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

by 야생마 posted Dec 0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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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아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여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 류시화 지음.


예전에 annapurna님께서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

로 시작되는 류시화의 '어느 나그네의 시'를 제일 좋아하는 걸로 소개 하신적 있는데..
사실 전 위의 '여행자를 위한 서시'를 더 좋아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다 아시는 시겠지요. 참 멋지지 않습니까...떠나고 싶지요?
전 내일 서울로 여행을 떠납니다. 휴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휴일 심심하신 분들 가볍게 보세요. 그립습니다. 정말 마지막이에요. ㅎㅎ
어느날 고향을 찾았고 지금 다시 험하고 거친 여행을 떠나 온건지도 모를일입니다.






길위의 풍경입니다. 9월초에 눈을 맞기도 합니다. 여긴 아직 왜 눈이 안오는지...








티벳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남쵸호수 입니다.
호수를 품에 안을만큼 넓은 가슴을 가지고자 했건만...쯧쯧.



화장터 파슈파티나트...



원숭이 사원 스왐부나트...











annapurna around circuit trekking...


꿈꾸는 섬/정세훈 4:33   (annapurna님께서 저한테 잘어울린다 하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