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내리던 날의 회상

by 야생마 posted Feb 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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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멎었지만 아주 달콤한 비가 내렸습니다.
때까치님께서 올려주신 사진을 보고 선유도에 갈까 했는데
비가 제법 많이 내려서 포기하고 그냥 금강하구 여기저기
빗속에 싸돌아 다녔습니다.

오랫만에 맞는 비라선지 유년시절 옛향기에 물씬 취해 봤다지요.
시멘트 포대로 야구장갑 만들어서 정구공으로 손야구도 하고
지금은 기차가 다니질 않는데 저 어렸을땐 다녀서 선로에
가만히 귀를 대면 기차가 오는걸 알수 있었답니다.
못을 선로위에 올려놓으면 기차가 지나간 후 칼처럼 변하지요.

마침 썰물이던데 갯벌에 들어가 갯지렁이 잡아 팔아서 군것질도 하고
낚시줄하고 추 사가지고 망둥어 잡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줄하고 추만 있으면 됩니다. 그냥 썰어서 초장 발라 먹으면 기막히죠.
그러다 바다장어라도 잡히는 날엔 진짜 횡재하는 날입니다.
그날은 사이다도 한병 사서 어른흉내 내보기도 했죠.

한번은 망둥어 낚시하다 그만 미끄러져서 물속에 빠진적이 있는데
놀래서인지 허우적대지도 않고 멍하니 가라앉는데 꽤 깊어요.
탁한 시야에 물고기도 왔다갔다 하고 정말 딴세상 같더군요.
다시 저절로 위로 붕 올라가더니 어떤 아저씨 손에 들려 나왔던
아찔한 순간도 떠오르네요. 고마운 그 아저씨 잘 살고 계시겠지요.

또, 술래잡기 할때 도망하다가 작은돌에 미끄러져서 시궁창(멘홀)에 거꾸로
처박힌적도 있었어요.^^ 다방 앞이었는데 다행히 차마시고 나오던
아저씨가 빼내 주셨습니다. 그 때 문밖까지 따라나오던 다방누나...
"야! 우리오빠 아니었으면 넌 죽었어!"  오빠는 무슨...
반쯤 넋이 나간 채 들려오던 다방누나의 목소리가 또렷이 기억나네요.
세차장집 동네형에게 엄청난 수압의 물을 한동안 받아야 했습니다.^^*

고깃배로 보내는 얼음창고 통로에서 떨어지는 얼음 아이스케키라고
먹다가 배앓이도 많이 했었고... 부둣가 옆으로 월명공원이 있고
낮은 산등성이 따라 마냥 걷던 기억, 용돈 생기면 어김없이 달려간
중앙시장 호떡집은 20년이 넘은 지금도 그대로 있네요.
아버지 따라가서 먹던 그 순대집들도...세상에 역 건너편 조금만
바위산도 아직까지 남아있군요. 아카시아꽃 따 먹던 기억속에 아찔한
낭떠러지가 무서웠었는데...지금까지 황무지처럼 왜 그냥 놔두는지 이상합니다.

스스로 쓸쓸한 역마살을 키워냈던 금강하구.
시베리아에서 바이칼에서 날아온 철새들 쓸쓸히 모여있구요.
조류독감 때문에 눈치밥 먹고 있던데 어디 철새들 탓인가요.
철새들이 무슨 죄가 있답니까.. 다 인간이 만든 환경오염 탓에 요상하게
변이된 바이러스가 생겨난 거겠지요.

단비 내리던 날...
금강하구의 고향의 옛추억속에 실없이 웃음 터트리며
가끔은 눈물 글썽여보며 참 좋네요.
여러분이 계신 곳은 어떠셨나요?
6시 내고향 전국소식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