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와 어톤먼트

by 야생마 posted Jun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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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주 여행중에 들렀던 호주의 수도 캔버라.
요즘 한가로운 시간에 다시 반추해 봅니다.

잘 정리된 행정도시. 국회의사당과 전쟁박물관의 모습이구요.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그 자료들도 잘 정리해 놓아서 감회가 새롭고
요즘 상황에 좌파, 빨갱이 부르짖으면 다 통하는 황당한 세상이
일제 해방후에 정리 되어야할 친일파들에 의해 요즘도 계속되는 현실이 비통합니다.

섬뜩한 생각이지만 전쟁당시 만주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던지 어쨌던지 결판을 내는게
좋았겠단 생각도 해보네요. 언제나 이런 세상이 계속 되풀이 될것 아닙니까...
화염병을 던지는 것도 아닌 촛불든 민초들을 군화발로 짓밟고 방패로 찍고...
그리고는 좌파들이 선동했네 배후세력에 친북주의자가 있네 그런식으로 몰잖아요.
투표도 안했고 동참도 못하는 저로서는 그저 다치지 마시라고 그저 속죄의 마음뿐입니다.

사진속에 구호문이 적힌 가건물이 보이죠.  애버리진 원주민 천막대사관입니다.
천막대사관은 원주민들이 백인정권의 차별정책에 대항하면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체성을 확인하고 젊은 세대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원주민 정책에
죄의식을 갖고 있는 백인들을  친구로 받아들이는 일까지도 수행한다고 합니다.
어느 강대국 대사관보다 멋지고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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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어톤먼트 속죄 atonement

운영자이신 진원님께서 예전에 소개 해주셨던 영화.
파일상자에 담아있길래 휴일오전 차분하게 감상했습니다.

30년대 영국의 대저택에서 부유한 집안의 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와
가정부의 아들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와의 신분차이를 극복하고 사랑하게 되고
어느날 서재에서 격정적이고 감각적인 사랑을 나누는데
로비를 흠모해왔던 세실리아의 어린 여동생 브라이오니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마음의 혼란과 충격, 질투어린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저택에서 사촌의 강간사건이 발생하고 확실히 이해하진 못한
여동생의 오해와 질투의 시기심이 사실을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하고
로비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후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참전하게 되지요.

한순간의 오해와 질투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은 이별과 고통속에서 수많은 날들을
사랑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서로를 기다리는 일념으로 전쟁의 참상속에
살아오던중 로비는 패혈증으로 죽고 세실리아도 폭격으로 죽게 됩니다.

죄책감으로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가는 여동생은 마지막 소설속에서
안타까운 연인을 서로 만나게 하며 다시 깊고 영원한 사랑을 하게 하고
자신은 깊은 속죄를 하게 되지요. 그렇게 한다고 용서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그런 속죄의 마음은 꼭 필요하단 생각도 해봅니다.

전쟁의 참상을 롱 테이크로 그려낸 중후반부의 영국 군인들이 모인
프랑스 해변 장면은 아주 대단했구요. 위 캔버라 전쟁박물관의 모습도 보이지만
전쟁이 세상을 얼마나 처참하게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지요.
살아가며 어떤 오해와 시기로 인해 긴시간을 고통속에 살아가는 경우가 있겠고
상처받지 않을 영혼이 어디 있을까요. 속죄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속죄가 필요없는 삶이 최고겠지만 작은 오해에서 빚어진 작은 고통이라도
우리 삶에 언제든 생길수 있을겁니다. 저도 물론일텐데...
저로인해 고통받은 사람들 언젠가 어떤식으로 속죄의 표현을 하게 될겁니다.
한순간의 어떤 오해가 사랑하는 이를 고통속으로 몰고 갈수도 있겠네요.

여배우가 참 매혹적이고 아름다워서 보는내내 더욱 안타깝고 가슴 아프네요.
화면들도 아름답고 런던의 모습, 19번 이층버스도 반갑고 파도에 자갈 쓸려가던
브라이튼의 해변과 세븐 시스터즈의 모습을 영화속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