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날들...

by 야생마 posted Mar 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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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평온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옛 티벳인들이 이곳 라싸에 수도를 정한 이유가 분명 지리적으로
포근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곳일거란 생각이 드네요.

차분하고 조용하고...이젠 숨쉬는것도 익숙해져서 괜찮고...
가볍게 산책하듯 시내 이곳저곳 느긋느긋 걷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1위안(130원)의 행복. 테이블위에 1위안 한장 올려놓았더니
커다란 주전자를 든 여인이 한잔 따르더니 7마오를 남겨놓습니다.

티벳 서민들의 차(야크젖과 땅콩등을 섞어 만든 차)를 마시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한잔...4마오, 또 한잔. 그들의 애환을 마십니다.
나머지 1마오는 구걸하는 아저씨에게로...

그리고...'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제제...


구두닦이 소녀. 제법 야무지게 구두를 잘 닦던...그렇게 닦기까지
얼마나 많은 구두를 닦았을까요. 한참 공부할 나이에...
다 닦고 난뒤 1위안짜리 한장 받아 집어넣고는 나와 눈이 마주쳐
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소녀는 살짝 웃고는 나의 두 발을 보더니
냉정하게 휙 고개를 돌려 다른 구두를 찾아 나섭니다.
구두를 신지 않은 나의 발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제법 수입이 괜찮은 모양이지만 깊은밤 커텐을 닫기전 창밖으로
하얗게 희미한 포탈라궁이 보일때 눈물짓게 만든 모습들입니다.

허름한 식당에서 기타와 비슷한 악기를 들고 구걸하러 온 청년에게
연주곡 한곡 부탁하고는 1위안을 주었습니다.
"도치치"(감사합니다) 하는 그의 말소리는 간절함이 짙습니다.

포탈라궁 앞에서 꼬마소녀의 영혼을 울리는 구걸의 소리를 제작년의
경험(돈을 주면 주변의 구걸쟁이들이 다 몰려옵니다.)으로 돈을 주지않고
안아주려 했습니다만, 무서운듯 슬쩍 도망해 버립니다.

중국정부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구걸문화를 없애려 애쓴다 합니다만,
없어지지 않는답니다. 그들의 보시문화...주는사람이 있기때문에...
가난한 사람도 지나가며 거지한테 1마오 한장 던져주거든요.


태양의 나라답게 반사광위의 주전자는 금방 끓습니다.
보일러 시설이 없는 저의 숙소에서 따뜻한 샤워를 할 수 있구요.








우연히 이곳에서 30대 후반의 여선교사 한분을 만났는데
혼자서 예배를 보고 티벳어 공부도 하고 여러 일들을 하는데...
주님이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일도 주셔서 감사하댑니다.
그녀의 숙소엔 우리나라에서 보내온 헌옷 가마니로 꽉 채워져 있어요.
배낭에 넣어가지고 시골마을에 가서 하나씩 입혀주고 그러더군요.

종교적인걸 떠나서 그렇게 믿고 살 수 있다는게 대단했습니다.
하긴 모든일을 어떤 절대자의 뜻으로 여긴다면 힘든일이 없겠지요.
어제,오늘 시장봐서 같이 밥도 해먹으며 느낀건데
그녀는 충분히 행복해하고 표정은 맑아보였습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전 주말인지 뭔지도 모르고 지냅니다.
다음주엔 봄소식,꽃소식 많이 들을수 있겠지요.
고국의 향기가 늘 그립습니다. 많이 많이 기다려지네요.

<>지난날 몇가지 기억들...
날씨가 좋지않아 무척 추웠고 밋밋한 황산...







바닷가에 위치한 청도...







2박3일 내내 이슬비가 내리고 무척 추웠던 계림 양수오...











제가 요즘 너무 무리하는데 ㅎㅎ 뭐 언제까지 하겠습니까...
여행이야 계속되겠지만 이달 말경 히말라야를 넘으면 네팔에서 장기간 머물거고...
지겨워도 조금만 참으시구요. 환절기 건강 유의하십시오.
주말 잘 보내시고 봄소식 꽃소식 많이많이 전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