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버리와 버슬톤

by 야생마 posted Dec 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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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지 않아서 퍼스 북쪽은 포기하고 남서부 바다를 찾았습니다.
비가 한차례 세차게 쏟아지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번버리(Bunbury) 해변은
진한 구름사이로 해가 지면서 더욱 무섭게 으르렁 거리는데
혹시나 거대한 폭풍이 오지 않을까 한동안 기다림으로 바람을 맞았습니다.

아침햇살이 따사로이 비추이는 말스톤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번버리 시가지가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거리는 조촐하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고
길가엔 아카시아 나무가 노랗게 꽃을 활짝 피우고 있어서 더욱 아늑한 느낌이네요.

번버리를 찾은 이유는 돌고래를 만나고 싶어서 쿰바나 해변의 돌고래 관찰소를
찾는 것인데 시간이 없어서 아쉽게 가까이 만나진 못하였지요.
멀리 물고기를 쫓는지 돌고래의 유영을 보고 그 앞으로 물고기를 노리는
새들이 날아드는 모습으로도 충분히 기뻤습니다. 나중에 태평양에서 보면 되겠죠.

돌고래를 기다리는 사람들, 발룬티어들의 표정은 한없이 맑아 보였습니다.
기다림이 초조함으로 체념으로 변하면서 돌고래는 오질 않아도 잘 살아갈테지..
그리운 이가 보이질 않아도 그 존재가 없어진 것은 아니고 잘 살고 있을것이다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미소 지으며 버슬톤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슬톤의 나무로 된 부두는 길이가 2Km나 됩니다. 한참을 걸어야 하지요.
날씨가 흐려서 엽서에서 본 것 같은 환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바람에 흔들리면서 기찻길을 걷는 약간 쓸쓸한 느낌도 나름 좋았습니다.

수심이 낮아 큰 배를 정박시키기 위해서 그랬을듯 한데 어떻게 그런 상상을 했을지...
근처 밀림엔 큰 나무들이 많아서 벌목사업이 발전한 곳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 나무들 덕에 부두를 2km나 내고 기찻길을 만들었겠죠.
철로 과열로 불이 나서 유실되고 시멘트로 보강한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바다로 바다로...얼마나 멋진 상상입니까...
저는 비행기를 타고 이제 퍼스를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