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짓소리> 웰빙 가정

by 疊疊山中 posted Mar 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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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 때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 러시아어 교수를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전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는데, 뜻밖에 근 10여년 만에 잠시 고향을 들러 만나게 되었는데 
정말 오랜만이라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은 워싱턴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무역업을 하는데 월수입은 평균
우리 돈으로 천만 원 정도랍니다. 
어쩜 우리 국내 사정으로 보면 큰돈이겠지만, 미국 생활에서는 그다지
큰 수입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우리네 사는 생활 패턴과는 다른 것도 많았습니다.
복잡한 사업 이야기는 접어두고 여가 선용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국내 있을 때는 지리산에도 함께 다니기도 했기에 그곳에서도 산에는 가느냐? 
물었더니 산행은 생각지도 못한다고 아쉬워하며, 아침, 점심은 업무상 냄새 때문에
양식을 먹고 저녁은 집에 와서 한식을 먹는답니다.
주말에는 ‘토요목공’이라 가재도구 및 자동차 DIY를 하고 일요일은 또 무조건 
가족과 함께 하는데, 특별히 혼자 외출을 할 일이 있을 때는 사전에 가족들과 
충분히 의논하여 양해를 얻고 한단다. 그래야 부인과 애들도 그기에 따라 일정을 세운다.
미국은 향락산업의 천국인데 퇴근 후 가끔 한잔도 하는지 물었더니
유흥가 근처는 얼씬도 못(안) 한단다.

밤늦게까지 이야기 하다가 헤어진 후 내 처신과 곰곰이 비교를 해 보았다
고급전자제품을 사거나 무공해 식품을 먹는 것이 웰빙이 아니라 가족을 인생의 
최상층에 두고 마음만 ‘사랑한다’ ‘이해한다’가 아니라, 언제나 서로 실천하고 
‘존중’하는 이것이 바로 진정한 웰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쥐꼬리에 뒷다리 하나 정도 더 붙인 수입 던져주고 가장이라는 하나로
나는 여태 너무 일방적인 독재자로 군림하며 사는 것 같았다. 
세계 온갖 잡종이 다모여 위험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미국이 세계 최대 선진
강국으로 지탱해 나가는 그 저변에는 모든 것이 이런 ‘가족간의 존중’에서부터 
시작되는 화목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잡은 물고기는 먹이를 주지 안 는다”는 말이 있다. 
줘도 기분 나쁘면 안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잡은 고기가 언제나 싱싱하여
횟감이 될 수 있는지, 벌써 얼추 상해 젓갈이나 찌게용 밖에 안 되느냐?
하는 것도 전적으로 잡은 자의 손에 달린 것 같다.

참으로 오랜만에 와 언제나 모범적인 이 동네 사람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가 봅니다. 모처럼 왔는데 꾸벅 인사만하고 빈손으로 가기도 
뭣한데 그간 산행 기록도 없지, 그래도 엉뚱한 글이라도 쓰면 그리운님들 얼굴이나
떠오를까? 싶어 시간 좀 끌었습니다. 해량바랍니다.  [疊疊山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