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감기고 감금되어

by 허허바다 posted Oct 05,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오늘 전철을 탈 상황이어서 가볍게 책 한 권만 옆구리에 끼고 집 나섭니다.
그런데 이 책 때문에 전 그만 엉뚱한 짓 하고 말았습니다.
다른 방향의 열차 타고 말았습니다.

옆자리 어떤 분 "그래 ○○역에서 내릴께" 하는 통화내용 우연히 듣고는
화들짝 놀라 두리번거리니 아뿔싸!
부랴부랴 반대편으로 넘어가 그 방향 열차 타고
환승역에서 다시 제 방향의 열차 옮겨 탄 후
긴 호흡 한 번 하여 그렇게 엉뚱한 짓 마무리하고
또 정신 없이 책 내용에 몰입합니다...

어느 날 저에게 일시에 도착한 4권의 책중
어찌하여 이 책에 맨 먼저 손이 갔는지
전 아직도 그 이유 잘 모릅니다.

제목이 유혹하는 강도도 제일 약했고
표지와 지질도 거칠한 보리밥 같았는데...
초반부 내용도 관심 강하게 끌지 못하였고
번역자의 깔끔한 처리 외에는
문체도 별다른 향기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 맨 먼저 손이 간 것
이 책이 선정과정을 통하여 저에게 온 것
그 선정 해 주신 그 분 어찌우찌 해서 알게 된 것
그 분, 책 아주 좋아 하신다는 것
또 그 분, 책 나눔 너무 좋아하신다는 것
어느 날 우연히 그 분과 책 이야기 하게 된 것
이 모든 것들...
이 모든 것을 지휘하는 그 무엇...
그 모든 것들을 존재하게 한 그 무엇...
그것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
전 그것을
지금 가슴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예... 전 지금 이 책의 강한 매력에 사로잡혀
아예 포로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역시 글의 매력은 잘 쓴 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한 체험에서
진솔하게 흘러나온
그 이야기에서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이 존재합니다.

이런 매력에 휘감기어
세상 모를 행복감에 감금되게 해 주신
이 책 선물해 주신 그 분...

지금 이 순간 바로 옆에 계셨다면
한번 꼬~옥 껴안아 드렸을 것입니다...


Clarinet Concerto In A 2nd Movement - Moz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