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틱 섬과 몬 레포스

by 야생마 posted Feb 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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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동북부 퀸즐랜드 지역을 빼놓을순 없다고 무리해서 갔는데
엄청 덥고 습도도 높고 비도 자주 내리네요.
이곳은 우기와 건기로 계절이 나뉜다는걸 이미 알고 있죠.
다윈의 기후와 같습니다. 열대지역에 맞게 야자수가 많이 보이구요.

쿡 선장이 섬 옆을 지나갈때 계기판이 이상하게 작동을 해서
'마그네틱!' 이라고 섬이름이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ㅎㅎ
암튼, 쿡 선장의 역사적인 방문으로 오늘날 호주의 모습이 만들어졌겠죠.

날씨가 좋지 않은 바람에 기대하는 만큼의 바다를 그리지 못했네요.
섬 해안가를 따라 트레킹을 했는데 사람 하나 없는 해변을 만나기도 합니다.
통채로 전세내어 혼자 수영을 즐기기도 했구요. 한적하니 좋습니다.

잠깐 동행이 된 독일여인은 저보다 잘 걸어요.
가보면 저렇게 혼자 분위기 잡고 앉아 있어요.
뮌헨 발음이 특이해서 못 알아 듣더군요. 퓌센은 알아 듣던데..
독일 최고봉 주크슈피체에 얘길 했는데 걸어서 올라야 제맛이라고...
한겨울 함박눈 쏟아지는데 어떻게 걸어서 올라가나...

그리고, 번다버그의 할배식당 아저씨...한국전쟁에 참전 한것도 아니고
여자친구가 한국사람도 아닌데 왜 할배식품 이라고 했는지 물었더니
한국사람이 많이 보여서 그렇게 했답니다. 이곳은 농장일 많이 하는 곳이라네요.
저한테도 일좀 할거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비자도 얼마 안남아서 거절했습니다.
머리를 깎았는데 이발소인지 고물상인지 투박한 모습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몬 레포스에 가서 거북을 만났습니다.
프렌티안의 거북이와의 감동적인 만남도 다시금 생각해 보구요.
이 해변은 바다거북이 새끼를 낳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11월 경에 알을 낳고 요즘은 새끼가 깨어나서 바다로 향하는 시기입니다.

근데, 밤에 알을 낳고 밤에 주로 깨어나서 한밤중에 그걸 보러 가는데요.
해질녘 지평선까지 쭉 펼쳐진 사탕수수밭이 노을속에 잠들어 갑니다.
간단히 자료를 봤는데 바다거북 멸종위기에 있습니다.
거북을 잡는 사람 옆으로 등껍질이 수북이 쌓인 사진, 지구 온난화...

백여마리가 훨씬 넘는 새끼들이 깨어나는데 모래속에서 계속 나오더군요.
새끼거북은 소리와 빛에 반응을 하는데 빛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못찍어요. 발광을 하면 좋지 않은 영향을 주니까요.
잠깐 새끼거북과 교감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땐 발광해도 됩니다.
가만히 있질 못하고 어찌나 팔다리를 저어대는지 소용 없습니다.

알에서 깨어 밖으로 나온 새끼거북을 일단 가두고 다 모은다음
바다로 향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아이들이 제법 왔는데
어렷을때 놀이중에 기차가 남대문으로 들어가는게 있었는데
아이들이 일정 간격으로 바다까지 다리를 벌리고 서서 랜턴을 비춥니다.
그러면 새끼거북은 그 빛을 따라 아이들 다리사이를 지나 바다로 향하게 되지요.
일단 바닷물에 적시면 빛이고 뭐고 없어요. 바다로 들어갑니다.

파도소리 철썩이는 칠흙같은 어둠속으로 새끼거북들의 행진이 이어지고
아이들은 행여 새끼거북들이 다칠까봐 꿈쩍도 하지 않구요.
그렇게 새끼거북들은 한마리도 남지않고 망망대해 태평양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우리 일행 모두는 박수를 쳐 주었구요. 뭉클함에 눈시울이 뜨거워 졌습니다.

그 험하고 무서운 세상으로 들어간 새끼거북들이 잘 살아갈까요?
함께 한 아이들은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하겠죠. 저도 마찬가지구요.
애완용 청거북 만큼 아주 작던데...부디 잘 살아서 훌륭한 어른이 되리라..
우리님들도 함께 기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