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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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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9 09:35

현관 주춧돌

조회 수 1670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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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들어가는  현관의 주춧돌 2개를 요렇게 자리잡아 놓고 기둥과 벽체를 어떻게 해야할지 구상이 떠오르지 않아 며칠을 고민하더니,
나무 기둥 두개를 세우면 되겠는지 두툼한 나무 둥치를 찾아놓고 지금 조각을 하는 중입니다.^^

올해에 방 하나라도 들이자며  맘은 급하지만 이 추운 날씨에 산 정상에서 부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점심 드시라고 올라가 보았더니 눈만 나오는 빨간 털모자를 쓰고 쭈그리고 앉아 조각을 하고 있더군요.
"우와 정말 솜씨가 점점 좋아지네요^^" 했더니 이 두툼한 손이 재주꾼 인거 몰랐냐면서 씨익 웃습니다.
캬캬~


올해 들어서면서 한이는 부쩍 엄마를 독차지 하려고 합니다.
아장아장 기어서 오려는 동생을 보면 부리나케 엄마 품에 안겨서 두 손으로 꼭 껴안아 달라고 말입니다.

한빛이 누워있을 때는 그런대로 몰랐는데 지금은 쑥쑥 자라 기어다니고 잡고 일어서니,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싶은게 지금 녀석의 심정일 겁니다.

한이를 안고 있을라 치면,한빛 녀석은 또 어떤지 아십니까?
멀리서 잘 놀다가도 울먹울먹 하면서 저에게 기어옵니다. 안아달라고,,
아빠도 있고 할머니가 계신데도 두 녀석이 엄마를 놓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움입니다.

신랑은 저에게 "한빛 배 속에 있을때 꿀 발라 놨지?" 그럽니다. ㅋㅋ

토요일 오후 하동에서 신랑 친구들 모임이 있어 한빛을 어머님께 맡기고 나갔는데 한참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녀석이 지금까지 울고 있다고,,
옆에 아줌마가 애기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 넘어왔다면서,,
그래 걱정이 되어 먹는 둥 마는 둥 한이랑 가 보았더니, 제 얼굴을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글방글입니다.
어머님은  엄마만 찾는 한빛녀석 봐줘도 소용없다고 속상하다고 그러십니다.
어찌 하오리까? ㅋㅋ

또 녀석은 까만 눈망울 반짝이면서 어른들이 지에게 좋은 이야기를 한다 싶으면 방긋 웃다가도
흉을 보면 금방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얼굴 빨개지도록 울고 맙니다.
뭐든지 입으로 가져가는 걸 오빠가 뺐을라치면 아빠 얼굴 보면서 앙앙~ 그럽니다.
갖고 싶다고 ,,

방에서 벽잡고 놀고 있는 걸 확인하고 잠깐 부엌으로 나와 볼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제 뒤에서 무언가 손가락으로 주워먹고 있습니다.
어찌나 날랜지 모릅니다. ㅋㅋ

최근에 한빛 걸음마 연습 하라고 빌려 온 보행기는 한이 장난감입니다.
다 큰녀석이 그 자그마한 곳에 엉덩이를 집어넣고 두발로 굴리면서 다니는데 이거 조만간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질거 같아 아슬아슬 합니다.
마치 녀석 어릴때는 이런 거 안타봤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한빛이 가만히 있느냐 하면 또 아닙니다.
녀석도 만져볼거라고 보행기 잡고 일어서서 뒤뚱뒤뚱 거리고 있습니다.
오빠에서 태워달라고 애절한 눈빛을 보내면서 말입니다. ㅎㅎ

일요일 아침 고기가 먹고 싶다는 녀석 손을 잡고 하동시장엘 나갔습니다.
걸어서 15~20분 거리라 둘이서 손을 꼬옥 잡고 모자랑 목도리도 눌러쓰고 갔습니다.
말랑말랑 조그마한 녀석의 손이 참 좋습니다.^^
햇볕은 따스한데 간혹 부는 바람은 거세고 차갑습니다.

녀석이 알고 있다는 정육점엘 갔으나 문을 닿아 그냥 정처없이 시장골목을 헤매다 고깃집 발견, 생고기를 사고 마트에 들러 양념장이랑 사이다도 한병 사고,
길가에서 파는 오뎅도 먹고 룰루랄라 그림자 밟기 놀이도 하면서 걸어옵니다.

