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by 허허바다 posted Apr 0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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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이고
발끝만 바라보며 걸으면
돌뿌리나 웅덩이 등 세세한 위험으로부턴 좀 더 안전할 순 있겠으나
그런 작은 위험, 너무 생생히 보이니
그것들 피하거나 또 미리 조심하느라
늘 가슴 졸이며 살아야 할 뿐 아니라
그런 것들 피하려고만 하다
이리저리 둘러가야 하기도 하고
가끔은 엉뚱한 곳으로 이끌려지기도 한다.

고개 들고
저 먼 가고픈 곳 굳게 응시하며 걸으면
예기치 않게 돌뿌리에 차인다든지, 웅덩이에 빠진다든지 하는
가끔은 달갑지 않은 상황에 놓여지기도 하겠지만
가고픈 곳 늘 바라볼 수 있으니
가슴엔 꿈과 희망 가득하게 되고
샛길로 빠져 시간 허비하는
안타깝거나 허무한 일들은 잘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걸어온 날들 되돌아보면
아주 자그마한 근심들에 너무나 어쩔 줄 몰라 했던 것 같다.
물론 그땐 그 근심들,
양 어깨에 올려진 천근만근처럼 느껴졌지만
세월 지나 이제 찬찬히 다시 들여다보면
단지 아주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는데 말이다.

참...


<사진> 2003년 가을 평사리 들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