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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야생마의 세계통신

조회 수 182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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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멎었지만 아주 달콤한 비가 내렸습니다.
때까치님께서 올려주신 사진을 보고 선유도에 갈까 했는데
비가 제법 많이 내려서 포기하고 그냥 금강하구 여기저기
빗속에 싸돌아 다녔습니다.

오랫만에 맞는 비라선지 유년시절 옛향기에 물씬 취해 봤다지요.
시멘트 포대로 야구장갑 만들어서 정구공으로 손야구도 하고
지금은 기차가 다니질 않는데 저 어렸을땐 다녀서 선로에
가만히 귀를 대면 기차가 오는걸 알수 있었답니다.
못을 선로위에 올려놓으면 기차가 지나간 후 칼처럼 변하지요.

마침 썰물이던데 갯벌에 들어가 갯지렁이 잡아 팔아서 군것질도 하고
낚시줄하고 추 사가지고 망둥어 잡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줄하고 추만 있으면 됩니다. 그냥 썰어서 초장 발라 먹으면 기막히죠.
그러다 바다장어라도 잡히는 날엔 진짜 횡재하는 날입니다.
그날은 사이다도 한병 사서 어른흉내 내보기도 했죠.

한번은 망둥어 낚시하다 그만 미끄러져서 물속에 빠진적이 있는데
놀래서인지 허우적대지도 않고 멍하니 가라앉는데 꽤 깊어요.
탁한 시야에 물고기도 왔다갔다 하고 정말 딴세상 같더군요.
다시 저절로 위로 붕 올라가더니 어떤 아저씨 손에 들려 나왔던
아찔한 순간도 떠오르네요. 고마운 그 아저씨 잘 살고 계시겠지요.

또, 술래잡기 할때 도망하다가 작은돌에 미끄러져서 시궁창(멘홀)에 거꾸로
처박힌적도 있었어요.^^ 다방 앞이었는데 다행히 차마시고 나오던
아저씨가 빼내 주셨습니다. 그 때 문밖까지 따라나오던 다방누나...
"야! 우리오빠 아니었으면 넌 죽었어!"  오빠는 무슨...
반쯤 넋이 나간 채 들려오던 다방누나의 목소리가 또렷이 기억나네요.
세차장집 동네형에게 엄청난 수압의 물을 한동안 받아야 했습니다.^^*

고깃배로 보내는 얼음창고 통로에서 떨어지는 얼음 아이스케키라고
먹다가 배앓이도 많이 했었고... 부둣가 옆으로 월명공원이 있고
낮은 산등성이 따라 마냥 걷던 기억, 용돈 생기면 어김없이 달려간
중앙시장 호떡집은 20년이 넘은 지금도 그대로 있네요.
아버지 따라가서 먹던 그 순대집들도...세상에 역 건너편 조금만
바위산도 아직까지 남아있군요. 아카시아꽃 따 먹던 기억속에 아찔한
낭떠러지가 무서웠었는데...지금까지 황무지처럼 왜 그냥 놔두는지 이상합니다.

스스로 쓸쓸한 역마살을 키워냈던 금강하구.
시베리아에서 바이칼에서 날아온 철새들 쓸쓸히 모여있구요.
조류독감 때문에 눈치밥 먹고 있던데 어디 철새들 탓인가요.
철새들이 무슨 죄가 있답니까.. 다 인간이 만든 환경오염 탓에 요상하게
변이된 바이러스가 생겨난 거겠지요.

단비 내리던 날...
금강하구의 고향의 옛추억속에 실없이 웃음 터트리며
가끔은 눈물 글썽여보며 참 좋네요.
여러분이 계신 곳은 어떠셨나요?
6시 내고향 전국소식 듣고 싶습니다.
  • ?
    우인 2007.02.08 17:50
    엄청 망설여지는 기분을 아시는지?
    1번하기 너무 부끄러워요~
    야생마님의 유배생활이 언제 끝날려나 기대기대....
    다음 여행지를 선유도로 정했습니다.
  • ?
    오 해 봉 2007.02.08 23:09
    제주도에서 군산으로 왔군,
    이제는 군산에서 자리를 잡아보는게 어떨까,
    귤을 어떻게 보관해야 상하지 안는지 알면 가르쳐 주게나,
    한박스에서 열댓개는 물러 버리드라고,
    하우스귤은 비싼대신 2-3개만 물르드군,
    우인님 격려 고맙습니다,
    사랑방이랑 자주 들려 주세요.
  • ?
    선경 2007.02.09 10:53
    야생마님~~정겨운고향으로 돌아오셨군요
    비안개속에 금강의 갈색풍경과 함께
    유년의뜰안에서 추억들이 ~~~귀엽고도 행복하게 피어나네요~^^*
    음~~부러워요~~
    고유명절이 얼마 안남았네요~~~김이 모락모락나는 가래떡
    보기만해도 푸짐합니다~~~^^*
  • ?
    하해 2007.02.09 11:07
    야생마님이 유배에서 풀려났나 보네요. 그럼요 가장 먼저 고향을 찾아야죠 ㅎㅎ
    비슷한 항구의 정경이라 낯익은 공감이 흐릅니다.
    아~ 나도 옛시절 추억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네. .
  • ?
    대추말 2007.02.09 15:20
    군산,
    장항과 이웃하여 충남과 전북을 가르는 금강의 하구에서
    탁류와 함께 세월따라 인정도 하염없이 흘러가는 항구도시....
    단 비 오는 겨울날,
    야생마님의 귀향을 축하합니다.
  • ?
    야생마 2007.02.09 17:25
    계속 시궁창 냄새가 나는듯 하네요. 에잇~ㅎㅎ
    사회적으로 잘 자리잡고 돌아오면 뿌듯하고 자랑스러울텐데
    어떤 모습이든 아늑한 추억으로 안아주는 고향이 좋습니다.

    하해님 고향은 유달산도 못 오르고 그저 지나쳐 왔네요.
    지리산으로 곧장 가느라고..하해님 유년의 추억이 궁금합니다.
    대추말님 사시는 곳처럼 시원스럽지는 못하지만 소박한 맛이 있죠.
    우인님 고맙습니다. 선유도 오실때 연락한번 주세요~
    오해봉선생님! 귤은 잘 저장하시구요.^^ 잘 몰라요.
    근데, 무슨 귤이 엄청 비싸네요. 일하면서 먹은 귤이 시중값으로
    따지면 무시 못하겠군요. 지금 팔이 너무 아파요. 뭐 요령이 없어서
    그런다는데 뭐가 잘못된것 같은..부도옹님 추억도 궁금합니다.
    선경님! 따님이 고국 나들이 하셨다던데 그 이야기좀 사랑방에 풀어주세요.~ 플리이즈~ 암튼, 모든님들 고맙습니다.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동계훈련 대략 마무리 했습니다.
  • ?
    김종광 2007.02.26 13:52
    아...군산
    사진속의 월명공원.옥구저수지.그리고 군산역 표지판이 ...
    30년전 군산 생활을 일깨워 줍니다.(신혼시절.두아이의 출산.이웃분들의 아낌없는 사랑.그리고 선유도일대 바다를 맴돌던그많은 사연들)
    많은 은혜를 감사하고 있지만 ... 그동안 나는 잊어만 가고 있었네요
    야생마님께서 아련한 추억속으로 눈시울을 적시게 합니다.
    새만금 사업으로 군산.변산반도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 ?
    야생마 2007.03.05 00:23
    김종광님께 그런 추억이 있군요. 와~ 너무 반갑습니다.
    고향 어르신 뵙는듯...누추한 도시에서 잘 사셨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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