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넷째날.

by 야생마 posted Oct 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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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가 살짝 내렸는지 텐트가 젖어있다.
오늘은 W코스 마지막 그레이 빙하를 보러간다.
유빙들이 떠 있는 호수를 보니 마음이 들뜬다.

아침을 먹고 30여분 걸었을까...멀리 그레이빙하가 눈에 들어온다.
햇살이 비추지 않는 호수와 빙하는 잔잔하게 신비감을 준다.
3시간정도 걸어서 그레이 캠프장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고 호수에 유빙들만 자유로이 여행중이다.

이런 모습의 빙하는 처음 보기에 한참이나 움직이지도 못했다.
구름속 태양이 비추면서 유빙들은 또다시 움직인다. 신비롭다.
신은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지구 반대편 안데스 자락에 만들어 놓으셨다.
남극에 못가는 신세를 맘껏 풀었다. 혼자 보기에 아쉽기도 하다.

마지막 네번째 밤. 호숫가에 마굿간을 지었다.
이 컷을 마지막으로 4일동안이나 버텨오던 배터리가 완전 소모되었다.
달빛 비추던 호수, 수많은 별들, 허옇게 서 있는 설산...
마지막 밤은 트레킹을 완주한 여행자를 축복해주는듯 하다.


밤이 지나고 황홀한 아침 태양을 맞으며 호숫가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산사면을 지나고 평원을 가로지르며 많은 새들과 소들과 말들을 만나고
섬진강을 떠올리는 강줄기따라 공원안내소까지 잘 들어왔습니다.

각 캠프장이며 산길이며 곳곳에 정말 양파껍질 하나 없더군요.
지리산에 많은 과일껍질들, 간간히 보이는 봉지류들 생각해봐야 하구요.
픽업차량이 제시간에 오질 않아서 힘들고 춥고 출출했는데
공원관리 여직원 마레리아 커피도 타주고 빵도 주어서 감동했습니다.

잊지못할 토레스 델 파이네...너무너무 아름다웠던 곳..
히말라야, 알프스와 더불어 내생애 영원히 가슴에 새겨질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