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생활...

by 야생마 posted Jan 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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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유배생활이라고 규정하며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제주 들어온지가 두 달 가까이 되니 좀 지루할만도 하지요.

요즘은 감귤 선과장 작업일을 하고 있는데 여기 어른 말씀으론
열흘만 지나면 괜찮다더니 아주 제몸이 아닌듯 여겨질 정도네요.
어제처럼 비가 오는날엔 그 증상이 견딜만한게 아닙니다.

낮엔 한가로운듯 하다가도 저녁 늦게까지 작업을 하기도 하구요.
피시방 한번 가려면 꽤 멀어서 시간내기도 힘들구요.
스스로 자중하며 내공을 쌓는 시간으로 여기며 나름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이 추사,완당 김정희 별세 150주년 되는 해라서 제주박물관에서도
기념관이 열리고 있더군요. 세한도등 여러 작품들도 그렇고
제주 유배중에 학문을 정리하고 후학에도 힘쓰고...
금석학의 대가라고도 하지요. 어찌그리 생활이 엄청나게 저와 다른지...^^*

짬내서 어디좀 가보려하면 꼭 비가 내립니다. 성산일출봉에서
비만 맞았습니다. 당분간 자중하라는 하늘의 뜻이겠지요.
그 덕에 추사를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고 지난 영화도 한편 봤습니다.
'비포 선 라이즈'..비엔나의 오페라하우스, 슈테판성당 그립더군요.

가만히 돌이켜보니 여행중 죄를 많이 지은것 같아요.
미인을 홀로 놓아두면 죄라던데...얼핏 기억나는 곳만으로
인도 고아주의 빤짐, 몬테네그로 코도르에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색하고 멋대가리 없었던 자신이 부끄럽네요.
그 이유는 영어가 제대로 안되어서...ㅜ.ㅜ

근데, 우리나라 여성 여행자들은 외국남자들과 잘 다니는데
남자는 서양 여성 여행자와 단둘이 다니는경우 거의 없답니다.

영화속의 만남과 하룻밤. 무수한 대화들. 아름답고 이해가 되요.
여행을 다니다보면 그런경우 많이 생기게 되고 나누는 얘기들이
순수하고 아름답고 그러다 동행시간이 길어지면 참 힘들어지죠.

부부도 24시간을 함께 지내는게 얼마되지 않을텐데 며칠, 몇주일
한달을 계속 함께 보낸다는 것. 근데 그게 영원할 수 없다는 것.
약속된 시점까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행복한 시간을 갖게되고
낯선 곳에서 약속된 이별을 해야되는 상황. 참 말하기 힘드네요.

“신이 있다면, 우리 안에 있지 않고 우리 사이 공간에 존재하지 않을까.
마법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있는 걸 거야.”
“당신들은 별이야. 잊지마. 수십 억년 전 별들이 폭발할 때 세상 모든 것이
형성됐지. 당신들은 그 파편들이야.” 그래 우린 모두 그 별이래요.
당신도 나도 별. 잊지 말라네요.
이 괜찮은 영화를 저는 왜 이제서야 보게 되었는지...
'비포선셋'도 시간내서 봐야겠어요.

암튼, 감귤이 단순하지만 힘든 작업을 거쳐서 시중에 나오게 된다는걸
알게 되었고 어쨌든 세월은 가고 봄이오면 다시 방랑길을 나설테고
낯선 그 어느곳에서 지금 이순간을 무척이나 그리워 할지도 모르겠죠.
그땐 안되는 영어라도 자신있게 대화를 건네보려 합니다.

제주인심은 아직 살아있어서 밥먹을때나 여러가지로 감동이에요.
2007년 시작한대로 잘 이어지고 있겠죠??
저의 소원 하나가 우리님들 항상 건강하시는 건데
제 소원 잘 들어주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