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지터 허정家 단상(斷想)[1] - 글을 시작하며

by 虛靜 posted Jan 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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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단상),... 생각을 끊음, 혹은 단편적인 생각 이란 뜻이다.
제목을 뭘로 정할까 고민하지 않았다.
일기처럼 산골짜기 사는 이야기를 쓰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제목이다.

그러다 문득 혹 시작이 반이라 다시 여러 가지 제목을 한동안
고민했지만 역시 결론는 두지터 허정家 단상(斷想)이었다.

앞으로 이글은 이곳 [산마을일기]와 지리산 아흔아홉 골짜기
[지리다방]라는 공간에 옮겨질 것이다.

먼저 지리산 아홉아흡골짜기의 [지리다방]은...
“그야말로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들로 왁자지껄한
휴식처입니다.” 라는 운영자 꼭대님의 말씀처럼...

아주 옛날 시골 다방은 맞선보는 애된 처녀 총각이 마주하고,
한쪽에선 차를 나르는 아가씨의 히프를 만지려는 마을 건달로부터,
농사짓던 모습 그대로 밭에서 달려와 엽차를 벌컥 들이키며 집안사를
토로하는 시골아저씨와 그리고 어두운 구석 한켠엔 철학을 사유하는
검은 뿔테을 두른 니체의 후손들이 진지하게 담배를 구워대는...

우리 인간사의 다양한 공간이다.

나는 [지리다방]과 [산마을일기]에 [허정가]에 다니러 오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이어 내 생각의 무수한 파편들을
그속에 묶어 나의 단상을 솔직하게 그려 나갈 것이다.

********

아주 옛날 지리산 자락을 떠돌며 산장에 며칠, 암자에 며칠씩 지내다
우연히 仁山 김일훈 선생의 후손이 운영하는 농장에 몇 달간
지낸일이 있다.

그때 지리산 커뮤니티(ofof.net)를 알았다.

나는 지리산 커뮤니티(ofof.net)운영자에게 두레집처럼
그 후손이 운영하는 농장의 글들이 소개될수 있도록 간청했고
다음날 흔쾌히 작은 공간이 마련되었다.

이젠 그 농장이 소멸되면서 다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아직까지 그 소중한 배려를 잊지못해 사이트 여행을 할때마다
지리산 커뮤니티(ofof.net)속으로 찾아 들어가곤 했었다.

그리고 [산마을일기]라는 공간을 열었다는 하해님의 글을 읽고
나 또한 지리산 칠선골 두지터 산민이라는 단순 명료한
생각앞에 서고 말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나 자신을 발가 벗기는 작업이다.
그 어려운 작업앞에 한동안 망설여졌지만...

산골에 사는 나 자신이 해야할 일중에 하나가 바로
하루종일 홀로지내며 쏟아내는 무수한 단편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일임을 자각한다.

이제부터는....
글을 정기적으로 쓴다는 의미를 자각하여
게을러져있는 나를 곧추세우는 의지로 다가갈것이다.

지리산속에 조그만한 오두막을 짓고 살면서
나는 매일 새로움에 빠져있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인연들을 만난다.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정갈이 하여 신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리를 사랑하는 모든 벗들에게 내 조그만한 단상(斷想)을 펼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