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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마을>동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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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엄천골이라 함은 함양군 유림면에서 마천까지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엄천강을 따라 형성된 골짜기를 말한다. 약 20km 형성된 대 협곡이 있는데 바로 엄천 골짜기이다.

함양읍에서 휴천면 문정까지만 도로가 나 있다가 후에 마천까지 마을 사람들의 의해 삽과 괭이를 가지고 신작로가 나기까지 참 오랫동안  문명의 소외 지역으로 남아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지금은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되어 있어서 교통이 참 편리하지만 옛날에는 영 아니었던 것이다.

엄천골에 처음으로 이상한 괴물이 나타난것은 1965년 66년(?)으로 기억을 한다.

지리산 아래의 교실 두 칸만 만들어져 있는 화남초등학교가 있었는데(지금은 폐교됨) 운동장에는 두 어 학년이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고 있던 중 생전에 보지도 못한 이상한 차가 학교 앞의 도로를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트럭이나 짚차만 보아 왔던 우리들은 길고 네모난 차가 너무나 이상해 보였다. 큰 차인데 위에는 두껑이 있으니 참 희한한 차이기도 했다. 선생님의 훈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는 뒤를 돌아보고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 차가 얄굿데이!"

" 저게 뭐꼬? "

" 저것은 버스라카는 기다!"

" 버스!"

우리는 저마다 놀란 토끼가 되어 한참동안이나 보고 있으니 선생님께서

" 뒤로 돌아"

하셨다. 버스를 마음껏 보라는 뚯이었다.

당시의 도로 사정은 문제가 많았다.

요즘처럼 시원하게 뚫린 길과 비교를 하면 큰 오산이다. 길의 폭이 아주 좁았으며 구불구불했고 비가 와서 패어진 노면이 참 많았고 길에는 자갈을 깔아 놓아 울퉁불퉁한 그런 길이었다.

혹시 맞은 편에서 차가 온다고 하면 길을 비키기 위해서 뒤로 후진을 하는데 그럴 때는 버스 차장이 나와서

" 오라이 오라이"

하면서 수신호를 하는 모습도 신기했다.

학교를 오고 갈때 2km 전방에서 차가 오노라면 우리는 일찌감치 산 언덕으로 올라가 차를 비켰다.
다가오는 차의 속도에 매우 감탄을 하면서 그저 신기한 차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것이 당시의 멋진 즐거움이기도 했다.

몇 달 뒤 우리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버스에 대해서 말이다. 마음씨 좋은( 당시 내가 기억하는 분 ; 창식이 차) 분의 차가 올때면 꼭 트럭 뒤에 우리를 타게 한 것 외에 아무도 사람이 탈수 없다는 것이 차에 대한 개념이었는데 내가 아는 우리 동네의 어른들이 버스의 안으로 자꾸자꾸 올라가곤 했다.

그것이 참 이상했다.

아무도 차 주인이 타라고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버스 안으로 자꾸자꾸 타는 것이 아닌가!

" 동네 사람들이 자꾸 차를 탄다 . 그지!"

" 응 "

" 야 우리도 저 버스 한번 타 볼까?"

" 차 주인이 타라고 해야 타는 거지. 임마. "

" 야 그래도 우리 한번 타 보자!"

" 좋다. 우리 한번 타보자."

윤식이, 윤호, 태조, 위춘이, 그리고 나를 합해 모두 다섯은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버스 안은 더 신기했다.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여러개의 고급 의자가 반듯반듯하게 정렬되어 있고 그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차가 움직일 때 차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감나무나 집들이 자꾸 뒤쪽으로 밀려나는 것 같았다.

버스에 오른 우리들은 아무도 말이 없었다. 지붕이 있어서 참 따뜻하기도 했다. 트럭처럼 차에 지붕이 없어서 차가 앞으로 진행을 할 때 불어오는 바람을 차갑게 맞을 필요도 없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차는 우리 학교와 가까이 접근을 해 주니 너무너무 좋았다.

" 야! 버스 참 빠르다. 그지?"

잠시 후에 학교 앞에서 차가 멈춰 섰다.
약속이나 한듯이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려 했다.

" 차비?"

" ? "

버스 출입문에에 발을 척 걸친 남자 차장이 우리에게 던진 말이다.

차비라니!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용어가 아닌가!

아무나 말없이 탈 수 있는 것이 버스라고 생각했는데, 차비라니!

" 차비가 뭔데예?"

" 햐! 요놈들 봐라. 차를 탔으면 차비를 내야 하제!"

" 우리 그런것 없는데예."

어안이 벙벙한 얼굴 표정을 한 버스 차장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 오리잇!"

했다.

버스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를 태우고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태우고 그냥 간다고 했다.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
공포가 엄습해 왔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늦게 학교에 가면 선생님한테 혼이 나는데, 우리를 태우고 모르는 길로 자꾸 가면 우리는 죽은 것과 꼭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우리 다섯명은 나와 꼭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채 몇 초도 되지 않아 버스 안은
" 으왕 ......."
하는 울음 소리로 뒤범벅이 되었다.

버스에 탔던 어른들의 입에서 모두 킥킥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려 왔다.

" 쓰톱!"

약 백미터를 굴러 가던 버스는 차장이 명령을 하는대로 정차를 했다. 버스 차장은 매우 높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명령에 따라 차가 가기도 하고 서기도 하는 그런 높은 사람이었다.

" 너거들 다음부터는 버스를 탈 때 꼭 차비를 준비해서 타야 된데이!"

" 예 "

짧은 시간동안 엄청 혼이 난 우리들은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가볍게 버스에서 내렸다.

우리를 내려 주고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앞으로 질주를 하는 버스의 위용에 새삼 감탄을 하며 우리를 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 그 높은 버스 차장께 감사의 느낌을 떠 올리며 교문으로 들어섰다.

학교를 다녀 온 우리들은 마을 어른에게는 벌써 소문이 나 있었다. 버스의 뒷쪽에서 차비도 없이 버스를 탔던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던 동네 어른이 있었으며 그 어른이 마을에 와서 우리들의 무용담을 광고 했던 모양이다.

" 야 너거들 대단하데이!"

" 차비도 없이 그냥 버스를 태워 주더나?"

" 예 "

" 우리를 예쁘다고 그냥 태워 주데요!"

우리는 모두 하나같이 어깨가 들썩여 졌다.

차비도 없이 버스를 탔다가 혼줄이 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우리가 똑똑해서 공짜 차를 탔다는 것을 더 많이 부각시키고 싶었다.

1965,6년에 있었던 엄천 골짜기의 이야기이다.
  • ?
    선경 2006.01.29 01:23
    정말 귀여운 시골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떠올라 조용히 미소지어봅니다
    이곳에도 아직까지 50년대 전차가 아직도 운행되고 있어서
    빨간전차를 탈때마다 마음이 포근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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