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코(日光)의 호수

by 야생마 posted Jun 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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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닛코(日光). 저는 하코네보단 닛코가 마음에 닿네요.
일단 표고가 높고 그래선지 산세가 아주 더 장쾌하고 호수도 차갑고 맑죠.
한달전에 갔던 주센지호수에서 버스로 더 들어가 유모토 온천에 가 봤습니다.
올여름 일본에서 나려고 하는데 있는동안 닛코산을 가까이 두고 싶군요.

천왕봉보다 높은 산을 오르려고 했는데 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 또 버스로 한시간정도..
점심무렵 도착하니 시간이 아쉬운데 무리해서 오를까 했지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고..
다음에 다시 기회를 보기로 하고 왕복 2시간거리 작은호수까지 숲길을 걷고
호숫가, 폭포, 계곡, 그리고 평원을 마구 헤매 다녔습니다.

해발 1650m정도의 고개를 넘는데 아직 잔설이 남아있더군요.
그 하얗던 설산들이 한달동안 푸르게 옷을 갈아 입고 흰이마만 내놓고 있습니다.
해발 1600m정도에 위치한 切湖. 고요함에 물결조차 잠들었습니다.
화산폭발로 생긴 호수일텐데 수많은 세월속에 신비를 가득 담고 있겠지요.

하얀연기 피어나는 온천물에 발만 잠시 담그고 빗방울 떨어지는 철쭉 붉은
유노코(湯ノ湖)호수를 돌아 폭포수 따라 계속 내려가면 계곡가 낚시꾼과 인사하고
센조가하라(戰場ガ原) 해발 1400m 고지에 일본 최대 습지대가 펼져지지요.
이곳도 호수였다는데 주변산의 토사가 메워지고 점점 숲이 이뤄지고 있답니다.

하이킹을 하면서 자연은 역시 오묘하고 아름답고 신비하네요.
산길에서 숲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저에게 인사를 합니다.
고개만 끄덕이며 인사를 받다가 열명쯤 되던 무리를 만났을땐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했더니 다들 웃으며 재밌어하고 반가워 하더군요.

지리산에 들었을때 지도를 보며 여기는 노고단, 세석, 토끼봉 짚어가던 느낌.
하나, 둘, 담아 두었던 곳들을 만나게 되면서 느끼던 그 희열...첫사랑의 그 감정.
지리산을 만나서 12년동안 피우던 담배를 끊었고 여러가지 능했던 잡기들 멀리하고
쾌락에 빠져 자극적인걸 찾던 일, 허황된 욕심 버리게 된 제겐 엄청난 존재입니다.

저는 지금 지리능선에서 이어진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스무살 그땐 바보처럼 흘려보내고 돌아서고 포기하고 상처도 입었지만
다시 찾아온 이 감정, 이 행복감 절대 놓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지리산에서 아직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당분간 내려가고 싶지 않고 언제 내려갈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러면 오브넷은 어떤 존재일까요...우리님들은...고향이 되나요?
저는 지금 능선길 어느 샘에서 수통에 물을 채우고 있는 중입니다.
행복한 6월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