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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야생마의 세계통신

2008.07.20 17:34

포도밭의 젊음들...

조회 수 169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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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정도 계속 포도밭에서 포도가지와 실갱이 하며 보내는데
이제 어느정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일정이 예상보다 빨라졌다.
사실 회사측에선 빨리 끝내고 또다른 포도밭 일을 맡았으면 했는데
일이 더디게 진행되어 그냥 맡은것만 마무리하고 끝낼것 같다.

여러나라의 젊은이들 열심히 땀흘리고 서로 정을 나누고
그런 모습들이 드넓은 대지에선 정말 귀엽고 모두가 사랑스럽다.
아침엔 꽤 춥고 밤중엔 거의 날마다 비가 내려 포도가지도 젖어있고
바닥도 미끄러운데 웃음 잃지않고 손놀림을 하는모습 대견하다.
커플들은 함께 한단락씩 작업을 하면 이상하게 시너지효과가 나타나서
훨씬 빠르고 지루하지 않게 일을 해낸다. 근데 TV를 손잡고 보는건..

숙소에선 자주 맥주파티가 열리고 커다란 웃음소리 끊이질 않는다.
이것저것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겨울엔 북적북적한게 좋다.
아쉬운 점은 어느곳이 돈을 더준다더라 하면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녀석들이 간혹 있는데 내입장에선 그게 나쁘지 않다고 여기지만
회사 입장에선 또 사람을 구해야 하고 일을 가르쳐야 하니 난처해한다.
여기저기 부딪혀 보는게 젊은시절 나름 의미있지 않을까...
단지 그게 겨우 돈 몇푼 때문이라면 많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미니홈피에 동생이 올린 부모님 사진보며 그새 많이 늙으셨다고
훌쩍이는 아가씨 모습은 참 많이 애틋하다.
잠시 지나면 또 생글생글 웃으며 여기저기 부딪히고...
일도 잘한다. 우리나라 아가씨들이 시골 어머니들의 그 부지런한
손놀림을 이어 받아서인지 일본 여인들보단 월등히 잘한다.

네덜란드 커플 생활방식이 많이 달라서 며칠 지내다 나갈줄 알았는데
처음엔 신발 신은채 실내를 다니더니 지금은 젖가락질도 한다.
항상 잘 웃고 얘기를 즐겁게 잘 받아줘서 숙소에 생기가 넘친다.
우리 영화도 재밌단다. 일도 아주 잘한다. 우리말도 꽤 늘었다.

그리고, 두녀석이 있는데 아주 작정을 하고 중고차를 구입하더니
보통 5시면 일을 마치는데...헤드랜턴도 사서 일을 밤 8시경까지 한다.
하루 200뉴질랜드달러 정도 수입을 올린다.
나도 며칠동안 같이 어울려서 하루 250불(20만원정도) 벌기도 했는데
힘들어서 지금은 포기했다. 아무리 돈이 좋다해도...

그렇게 벌어서 12주 3000불 어학원 수강을 하고 생활을 하고 여행을 한다.
나라경제가 어려워지고 청년실업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렇게 먼나라에 와서 갚지게 지내는 모습이 대견하고 멋지다.
3000달러라는 엄청난 액수를 지불하고 어학연수를 꼭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다 실력을 쌓고 취업과 사는데 큰 가치를 하게 될것이다.

젊음에겐 패기가 있고 굴복하지 않는 의지가 있어야지
취업을 위해 영혼을 판다는 것은 참 불쌍한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암튼,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 기쁘다.

숲의 경제학...요즘 읽다가 소강상태에 있는 책의 일부 내용인데
작가가 월든이란 호수가 있는 숲으로 들어가 통나무로 집을 짓고
밭을 일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경제학적으로 정리를 한 내용이다.
포도밭 젊음의 경제학이란 이름으로 대비를 자주 해보곤 한다.
어학연수에 여행에 친구를 사귀고 추억을 만들고 값진 경험을 쌓고...

또, 몸과 마음이 많이 건강해진다.
순수한 자연의 모습은 때때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일하다보면 외떨어진 농가의 검정개가 놀러와서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새들도 자주 보이는데 조그마한 박새같은 새가 유난히 꽁지가 긴데
좌우로 한번 흔들면 그 모습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나를 무서워 하지도 않는지 몇미터 근처에서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춤춘다.

