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 가다.(TUMBULGUM PARM)

by 야생마 posted Oct 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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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포카라에서 랑탕과 안나푸르나BC 트레킹을 마치고 망중한을 즐길때 읽었던
호주가 배경인 비슷한 소설을  여러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농장이 주로 배경이고 딸만 셋인 집이던가 딸만 있다던가 농장일이 힘에 부쳐
영국에서 건너온 죄수를 노예로 맞아들이고 어찌어찌 하다가 억척스럽고  매력 없어보이는
큰딸이 사랑에 빠지고 알고보니 죄수는 누명을 썼고 백작출신 이다던가 어쨌던가 하는 내용뻔한...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일요일이라 대중교통이 없어서 히치를 해가며 농장으로 가는길엔
목장이 드넓게 이어져 있고 원추리를 닮은 붉은 꽃들도 흐트러져 있다.
히치하이킹을 할때는 주유소가 제격이다. 목적지로 가는 방향쪽의 주유소에서 부탁하면 쉽다.

애버리진의 춤을 영상으로 잠시 감상하고 시원한 농장풍경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양떼들을 보노라면 티벳, 인도, 파키스탄, .... 영국 호수지방의 전원풍경까지 줄줄 떠오른다.
마음이 누구보다 부자가 된다. 물질적으로도 부자가 되어야 할텐데...ㅎㅎㅎ
때까오, 에뮤, 캥거루, 젖소, 말  대가족이 모여산다. 우리의 옛 시골풍경과 다르지 않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주인공은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양치기 개다. 날렵하고 의젓하다.
양치기개는 주인의 명령에 멈추고 서고 몇번하더니 저멀리 한가롭게 흐터져 노닐던 양들을
단 몇분만에 관람객 앞으로 몰아온다. TV에서 보긴 했지만 참 신기하고 재밌는 광경이다.
아기돼지 베이브 영화도 생각이 나고...양과 개, 아저씨도 서로를 사랑하며 잘 이해하겠지.
또, 놀라운 것은 털을 벗길 양을 아래 양우리에서 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몰아오는데 3초도 안걸린다.

아저씨가 양털을 벗기는데 5분정도 걸린다. 얼이 빠져 황당해 하는 양들의 표정이 재밌다.
새끼양에게 젖을 함께 먹이고 채찍질을 배워보고 소 젖을 짜보고...
그러고는 트렉터에 관람객을 싣고 농장을 한바퀴 돈다.
마지막으로 마늘빵과 홍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농장방문을 마무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이고 어떤 잡지엔 가장 친절한 도시로 뽑힌 퍼스.
아르바이트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표정도 밝고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 친절하다.
내가 웃으면 그들도 웃는다. 미소를 잃지 않는한 그들도 내게 환한 표정을 보여준다.
빵집 아주머니 항상 반갑게 인사해주고 스넥코너, 화장품가게, 과일가게 여인들도 미소를 보내준다.
청소하는 동남아 아주머니, 수단인 청경, 익살스런 메니저 모두가 가족이다.  

매주 목요일 연금이 나오는날 부부가 손잡고 불편한 걸음으로 장을 보러 나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조크를 날리시고 조금 배려해 드리면 땡큐를 연발하신다.
거의 팔순은 되어 보이는 분들이 운전은 어찌나 잘하시는지...

암튼 오브넷에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제일 많이 한것 같은데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땡큐이다.
길을 묻느라 바빴는데 은행이며 우체국이며 길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역시 땡큐가 날아온다.
매주 내 계좌잔고가 톡톡 불어나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이런맛에 봉급쟁이 생활 하는거겠지.
남미로 날아가는 항공료가 어지간해야...그래도 그냥 나도 모든게 땡큐이다.

뉴스에서 봤는데 백두대간 종주중인 두 명의 뉴질랜드인.
한국의 산하가 어느곳 못지않게 아름답고 사람들 친절하고 따뜻하다고...이게 정답이다.
2년만에 귀국했을 때 난 깜짝 놀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밝고 친절했었던가...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처음보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 자세로 누구에게든 길을 물어본다면
친절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바쁜데 길을 묻는사람이 아쉽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쉬운가..
내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도시는 대한민국의 도시들이다.

글투도 바꾸고 새로운 기분으로 달려야겠다. 어차피 계속 가려면 이 코너는 조정이 필요하다.
자신과 다른 삶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여러 부정적 시선들도 있을것이고..
나도 그렇다. 드넓은 지리산의 품이어서 가능하리라 여겼는데...조용히 차분하게 가자.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불평과 불만들이...초심으로 돌아가 그런 부정적인 것들이 사라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