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깊어가는 카리마바드...

by 야생마 posted Oct 0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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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을 먹기전 숙소건물이 10여초 심하게 흔들려서 놀랬는데
다행이 이곳 카리마바드는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설산들이 흔들리면서 아득하게 눈사태가 나는듯 보였는데
식당 야외탁자에서 그 모습을 경이롭게 감상할 정도로 평온했어요.

울타르피크에서 내려오던 눈알갱이가 바람을 일으키며 마을을 덮쳤을땐
그 차가운 기운과 순식간에 쏟아지며 날리는 낙엽들 속에서
신비로운 느낌을 갖기도 했구요. 어쩐지 파키스탄 방송이 요란하더니...
행여 걱정해주신 분들께 심려끼쳐 죄송스럽고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엄청난 피해가 난듯 하네요. 사망자 숫자도 너무 많고...
사람들이 참 착하고 선량하고 친절하고 점잖은데...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눈팅님께서 말씀 해주신대로 요즘 이곳은 라마단 기간입니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저녁은 조금 먹는다고 하네요.
이곳도 이슬람국가라서 여인들이 사진찍기를 꺼려해요.
어린소녀들과 가끔 허락해 주시는 분들만 찍을 수 있습니다.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걸로 알고 있는데
라마단이 시작되기 이틀전 한 상점주인과 친해졌는데
저녁에 놀러오라해서 갔더니 밖에 안보이게 숨어서 술도 마시고
마리화나인지 권해서 소량을 해보기도 하고...참 친근하고 재밌더군요.
그 인연으로 누렇게 색바랜 멋대가리 없는 그 집 엽서를 사주고...
엽서가 이쁘지 않은데 이해바랍니다.

요즘은 마을구경을 이곳저곳 다니는데 마을분들이 사과도 따 주시고
'바담'이라는 과일도 포도도 토마토도 호두도 넉넉히 주십니다.
친절하고 친근하고 미소도 참 아름답구요.
꼬맹이들은 아주 신나하고 마을사람 다 모이기도 하고
할아버지들께서는 땡큐를 연발하시며 손을 잡아주시구요.

괜히 평온하고 아름답고 그래선지 게으름을 피우네요.
낭가파르밧에 가야하는데...물론 가볍게 다녀올 코스이지만요.
숙식하는데 드는 비용도 아주 싸요. 하루 5달러 정도면 충분합니다.
저녁엔 부페형식으로 나오는데 푸짐하고 차도 맘껏 마시고
후식으로 나오는 갖가지 음식이 아주 맘에 듭니다.

가을이 깊어가네요. 짙어가는 가을색에 날마다 경탄합니다.
고국의 가을색의 그리움을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습니다.
며칠전 비가 오면서 갑자기 추워졌는데 지금은 풀렸네요.
우리님들도 멋지고 그윽한 가을을 맞고 계시겠지요?
환절기 건강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카리마바드의 가을...마을사람들 만나보십시오.






























































지진이 일어난 후에 먼지가 피어오르고
멀리 디란의 협곡으로 눈알갱이와 먼지가 흐르고...


















이글네스트 가는길의 마을과 레이디핑거와 골든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