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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로 깊어만 가는 가을이다.
나무마다 나름의 색깔로 너울을 쓰고
여름 한철과는 생판 다른 모습으로 서있는 계절..
많이 쓸쓸허다.

엊그저끄,
서울에서 벤쳐사업(^^)한다는 사촌동생이 전화를 해와
부안읍내 고향산천이라는 한식집에서 만나자고 혔다.
望 80에도 꾸준히 고향을 지키시며
자녀들이 모두 大處로 나갈때면 어린 날짐승 둥지 떠나보내듯
휑한 가슴을 안으며 살고계시는 아버지(나의 숙부님)의 생신이니
조촐하게 저녁식사라도 허자고 함이다.

나는 홀로계신 노모님을 뫼시고  그 자리에 참석하여
세월의 주름이 깊게 패이신 어르신들의 德談과 閑談을 고루 들으며
훗날, 우리의 자화상을 짐작허기도 혔다.

식사 후,
사촌과 나는 각자 어르신들을 뫼셔다 드린후에
읍내 매살미(梅山)의 木浦堂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혔다.
세월을 역류시켜 타임머신처럼 한세대 前의
청소년시대로 돌아가는  꿈의 열차를 타보기 위해서이다.

시간은 밤 아홉시가 거의 되어
매살미(梅山)의 밤기운은 차가와지는디
지금은 상설시장으로 변해버린 저쪽길 어스름에서  사촌이 닥아온다.
그 옛날,
牛市場이 있던 이 곳에서  소울음을 들으며
새벽을 깨우던 어른들의 모습같이
이제는 동갑쟁이 동생인 그가 희끗헌 머리칼을 귀밑에 날리며..오고 있었다..

본시,
이 어름에는 梅花落地穴의 명당자리가 있었다는디  
그 좋던 赤松林도 ,
5일장 새벽의 소울음도,
이른장에 나온 男負女戴 장꾼들에게
그득하고 인정스레 붓어주던 국밥집도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뻐스車부(!)가 들어서고 외곽도로가 뚤려 지형지물을 가늠키 어려우나
목포당이라는 金房은 여전하여
소싯적에 그곳에서 만날때면 才談깨나 들려주던 鍾榮이 아제(堂叔)가
한없이 그리웁다.

동생을 다시만나자,
"어이 동생!, 그 옛적 돌팍거리酒幕은 아직 있을랑가?"
"글씨요"
"우리 이렇게 기냥  옛날거리를 걸어감서  지난날을 더듬어 보세!"

걸었다, 기냥,...
구장터(舊市場)길을 더듬어 나오며
돼지머리,개고기가 걸려있던 [肉전머리]를 처다보니  
김이 무럭무럭이 나고 들큰뜨뜻헌 기운이 솟던 고깃집들이 아련허다.

새장터(新市場)를 얼핏나와 아나파약국 사거리를 돌아가서
어두워진 길을 걷는디
뜽금없이
"형!, 이 근방의 쭝국사람들 布木전과 짜장맨집덜 생각나요?"
허고 묻는다.

그렇다, 학교를 파허고 개와(주머니)에는 용돈한닢 없어도
그저 이 앞거리를 지나며
纏足(전족; 중국여인들 어렸을적부터 발을 피륙으로 감아 일부러 조그맣게
발육시키는 풍속)
으로 뒤뚱거리며 걷는 중국아짐들을 흥미롭게 처다보며 낄낄대다가
간혹, 짜장면집에서 풍겨대는 고소허던 냄새도 끙끙대며 걷던 길이다.

오른쪽 어둠속으로는 이 고장에서 日政초기에 가장먼저 개교한
부안 國民학교가 보이는디,
교문에는 전국관악연주회에서 16연패를 했다는
격문과 프랑카드가 짜허게 붙어있다.
"대단허다 잉?"

길을가다가 邑단위의 건물로는 사뭇 어울리지않는 반쪽댕이 건물을 보며
촌읍의 친환경적, 탐미적인 스카이라인은 어찌해야 되나? 하는
거창한 화제를 주고받는 사이에 구사거리에 당도하니
"우와! 형 ! 저 자리에 있던 불란서제과점 생각나요?
거시기 막둥이고모(동갑쟁이 當姑母)랑 종영이 아제랑 가끔 들락거렸는디....."

그런디, 지금 거기는 웬 화강석판을 거하게 붙이고 간판도 우람허게 처들고있는
가구점이 되어 우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군청을 바라보며 조금 더 올라가니 왼손쪽으로
신용협동조합 건물이 말쑥허게 떠-억허니 서 있는디,
여기가 바로 도깨비장터 자리이다.
해뜨기전에 반짝시장이 서면 주변 아낙들이 걸음도 바쁘게
얼른얼른 가벼운 살림거리를 구입하던 곳이란다.

그 너머는 생깃골(鄕校골-향교있는마을)인디,
요즘이름은 옛날 官衙서쪽 밖에 있었다해서 西外里로 굳어져 있다.

여기서 서쪽으로 길을 잡으면 짐대거리(石幢竿이 있는거리)를지나
서낭댕이(향교골 서쪽 잔등마을로 서낭당이 있던곳)로 나가는디,
어두운 밤이고 오늘의 목적지-돌팍거리와는 반대켠으로 가는 부담이 있어
기냥 군청 앞마댕이로 들어섰다.

지금의 군청은 客舍가 있던 자리에 들어섰다는디,
그 앞이 웃장터 자리로써 지금은 그 흔적이 아슴허지만
30년전만 해도 倭人들의 敵産가옥이 번-듯헌 가운데 物産의 집합이 성행했다.

지금도 간혹 단층과 2층이 어우러진곳의 옆댕이를  보면  
적산가옥의 흔적 - 일식기와 지붕에 [木造心壁式] 가옥구조가 여전허고.  
그 밑 어디쯤에 초등학교 은사님이 하시던 새살림센터라는 가게가 있었는디
모습은 간디없고 그 추억이 아련허다...

千枝老松가지가  휘늘어지고 누-런잎을 떨구고 섰는 은행나무가 있는 군청마당을 나오니
문득 ,
늦가을의 소슬헌 바람은 휭 허니 불어와 伴酒 술기운을 모다 가져가는디,

한 오십보 옆댕이에 나있는 고샅길을 접어들자니
벌써부터 가슴이 저려온다.
돌팍거리의 들머리(初入)이다.
어둠속, 검정기와를 이고있는 집들 사이로
구불구불 나있는 골목길- 돌팍거리.

희뿌연 백열등 불빛에 아스므레 골목길은 뻗어있는디,....
그 끝, 어둠속에 서있는 감리교회는 조선조말까지는 관아가 있던 자리라 한다.

근디,
없다.
모다 없어저부렀다. !!

눈물처럼 술을 마시며 청춘을 談論하던
돌팍거리의 서너집 酒幕들은 다 - 어디로 가고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70년대 새마을운동때 쌓은
쇠락한 불럭담장-...  
안으로부터는 희미한 채광아래 두런거리는 사람소리만이
초저녁 잠자리를 예비하는 듯 하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그 정겨웁던 돌팍(石)과 너럭바우들이 그득했던 그 고샅길은
얼치기 콩크리트 포장길로 변하여
동네고샅의 누렁,멍멍이들의 배설물만 딩굴며 퀴퀴하고 지린냄새만
솔솔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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