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에서...

by 야생마 posted Nov 18, 200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유유히 흐르는 강을 건너는 다리가 예쁘고 크고 멋진 광장이 있는
에스파한을 거치고 수도 테헤란을 건너뛰고 지금은
갈매기 날아다니고 밤배의 움직임이 아스라히 보이는
달그림자 비치는 카스피해의 한적한 곳에 와 있습니다.

겨울로 들어서는 비수기인지 숙박객은 나 혼자 뿐이고 조용하네요.
하루종일 자고 일어나선 바다를 보고 숙소 주인과 대화나누며
잡히지도 않는 낚시대를 번갈아 바다속에 던져보고...망중한입니다.
숙소가 싸면서도 참 좋아서 넓은 창으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가장 좋은건 부엌까지 딸려있어서 제법 괜찮게 밥과 요리도 해먹고 있네요.
그래봐야 참치통조림과 햄,소세지등에 야채를 함께 볶는 수준이지만요.

수평선에 나란히 띄워있는 커다란 배들은 멀리 떠나있는 여행자에게
그리운곳들로의 향수에 젖게하고 가까이서 그물을 내던지는 작은조각배들은
이국에서의 고독함을 달래주는 정겨움을 주고 있습니다.
아라비아해를 스쳐간 뒤 오래만에 들어보는 파도소리에 자유로움과
낭만적 분위기에 흠뻑 빠져보고 있네요.
바다와 호수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염분의 함유에 상관하는 것인지...

에스파한은 잘 정비된 도시의 평화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어요.
깨끗하고 곳곳에 숲과 가로수...야외 의자들도 잘 갖춰 있습니다.
사람들이 참 친절하고 붙임성이 좋아서 무료가이드를 쉽게 만나요.
길을 물으면 미안하게도 그 곳까지 동행해준 후에 다시 길을 가더군요.
프랑스 국적의 40대후반의 우리 아주머니 한분을 뵈었는데 이란 참 좋답니다.
여성분들은 아주 대우가 좋나봐요.^^ 세계 어디든 그럴려나요.
제가 느끼기에도 이란여행은 여성분들이 참 좋을듯 여겨집니다.

에너지가 충분한 나라라서 모든게 거쳐온 나라들보단 풍요해 보입니다.
물가도 싸고 문화수준도 제법 높구요. 도로나 철도 사회간접시설도 좋네요.
우리나라의 가전제품은 S사, L사등 한 블럭에도 몇 군데나 보일 정도구요.
자동차도 지금은 단종된 K사의 '프라*드 베*' 차량이 아주 많습니다.
제가 처음 장만했던 D사의 씨*로 차량도 제법 많이 보이구요.

이란의 음식문화는 케밥이라고 해서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등을 꼬치에
꽂아 구워서 밥과 함께 양파, 구운 토마토등과 함께 먹구요.
밀가루를 쪄서 얇게 쭉 펴서 만들걸 그 안에 넣어서 먹기도...(?)
H.S님 도와 주십시오...^^ 아직 그 것의 이름도 파악을 못했네요.
인도, 파키스탄에서는 짜파티라고 부르죠. 돼지고기는 먹지 않습니다.

20일정도의 이란여행...참 괜찮고 좋은 곳이네요.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다만,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인지...여행자수표와 신용카드의
환전수수료가 10%가 넘는 상황이라 제가 빨리 벗어나야 할 판이라서
조금 아쉽네요. 중동여행은 현금을 넉넉히 확보하는게 필수입니다.

저는 이제 터키로 넘어갑니다. 형제의 나라로도 불리우고
지난 월드컵으로 한층 더 가까워진듯 여겨지는데 어떨지 기대되네요.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쌀듯 여겨져서 빠르게 벗어날 생각입니다.
에스파한에 들어가는 고갯길 버스안에서 눈을 만났습니다.
이란에는 겨울에 눈이 내리더군요. 고국도 서서히 겨울로 들어서겠죠.

건강하십시오. 터키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폴로경기장을 광장으로 조성한 에스파한의 이맘 호메이니 광장.
광장을 삥 둘러서 바자르가 형성되어 있는데요.
입구의 아치에 고구려벽화같은 친숙한 그림이 좋았습니다.






시오세 다리밑에서 찻집이 있습니다.
'차이'라고 부르는 홍차같은 차를 이란사람들은 많이 마십니다.
인도, 네팔, 파키스탄에선 '짜이'라는 밀크티를 많이 마시고
우리도 '차'라고 하잖아요. 비슷한 발음이 재밌네요.
















이슬람 국가인데 교회가 있다길래 가 봤습니다.
옛 아르메니아인들이 교회를 세우고 신앙생활을 했는데
박해를 많이 받았던 자료들이 비디오 영상물과 사진들, 여러 유물들로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교회내부는 화려한 그림들이 벽과 천정을
다 메우고 있는데 장엄함을 느꼈습니다. 볼것들이 많더군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성경책도 보존되어 있고 머리카락을 도금해서
성경을 새겨 놓았는데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놀라기도 했구요.
다만, 사진을 못찍게 해서 아쉬웠는데 약간의 애교로 발광없이 잠깐동안
몇 장 찍을 수 있었어요. 종교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걸 생각해 봅니다.
이곳은 지금도 일요일엔 문을 닫고 예배를 본다고 하네요.

그러고보면 쭉 각 종교들의 모습을 둘러보고 있는데
중국 청도에 있을 때 태산에 오르고 곡부에 들러 공자의 자취를
느껴보지 못한 게 후회가 조금 됩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과 홀로 사색에 잠긴 여인의 모습에서
차분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해 저무는 하쥬다리.








차 한잔 마시며 이맘 호메이니 광장의 야경을 즐겼습니다.








카스피 해. 모처럼 바다새 사진. 금강하구에 철새들이 모여들겠지요.














그제 카스피해에 떠오른 보름달은 더 큰 그리움을 쏟구치게 하더군요.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곧 이란을 떠나야하는 저의 마음도 비워져 버리고
가물어지네요. 또 길을 떠나야겠지요.

북한산에서 즐겁고 반갑고 따뜻한 좋은시간 가지셨군요.
많이 반갑고 기쁘네요. 항상 그렇게 즐거우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터키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