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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되면 각자 愛誦詩 하나씩은 입에 걸고 나왔는디.
그 무렵,
나는 역시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을  愛誦하였다.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써늘한 가슴에 있네..........


日帝 강점기에 태어나
조국해방과 한국전쟁을 관통하는 激浪의 공간을
겨우 30년 살고 夭折한 천재시인의 珠玉같은 詩이다.

이 [세월이가면]은 李晉燮 선생에 의해 작곡되어 노래로도 불리워지는데,
한국전쟁 직후의 피폐한 생활속에
明洞의 허름하고 담배연기 자욱한 어느주점에 앉은 박인환이
담배갑 껍데기종이에  떠오르는 詩想을 적어주자
그 옆자리에 있던 이진섭이 단숨에 작곡을 하였다는 天才들의 일화를
나는 훨씬뒤에 알고서 놀라웠다.

이런저런 감상에 젖어가는데,
이 자리에 있던 [돌팍거리주막]은 다 어디로 갔고
손놀림이 풍성하고 후덕하던 [酒母아짐]은  또한 어디로 가셨는가?......

내 이제 [돌팍거리]를 찾지않으리라 - 그 옛날의 팍팍헌 추억이나마
아름답게  간직하기 위하여서라도
이렇게 변화가 휩쓸어간 거리를 또다시 오지 않으리라...
하이틴의 익살로 지어줬던  이 거리의 해학적 이름 - [스톤 스트리트] !!.
[돌팍거리]에 어둠만이 짙게 내려앉는다.

옛 [관아터]에 올라서 나즉이 내려다보니
어둠속에 [한뼘거리]의 가늠이 잡히는디
그곳의 유래는
옛날 길을 내다가 커다란 바위들이 앞을 막고있어
넓게는 못내고 겨우겨우 뚫고보니
좁디좁아서  한뼘밖에 안될성부르다 하여 [한뼘거리]라는 이름을 얻었다니
이런 과장의 극치가 재미있지 않은가...
그 옆에는 조선조말까지도  [典獄]이 있어서
허망한 獄吏를 매수하여 죄수를 빼내  
그 [한뼘거리]길로 도망쳐 나왔다는 사연들도 있다는디...

" 저 아랫쪽이 옛날모습 그데로인 [郎園茶房]이고
거기서 조금 아랫쪽이 貞子누님이 운영하시어 큰 돈 벌었다는
[미치엘양장점]자리지?"
사촌의 말에  내정신이 돌아와 그의 손끝을 바라보니
아닌게 아니라 시간이 정지해버린듯,
회색빛 어둠속에 간간이 비치는 나트륨등 불빛아래
좁으장헌 [舊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늦은  별들이 총총히 떠오른 촌하늘  아래   아스라한 저편에는
이 近年에 들어선 고층아파트가 우쭐우쭐 즐비한디
그 중에 [** 浪州골 아파트]라고  하는곳이
읍내에서 유일한 [稅務士사무실]을 운영하시며
말년의 고향을 지키는 외숙부께서 사시는 곳인디,
그 자리의 옛이름이 [숲정이] 이다,

[숲정이]는 옛날의 邑城 [남문밖그] 야산에  숲이 울창무성하고
여름에도 한기가 싸늘하여 [兒葬터]로 썼던곳을
일정때 왜인들의 [小學校]가 들어서 있다가
우리 어렸을적엔 [부안 여자중,고등학교]가 있던 자리였다.

한세대를 뛰어넘는 回憶을 가슴에 뭉그리며
形骸만 남은 [돌팍거리]를 다시 내려와
[너른길]에 들어서니 시간은 흘러 子時 어름이라.

두어시간의 [追憶踏査길]이  얼큰하던 반주기운도 날려버린지라
동생과  나는 뻐스차부 근방의 허름헌 호프집에 숙여들어가
옛날의 [막걸리에 노가리]가 아닌 [생맥주에 한치구이]를 내오라 하고는
흐르는 시간을 모르고 퍼질러 앉았다.
때때로 甲論에 乙駁과 高談에 峻論이 뒤섞이는
壯年의 舌戰에 子時를 훌쩍넘기는디,

村邑의 호프집으로써는  딴판인
갸름헌 인상을 가진 주인아짐이 예의바르고 정중한 톤으로
[閉店時間 告知]를 하신다...
아쉽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워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냐?  
하여간에 술하고 시간은 相剋이구만 잉?  어쩌고 저쩌고....^^ "
게면쩍게 일어나는 自然木 술탁자에는 조끼병이 그들먹하였다. ^________^

"형, 오늘 참 의미있고 재미있었네.!! 잉?"
"으응 ! 그려그려,!! 이후에 뜸허게라도 자주봄세 잉?"

커-억 !
얼큰허다!!
걸어가자! 작것!!

뚜벅이며 걸었다.
어스므레 비쳐오는 달빛과 더불어 시간은 생각하덜 않고 걸었다.

[望寇山](왜구들의 침입을 경계하던 낮으막한 산) 아래  깔끄막(언덕),
[장승백이]를 돌아 [明堂마을]쪽으로 해서
[솔대거리](구름터근방에 있는 길거리로 조선말기 이동일이 進士試에 합격하자 솟대를 세워 기념하였대서 붙은 이름-솟대거리) 를 지나니

[구름터] .
우리 宗家가 보인다.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03시가  다 되었다.

팔순 노모님이 등잔불(?) 밝혀두고
이 아들을 기다리시는 [雲中半月穴]의 명당이 있다는
[구름터]가 손에 잡히듯 닥아온다.....

   2001.11.10.

-구름터 솔메거사-

  • ?
    박용희 2001.11.13 20:24
    돌팍거리,, 참 재밌는 이름이네요. 솔메거사님, 구수한 옛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날씨가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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