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바이칼호수...

by 야생마 posted Oct 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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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저는 그 긴긴시간 기차안에서 무사히 잘 버텨서
이르쿠츠크에 잘 도착하고 바이칼 호수의 리스비얀카라는
시골마을에서 이틀을 보낸 후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네요.

무려 4일밤을 기차안에서 보냈으니...정말 힘들더군요.
몸이 익숙해질무렵 도착하고 도착하니 시차적응이 안되어서
밤이면 초롱초롱 눈빛이 반짝거립니다.^^
기차안의 모습 지루하지만 정겹고 말 안통해도 재밌습니다.

덜컹거리는 와중에 잘 자고 깨어보면 창 밖으로 시베리아 벌판으로
하얀 눈발이 휘몰아치는데 정말 가슴 뭉클하더군요.
올 첫눈을 그렇게 기차안에서 맞았네요.
기차가 서는곳이면 먹거리들 파는 서민들의 모습도 정겹구요.

그리고, 지난 이틀밤 너무도 아름다웠던 바이칼호수의 작은마을...
동네 어귀에 닿자마자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얼마만에 들어보는지..
우리 시골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그렇게 나만보면 시끄럽게 하더니
막상 떠날땐 슬금슬금 눈치보며 꼬리까지 흔들며 배웅하더군요.

샘터에 물 긷는 아이에게서 예전의 제 모습도 잠깐 만났구요.
저 소년 저렇게 밝고 맑은데 왜 그렇게 난 어두웠던지...
할아버지 페치카에 불 피우는 모습도 너무 멋졌습니다.
말 안통해도 어떻게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올들어 가장 추웠대구요.
한 쌍의 우리나라 커플이 다녀갔는데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어물?..오물?' 생선 반쯤 말린 것. 그게 그냥 먹으면 왠지 비릿하고
별로인데 맥주안주로 하면 정말 기가 막힙니다. 너무 맛있어요.
어물파는 아줌마 사진 찍으려 하니까 거울 보더군요. 그 순박함...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정겨워요. 사람들 너무 좋습니다.
호수 저편엔 하얀 설산들이 쭉 늘어서 있답니다. 티벳 남쵸호수처럼...

우리에겐 아주 치욕을 안겨준 인물이지만
징키스칸이 나고 자라면서 야망을 키웠던 곳이라고 하지요.
유라시아를 자신의 말발굽 아래 놓기까지 시베리아 몽고벌판을
얼마나 내달렸을까요. 말발굽 소리와 함성이 들리는듯 합니다.
우리 한민족의 원류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하더군요.
바이칼에 대해서 많은 얘기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포근해서 더울 지경인데 어젠 왜그리 춥던지
살짝 코감기가 들었네요. 제대로 걸린 감기는 그동안 없었는데...
이르쿠츠크 숙소구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호텔은 너무 비싸구요.
바로 바이칼의 리스비얀카는 정말 좋은데 이곳은 별로 맘에 안듭니다.
택시도 여러번 타게되고 택시비는 기사 맘이에요. 미리 정해야 되죠.

암튼, 너무나 좋은 시간들 보내고 또다시 긴 시간 열차를 탑니다.
이번엔 74시간 정도 타게 될듯 하네요. 블라디보스톡에서 인사드릴지
고국땅에서 인사드리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어떤가요? 따뜻하다구요? 긴장하고 계십시오.
시베리아 기단을 몰고 야생마가 곧 들이 닥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