 거닐고 방조제를 둘러쌓은 그 안에 형성된 해상마을도 둘러보고
새들을 몰고 다니며 밭을 갈며 씨앗뿌리는 기계음이며 낮지만 푸른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 언덕이며...
아무렴 어떤가요...걷고 싶은 날 예쁜 전원 풍경속을 마냥 걸을 수 있었으니...

해상위에 조성된 위락시설의 도박기계의 유혹에 잠시 머뭇거린 시간을 빼면
바다와 푸른초원이 어우러진 곳을 홀로 마냥 걸었는데 아기자기한 멋이 좋더군요.
풀밭에 앉아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기상을 살피며 저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푸른색감을 좇아 아름다운 집들 너머 초원의 끝까지 둘러보고...
마음의 여유로움이 한결 기분을 차분하게 만들었습니다.

해상마을의 예쁜집들은 집앞에 요트가 정박해 있더군요.
그 옆으로 고니들이 한가로이 헤엄치고...예쁜 창가엔 화분이 싱그럽게 놓여있고....
삶의 질이랄까...부럽기도 하지만 지켜보는 것만으로 그 삶에 잠깐 동화되어서
마음으로 느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부럽다고 제 자신이 꼭 그리 해야될 필요까진 없답니다.

어느새 하늘이 덮여 햇살이 삐죽이 새어 나오는 바닷가는 고독을 주기도 하지요.
이 곳의 해변은 모래가 아니라 온통 자갈밭이더군요.
파도에 쓸려가는 자갈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보길도 해변의 그 소리도 잠시 그리웠습니다.
언덕위 초원길이든 바닷가든 영국사람들은 걷는 걸 무척 좋아하나 봐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깁니다. 항상 개들을 옆에 데리고....
초원엔 연인이나 가족끼리 또는 홀로 해풍을 들이마시며 골프를 즐기기도 하더군요.

색다른 풍경속에서 마냥 걸어보는 좋은 시간 가졌네요.
섬진강변 매화꽃길을 걷고 산동 산수유 마을을 걷는만큼은 아니겠지만 좋은시간 이었습니다.
희망이 샘솟는 좋은 봄날 맞으시길 바랍니다.

촉촉한 봄비가 내리는 봄기운 가득한 런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