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Giza) 피라미드.

by 야생마 posted Jan 06, 200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카이로 입성 3일만에 피라미드를 만나러 갔습니다.
다운타운의 매트로역에서 기자역까지 가서 또 봉고차버스를 갈아타고...
친절한 이집션들은 내가 갈 길이 전혀 낯설고 힘들지 않게 합니다.
인도인들과 비슷한 면이 많은 듯...

진입로에서 기다리는 낙타몰이꾼의 흥정에 걸려들어 낙타를 타기로 했어요.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할테고...역시나 예상보다 다섯 배 정도 높은...
이집트에서는 10분의 1로 깎아야 한다던데...결국 내 예상가격으로 ...

낙타는 졸려서 귀찮은 것인지 내가 싫은 것인지 괴상한 울음을 짓더군요.
낙타몰이꾼은 내가 좋아서 그런거라고 하는데...
평생을 낙타와 함께 살아와서 낙타의 언어를 잘 알고 있을터인데
많이 안다는 것이 때론 진실이 될지 거짓이 될 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건 낙타몰이꾼의 거짓이 되려나요...

포장도로를 지날때 낙타는 조심스럽던데 사막을 만나서는 신이 난 듯
뛰기 시작하더군요. 낙타의 걸음은 보기엔 제법 우아합니다.
곁눈질 하듯 때론 반쯤 감겨진 듯한 눈이 콧대높은 여인네 같지요.
초보 낙타맨은 낙타의 우아한 걸음과는 상관없이 엉덩이와 허리에
많이 들어가 곤욕입니다. 처음 말을 탈 때와도 비슷하겠지요.

황량한 사막을 넘어오는 말달리는 이들은 서부영화속 주인공처럼 멋집니다.
사막이 메마른 것처럼 그들의 표정, 움직임 또한 그것을 닮았습니다.
고개를 넘어서 낙타의 엉거주춤한 내리막길 걸음속에 간신히 중심을 잡으면
눈 앞에 피라미드가...세 개의 꼭지점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큰 것이 세 개이고 무너진듯한 작은 것까지 합하면 9개의 피라미드가 있습니다.

저 피라미드를 만나기 위해 그렇게 먼 길을 헤쳐 왔던가...
피라미드를 만난 의미는 7대 불가사의나 관광명소를 찾은 환희보다
저에게는 여정의 새로운 전환을 의미합니다. 기를 받는 것이지요.
산티아고는 꿈 속에 보여지는 보물을 찾기위해 고난을 헤쳐가며
피라미드까지 왔는데 정작 나 자신은 무얼 찾아 이리 먼 길을 달려 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