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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야생마의 세계통신

2008.01.27 19:42

고독한 멜번의 밤.

조회 수 136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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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본 사람은 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그러므로 어떠한 여행도
존재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구도행 아닌 것은 없다.
움직일 기운이 남아 있을 때 자주 떠나야 한다.
모두가 여행자로 살 수는 없으나 누구나 떠날 자유는 있다.
.
.
.


세인트 킬다(St. Kilda)...

지중해 분위기의 평화롭고 햇살 좋은 부둣가.
드라마의 한장면으로 기억하던 녀석도 있던데
터벅터벅 바다로 향한 길을 걸었다.
몰아치는 거센 파도소리 갈매기의 노랫소리 들으며
세찬 바람에 모자 날릴까봐 손에 꼭 쥐고 헝클어진 머리는 그냥 걸었다.
시원하고 상쾌하다. 허허로운 심정이 제법 고독감을 주는데 나름 분위기도 잡아본다.
저멀리 멜번시내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곳에서 주저 앉았다.
휴식이 필요할 수 밖에...근데 왜 착잡할까. 모두가 안쓰럽다.


감옥..

난 스스로 감옥에 들어갔다.
내 육신은 그 누구보다 자유롭지만 스스로 내손에 수갑을 채웠다.
어쩌면 쟝발장이 빵을 훔친것과도 같을 것이다. 아니, 유신시절
감옥에 갈 걸 뻔히 알면서도 대로변에서 반정부 시위를 하는것과 같겠지.
그사람 안에 도저히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분노가 생겨났을때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분노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테니까.
알아듣게 말로 해서 안되면 좀 더 자극적으로 날카롭게 아예  주먹다짐도 각오 했겠지.
그는 살고 싶어서 영혼이 한없이 자유롭고 싶어서
쟝발장이 빵을 훔친것처럼, 목숨걸고 자유와 민주를 부르짓던 그 외침처럼..
그 덕에 다행히 그는 죽지 않고 살아났고 살고 싶은 의욕도 훨씬 커졌을 것이다.

내가 오브넷에 너무 얽매여 있는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지금은 떠나있는 분의 말.
난 얽매여 있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자유롭고 더 풍요하다. 그게 사실이다.
지금...한없이 자유로운 요즘 그사람 때문에 난 스스로 감옥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어쩔수 없다. 그는 살고 싶어 했으니까...비겁한 사람. 내가 대신 감옥에 들어가리라.
저 감옥안에 누가 들어가야 하는가. 누구도 들어가려 하지 않겠지.
그러나, 이미 그대는 스스로의 감옥안에 갇혔음을 부인하려 하지마라.
난생처음 성당에서 두손 모으고 용서를 빌고 눈물을 흘리고 순순히 감옥으로 들어갔다.


밤...

이제 어느곳에 있든 어떤 곳에 내버려지든 낯설지 않다.
해가 져서 어두어져도 길모퉁이에 저건물 뒷쪽에 뭐가 있는지 다 안다.
오랫만에 술에 취했다. 야라강변에 앉아 불켜진 빌딩숲을 보면서..
그래봐야 750ml 포도주 한병인데 왜이리 취하는걸까..
취하니까 몽롱하니 좋다. 모든게 한바탕 꿈일수도 있을텐데.

그동안 수 많은 나를 찾았다. 유년시절의 나, 꿈 속의 나, 이상속의 나...
근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그냥 길따라 쭉 가야한다는 것 뿐이다.
쭉 가야하는데...그만 내가 대신 갇혀버렸다. 어쩌다 이런경우가 생겼나.
난 영혼이 자유롭고 계속 즐겨왔는데...하지만 그런 나를 사랑한다.
내 마음까지 속일순 없지 않은가. 그를 다스리긴 난 너무 무능력하다.
내 영혼은 아무리 가둬봐야 한없이 자유로울 것이지만...
그는 억울해 하고 고지식해서 견딜수 없을 것이다.
그사람 치열하게 잘 싸우긴 했는데 나는 외롭다. 고독하고...밤이라서겠지.
그사람 대신 난 감옥에 갇힌 신세. 오늘밤은 술이 너무도 좋다.


휴일저녁 잘 보내고 계시죠?
왕립식물원에서 수국꽃을 만났는데 도쿄의 거리 떠올랐습니다.
하~ 이 인생이란건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네요.
재밌는것 같아서 웃음이 자꾸 나옵니다.
오늘밤 야라강은 낭만이 넘치는데 저는 술주정을 하고 있네요.ㅎㅎ
그냥 봐 주세요. 오늘은 취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왜~엔~지 고독이 느껴지는...좋은 밤 되십시오.
  • ?
    야생마 2008.01.27 19:59
    섬호정 선생님 글에 리플 달려고 하는데
    보안코드 어쩌고 해서 리플 못달았어요.
    눈 많이 왔네요. 여긴 더워 주껜는데...
    선생님 건강하세요.

    취하긴 취했네. 세로사진을 가운데로 밀어야 하는데
    모르겠다. 졸리고 짐도 싸야하고..
    그리고 진원님. 하해님이 어디 계신긴요.
    하해..여름 바다 아닙니까. 여기 호주에서 스팸처리 하고 계시죠^^
    거긴 겨울이라 춥죠. 여긴 여름바다가 시원하게 쫘~악 ㅎㅎㅎ
  • ?
    하해 2008.01.28 01:10
    ㅎㅎ 한잔 하셨네~~ 아주 좋아요 ㅋ
    어제 밤에 스팸막는 게시판소스를 수정하다가 서버접속이 원활하지못해
    멈추엇는데, 야생마님 이야기를 듣고 확인해보니 오늘 종일
    게시판들에 글입력이 안되었나보네요. 서둘러 다시 원상복구해둡니다^^
  • ?
    k양 2008.01.29 06:51
    흐흐흐.... 그동안 너무 바른생활맨 같은 글과 사진만 봐서 좀 그랬는데....이제 사람맛 좀 나는 글이 올라왔네 그려....
    좀 망가지기도 하고 감정배출도 하고 그러면서 여행기를 쓰는게 좋지않나요?
    그래도 뭐랄 사람도 없고.. 있대도...... 아님 말구....
    좋아보이는군요.
    술깨면 그만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마음 따라 사진도 좀더 자유롭게 찍어보시고......
  • ?
    東窓 2008.02.02 17:01
    야생마님의 이런 모습을 멜랑꼬리 스럽다고 표현하면
    적절한 지 모르겠네요.
    당분간은 계속 자유를 누리셔야 할 듯.. ㅎㅎ
  • ?
    야생마 2008.02.03 12:37
    도대체 무슨말인지 횡설수설 이네요.ㅎㅎ
    그래도 이렇게 받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 기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하해님 때문에 참...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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