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 이로소이다.

by 슬기난 posted Dec 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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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왕 이로소이다.
같이 일을 하는 관계로 우리 부부는 항상 같이 출근하고 퇴근하여
다른 주민들 눈에는 유별나게 보였는지 어쩌다 혼자 외출할라치면
왜 혼자냐고 물으시곤 한다. 미장원, 수퍼, ,,,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 부부의 일년은 다른 부부의 2년,3년과 같을 거라고 빙긋이
웃기도 하면서,,,

이런 우리가 떨어져 있는 때가 지리산 산행 때이다. 근교 산행에는
둘이 다정히 손잡고 다녀오지만 거리가 먼 관계로 입시 앞에 둔 큰애,
고1 작은 애 때문에 부득이 혼자 가는 적이 많기 때문이다.

올 일년 내내 태극종주,ㅇㅇ능선,ㅇㅇ계곡,,으로 쏘다닐라치면 처음에는
샐쭉하다가도 마지막 인사는 건강하게 즐겁게 다녀 오시라는 간곡한
당부의 말에 가슴 뭉클한 적이 많았다.

이번 산행도 조심조심 하였으나 뜻하지 않게 미끄러져 다쳐서 집에
돌아 오며 회장님(옆지기님을 높여 부르는 호칭-가정과 대한민국과 세계
평화를 위하여) 의 질책을 각오 하였으나 걱정 반 안도 반 아무 말씀도
안하신다.

손수 운전하여 태우고 출근하고(지난 여름 땀흘려 가며 연수시켜준 보람에
흐뭇) 낮에는 온실에 열이 필요 없어 집으로 연결해둔 보일러 덕분에
찜질방 수준인 방에서 쉬라며 약을 정성스레 발라 주며 하시는 말씀
-이번 겨울엔 가족 마음 고생 시키지 말고 집에서 조용히 쉬라고 지리산
산신령님의 배려라고-??

미안한 마음에 움직여 보려 하다가 다시 생각하니 빨리 낫는게 가족의 희망에
보답하는 것 같아 찜질방에 허리를 대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참 뒹굴다가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몇 년 전 영화제 시상식에서 제임스 카메룬
감독( 타이 타닉)이 한 "나는 왕 이다" 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역설의 교훈은 오늘(27) 동아일보 김 순덕 논설위원의 칼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부상에 의기 소침 해 있다가 여러 님들의 위로와 회장님의 따뜻한 간호가
아픔을 상쇄하고 부부간의 깊은 믿음과 사랑을 새삼 확인 해 준다.

허긴 평상시에도 당신은 어찌 못난 나 같은 사람에게 끌렸었냐고 칠불출
아니냐 하면 그러는 당신은 팔불출이네요 하고 답한다.그러면 다시 구불출...
자꾸 업 그레이드 하다가 둘이 마주보며 웃고 말지요.

내년에는 내 인생 로또 당첨 20주년 기념으로 허허바다님의 충고도
무시하고 둘이서 지리산 2박3일 종주를 할까 합니다.
2박3일 동안 몇 번 이나 넘어질까 걱정이 되지 만요. !!!

이 글 읽으시고 닭살 돋으신 분은 연락주시면 닭살 치료용 향기 나는
난 화분을 왕창 드리겠습니다. 단 닭살 부위를 선명하게 찍어 올려
주시는 분에 한하여,, 후다다닥(안 그래도 용량부족한데 쓸데 없는 짓
한다고 하해 님 눈 부라려 슬기난 도망 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