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Caudale Moor

by 야생마 posted May 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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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산이 없어서 많이 그리웠는데 모처럼 산행길에 나섰습니다.
마을을 벗어나 황량한 킥스톤패스를 넘어가는 찻길을 따라 무작정 오르는데
저는 산꾼이 되기엔 애시당초 틀린 사람이라서 등산화도 없는 상태이고
딱 봐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대략 예측도 못하겠더군요.

숙소의 지도를 대략 보고 왔는데 막연하고 그저 만만한 곳을 따라 올랐습니다.
멀리 좌우로 보이는 제법 높다란 산들이 눈길을 사로잡아서 그곳으로 가려했지만...
능선이 연결이 안되더군요. 남부능선을 탔는데 주능으로 연결이 안되고
음양수 앞에서 쭉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그랬으니 망정이지 힘들어서...

산이 어찌나 황망한지 나무도 없고 바위도 드물고 그저 황량합니다.
푹신푹신한 곳이라 무릎에 무리는 없는데 은근히 체력소모가 많구요.
단순한 저에게 그보다 좋을순 없을거에요. 그저 풀덮힌 산과 잔뜩흐린 하늘, 바람...
켈트족의 유산인지 양을 치려 막아놓은 돌담들만 곳곳이 허물어진채 늘어서 있었습니다.

정상부의 평평한 곳엔 넓은 웅덩이가 호수처럼 자리하고 있었구요.
가끔씩 나타나는 양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듯 호기심과 경계심을 보입니다.
완만하다 싶은곳을 택해 올랐는데 반대편은 거의 낭떠러지 수준이더군요.
멀리 인기있는 호수 Ulls water가 보이고 가까이엔 지도상에 brother's lake라는
작은호수가 내려다 보여서 이곳이 호수지방임을 느끼게 합니다.

시야가 트여있어서 산길도 필요없고 그냥 마구 걷기만 하면 되었구요.
잘 준비해서 난이도가 좀 더 높은곳으로 갔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다부진 체격의 여인이 양을 몰고 다니는 호숫가를 잠시 거닐다가
리버풀의 팬 축구광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의 차를 얻어타고
황량한 컥스톤패스를 넘어 윈더미어로 돌아왔습니다.

보이는건 풀밖에 없었고 그 안에 나홀로 참 쓸쓸했을 터인데...
평안했던 대여섯 시간동안 제 마음 제법 많은 부분을 빼앗겨 버린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