한이가 엄마랑 단 둘이 데이트했다고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배  갈아넣고 양파랑 대파도 썰어넣고 토란대 말린 것도 삶고 고기랑 넣어서 양념에 잘 버무려 놓았습니다.
6시가 넘으니 한이도 신랑도 배가 고픈지 먹고 싶다고 아우성입니다.
밭에서 뽑아온 배추에 양념고기 얹어 싸먹는데 아주 맛있습니다
배추가 어찌나 달던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말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한빛은 기어와서 싱싱한 배추들고 아삭아삭,, 끊어서는 입속에서 오물오물하고 있습니다.
아래에 난 이빨사이로 얼른 손가락 집어넣어 빼내니 씨익 웃고는
다시 아삭아삭 끊어놓습니다.

요즘 이빨이 간지럽다고 아무거나 닥치는 데로 입으로 가져가는데 손에 든거 빼앗으면 또 울고 맙니다. ㅋㅋ

자라나는 한빛 눈망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애기들은  태어날때 자기 먹을 복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겉으로 보기엔 서 있음이 어설퍼 보이고 앉아있음이 불안해 보여도 끊임없이 가지가 원하는 것을 향해 움직이고 있음을,,
그리고 그 원하는 것들이 저절로 녀석에게 가까워져 감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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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득이 2005.01.19 09:45
    이 공간에 제가 일상의 이야기를 써도 되는지 몰라 망설이다 올렸습니다.^^ 지리엔 주마다 가지만 산을 쳐다보기 보다 식구들 얼굴 부비기 바쁜 저이기에 말입니다.
    편안한 '산마을 일기'를 맹글어 주신 하해님께 감사드립니다.^^
    계속 써 내려가도 되는건지 어쩐지 모르겠습니다. 에구 떨려라~~~ㅎㅎ

  • ?
    타타타 2005.01.19 10:14
    술술 읽어 내려가는데 그 전경 하나하나가 떠오릅니다.
    입가에는 미소을 머금은체....

    잔잔한 글 잘 읽어습니다.

    (되도록이면 여기 오지 말아야지...
    다 집어치고 내려가고 싶어져...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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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5.01.19 13:03
    주춧돌에 기둥세우면~
    한빛네 들어가는 일주문이 될런가요?!!!!
    조각솜씨를 기대하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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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바다 2005.01.19 20:12
    양지 바른 텃밭 귀퉁이 그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
    부러운 눈길과 잔잔한 미소 보냅니다...
    참 평화롭군요 ^^*

    이제 님의 글도 마침내 어울리는 자리에 찾아 든 것 같습니다.
    딩구는 책 한 권,
    책장 위 알맞은 자리에 올려 놓는 기분처럼 말입니다. ^^*
  • ?
    슬기난 2005.01.19 20:15
    남사 마을 스쳐 지나며 고개 하나만 넘으면 한이네 집인데,,,
    한이 아버지 솜씨가 어느정도 경지에 올랐는지 궁금해집니다.
    단속사지도 볼겸 다음에 지날때면 꼭 들려 보아야 겠습니다.
  • ?
    선경 2005.01.20 05:38
    한이아빠 조각솜씨로 만들어지는 한이네집...
    정성을 다하여 만들어지는 보금자리 만큼이나
    해맑은 한이와 한빛의 가정에 행복도 소록 소록 커가겠지요
    엄마랑 데이트하는 한이의 귀여운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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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5.01.20 09:07
    두메약초원에서 끼득이님 글 보았읍니다.
    쌍계사 근처 창포가 많이 자생하는 곳을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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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유화 2005.01.20 10:01
    한 겨울 추위에도 집 짓는 작업은 계속 되고 있군요.
    아이들이 이쁘게 커가네요. 행복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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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해 2005.01.22 02:47
    한이네 이야기는 늘 보고잡습니다.
    편하게 꺼내놓으셔도 좋습니다^^
  • ?
    들꽃 2005.01.22 21:07
    한이는 질투를 안할줄 알았는데...ㅎㅎㅎ 한빛이가 이제 조금 있으면
    제법 걷겠네요. 걷기 시작하면 금방이라던데...
    한이와 한빛이 만난지도 참 오래 된 것 같네요.
    그사이 한이는 제법 똑똑해졌고, 한빛이도 많이 예뻐졌겠지요.
    보고싶네요.
  • ?
    끼득이 2005.01.24 17:34
    주춧돌 두께 말입니다.
    그게 지금 보이는 것의 2/3가 땅속에 파뭍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 땅을 파고 자갈을 깔고 그 위에 저 주춧돌을 놓았답니다.
    돌이 무거워 포크레인 바가지에 끈으로 연결해서 들어 옮기고 어머님이랑 한이가 움직이지 않게 잡아주고 고정을 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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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콧털 2005.08.02 17:44
    d아름다운 꿈들이 이루어 지길 바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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