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완의 나일강.

by 야생마 posted Feb 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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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완의 나일강에 나가 보았습니다.
강 폭이 오히려 카이로보다 넓어보이죠.
나일강은 지류가 없다더군요.
그냥 홀로 지중해로 쪽 흘러간다네요.

강바람에 돛을 올리고 날개를 펴고 키를 놀리는
노인의 이마가 햇빛에 검게 빛납니다.
꼬맹이 손자도 열심히 키를 놀리며 할아버지와
호흡을 맞추구요. 강 건너 누미안들의 마을은
초록빛에 싱그럽고 평화롭습니다.
언젠가 저도 꼭 들에 씨앗을 뿌려보고 싶습니다.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웰컴 투 이집트!"하고
외치는 친근한 사람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어디서 배웠는지 어설픈 억양으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란 말이 많이 어렵나 보더군요.
쉽게 어울려 대화 나눌 수 있음에 참 즐거운 곳입니다.
장난스런 몸싸움도 자주 하는데 호텔메니저는
저만보면 웃으면서 살살 피합니다.^^

푸른하늘 따가운 햇살 속 유유히 떠 가는 펠루카위에서
그동안의 추억들 흘려 보냅니다. 아랍국가 참 평안한
곳이에요. 이스람문명의 사람들 참 아름답습니다.
잊지 못할 겁니다. 뽀글뽀글 정겨운 물소리에 은은한
사과향의 물담배와 함께 많이도 그리울 것에요.

일년이 넘어서는 긴 여정길.. 또 하나의 이별의 시간이군요.
여행이란 새로운 것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지만
종국엔 어차피 이별을 해야하는 이별의 여행입니다.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지중해 너머의 막연한 것들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설려구요.
그것도 어차피 이별을 준비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야지요. 길이 그 쪽으로 나 있으니...
매너리즘 같은게 조금 생기는데 새로운 접근을 해보고 싶네요.

호텔 방명록에 환갑이 넘으셨다는 어르신께서 남겨놓은 글엔
나이 먹어서 여행할려니 힘들다고 젊었을 때 많이 다니라고..
꼭 부탁드린다는 표현까지 써 놓으셨더군요. 이집트여행에서
많은 감명을 받으셨나 봅니다. 여행예찬도 해 놓으시고...
젊어서 열심히 사셨으니 그런 감명을 받으셨겠지요.
젊다고 많이 다닌다고 똑같이 느낄 수 있겠습니까...

그 분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 잡고 진지한 반성속에 길을
나서야 하겠습니다. 그저 떠돌이에 불과한 제가 초라하고
부끄럽고 허황을 쫓던 것들과 이별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그게 크게 중요한가요...다가오는대로 느끼며 맞으면 되는것을...

지중해 너머에서 인사드릴 수 있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