그렇게 포도나무는 덥수룩한 가지를 털어내고
깊어가는 겨울을 견디고 봄을 기다리며 단정하게 자리를 잡는다.
비그친 이른아침 구름은 산아래까지 내려와 노닐다 태양이 깨우면 사라지고
일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드넒은 포도밭 너머 저 산 너머로
붉은 석양빛, 노을진 산등성이 너머가 이세상 그 어느것보다 아름답다.
내마음에도 조금씩 봄이 찾아오고 있다.
  • ?
    야생마 2008.07.20 17:47
    이왕 하던거 끝날때까지 열심히 해야겠네요.
    거의 한달만에 쓰려니 어색하고 익숙해질까 싶어서 글 올려봅니다.
    요즘은 사진도 안찍고 책도 잘 읽히지 않고 마음만 떠 있습니다.
    곧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겠지요.
  • ?
    박용희 2008.07.21 08:58
    떠다니는 마음을 어쩌겠어요.
    실컷 떠다니게 하지요 뭐...^^
    어색해 하실 것도 없고요잉~
  • ?
    선경 2008.07.21 11:41
    조금씩 찾아오는 봄햇살의 투명함속에
    따뜻한나날되세요~~
  • ?
    북창 2008.07.21 23:01
    많이 반갑습니다.
    특파원 소식..자주 좀 올려주세요.^^
  • ?
    야생마 2008.07.22 13:38
    포도가지치기...내년에 더 많은 열매를 맺기위해 좋은가지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잘라 버리는건데 이 의미를 저는 좋아하지
    않지만 어떤 합의에 의해서라면 수긍할만도 하겠네요.

    떠다니는 건 좋은데 불혹이 얼마남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하네요.
    불혹까진 얼마남았나...5년인가 6년인가..ㅎㅎㅎ
    섬진나루엔 그나마 박용희님과 둘뿐인데 휑하지 않게
    이쁜사진 올려놓아 주셔서 참말로 다행스럽고 고맙네요.^^
    선경님도 북창님도 썰렁하지 않게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야생마 2008.07.22 16:29
    두레네집도 있지요...ㅎㅎ
    누군가 두레네집도 있는데 왠 착각을?
    이렇게 해주셔야 하는데...아이고 저 왜이리 무뎌지죠?ㅠ.ㅠ
  • ?
    moveon 2008.07.22 23:54
    ... . . . . 할말이 없으요. . 박용희님께도 야생마님께도. . 섬진나루에 서 강바람을 맞고 계신지가 오래 지요????? 게시판 재편성을 생각안해본 것은 아닌데. . . 조만간 운영체계가 일원화 되면[지금은 보이지 않게 나뉘어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시점이지요.] 그 시기를 정점으로 여러 변화가 있어야 할거예요. . 영차 영차 힘내시요~~~~~


  • ?
    야생마 2008.07.23 12:06
    제가 착각한건데 왜 moveon님께서 할말이 없으세요.
    저는 두레네집이 어디 지리마당이나 다른곳에 있는줄 착각했죠.
    저는 어찌되었던 감지덕지 하니까 다른 생각 할일도 없습니다.
    섬진나루 강바람이 얼마나 시원하고 고마운지요.
    moveon님도 영차영차 힘내시고 사랑방 글부터 지우세요.
    안되는건 그것대로 인정을 하고 살게요.
  • ?
    섬호정 2008.08.02 20:10
    야생마님의 포도밭 젊음의 생활 , 그 신념과 행동력이 자랑스럽습니다
    지구촌을 누비는 우리 젊은 인생학도 야생마님의 무궁한 장도의 영광을 축원합니다 건강하세요 엘리콧시티에서 합장
  • ?
    야생마 2008.08.06 15:33
    섬호정선생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젊은이들 생기넘치게 일도 열심히 하고 착합니다.
    <여행하는 나무>는 편안하게 꿈꾸듯 읽으시면 좋을거에요.
    말씀 감사하고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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