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봄을 기다리고...

by 공수 posted Mar 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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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는 지금 겨울과 봄이 공존하고 있다.

앞산 응달진 곳에서는 아직도 어제 내린 눈이 있고, 마당가 작은 밭가에서는 목련이 움을 튀우고 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소리없이 눈이 내리더니 그만 구름은 눈만 흔적처럼  남겨두고 저 멀리로 달려 가 버린다.

눈 구름도 계절에 조금 미안했는가?...
올 '겨울가뭄이 그래도 말끔히 가셨으니 모두 농사에는 좋은 눈'이라고 한다.
나도 계절에 쫒아 열심히 농사준비에 마음만 분주해진다.







일교차는 심하지만 벌써 바람이 차갑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해도 점점 길어지고 일하기에도 좋아서 들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지난 여름보다 더 얼굴이 새까맣다.

처음에는 선크림도 바르고 챙이 긴 모자도 꼭 쓰고 일을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나가는 일이 많다.







한 십년후에는 이 버섯처럼 구겨진 얼굴을 누가 알아나 볼런지 모르겄다.
"에라 모르겠다!" 그때는 그렇다 치드라도 오늘일이 바쁘니 아무생각 할 겨를이 없다.


봄은 어디를 가나 찾을 수 있으나,아직은 어디에도 봄이 아니다.
그러나 농사는 벌써 여름 가을 겨울을 앞서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앙상한 꽃대에서도 올 봄을 기다리며 그 긴 겨울을 참고 기다렸겠지.  

그러나 겨우내 긴긴 고독과 추위에도 오로지 '생명의 순리'를 믿으며 봄만을 기다리지는 않았으리라.  그 겨울도 '생명의 순환' 그 과정이었으니.








이제 3월이 다 가기전에, 들이고 산에는 이런 겨울의 '수도자'(?)들은 모두 '초록의 세대'에게 다시 자리를 넘겨주고 어디에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라. 그때즘엔 모두 '초록은 갈색에서 왔다는 것'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더 큰 세(勢)를 얻고 있으리라!







그래도 또 겨울이 오고 봄은 또 기다리고 있겠지!