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

by 야생마 posted Jun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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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때부터 알래스카의 청량함이 느껴졌습니다.
20여년 동안이나 알래스카에 살며 여행자로서 또 한사람의 주민으로
자연과 원주민들과의 순수한 만남이 펼쳐지고 19살의 나이로 무작정
알래스카로 떠나고 그곳에서 하나둘 만나는 순수의 알래스카.
작가가 알래스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글속에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천마리의 카리부 사슴들의 이동, 늑대, 곰들과
카약과 우미악을 타고 만나는 참고래, 연어떼들 그밖의 수많은 야생동물들.
짧은 여름동안 툰드라의 빙판이 걷힐 때 피어나는 야생화들. 물망초.
이미 그것만으로도 알래스카는 낙원이고 가슴깊히 동경의 바다로 빠져드네요.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
핵실험과 자원의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는 에스키모, 인디언들.
그들의 고뇌와 슬픔, 작가의 기억속 화산폭발로 산에서 죽은 친구와 그의 어머니.
함께 알래스카를 누비던 파일럿의 죽음, 부인의 유산...
그 인간사의 희노애락이 알래스카의 청정자연 속에 거룩한 느낌도 들구요.

-결과가 내 뜻대로 됮 않았다고 해서 실패라는 단어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결과에 상관없이 지나온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진정 의미를 갖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인생일 것이다.-
본문중에 이 내용 비슷한 의미 접한적이 있지만 새삼 깊게 새겨봅니다.

등피나무가 자라고 홍수에 떠밀려 베링 해로 떠내려가고
다시 북극해류에 휩쓸려 알래스카 내륙 툰드라 지대 해안에 머물게 되고
여우의 표식이 되고 새의 쉼터가 되고 에스키모의 따뜻한 연료가 되고
연기가 되어 알래스카를 떠도는 책 속에 등장하는 우화의 그 과정의 시간들
그게 인생의 참 의미일 것이라는 생각에 공감을 표합니다.

메킨리와 눈덮힌 산맥들, 그리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백야와 오로라, 피요르드.
툰드라 지역의 코 끝을 시리게 할 청정한 바람, 에스키모와 인디언들의 전설.
무엇보다 제가 가장 동경하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
언젠가 알래스카에 발 디디면 이 책속의 아름다운 영상들이 쭉 떠오르겠죠.

이 글을 쓴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는 1996년 TV프로그램 취재차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에 들어갔고 쿠릴 호반에서 야영 취침중 불곰의 습격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꾸밈없는 자연과 맘껏 사랑하다가 자연의 힘으로 죽게 되네요.
그런 아름다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저도 고래 뱃속에 들어가더라도
행복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자연의 법칙에 크게 어긋난 것이 아닐테니까요.

책을 읽는내내 행복했고 순수함을 찾아가는 좋은 시간이었네요.
제가 책을 한번 읽어서는 잘 기억도 못하고 정리를 잘 못하는데
암튼 이 책은 여행하는 동안 계속 함께 하며 청량제 역활을 할 것 같습니다.

친구의 죽음을 생각하며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아주 마음에 다가오고 설레이네요. 어렵지 않고 편안하고 풍요한 느낌의 책.
K양님 잘 읽었습니다. 다음 K양님의 신앙서라는 책을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